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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에 일어나 다리 들어올리기 30회. 벌써 일 년째다. 그런데 들어가라는 배는 그대론데 엉덩이가 예뻐졌다. 이 나이에 예쁜 엉덩이를 어디에 쓰나…. 참 가지가지 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넋두리처럼 올린 글이다. 아침운동을 시작한 지는 꽤 됐다. 대책 없이 나오는 아랫배를 감추기 위해 힘을 주고 걷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처음엔 조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채 100m도 뛰지 않았는데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다리가 상체의 중압감을 견디기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하기 시작한 것이 걷기다. 매일 400m 트랙을 열 바퀴 도니까 4km를 걷는 셈이다. 걷기가 끝나면 벤치에 누워 다리 들어올리기 30회를 한다. 그런데도 흉물스럽게 튀어나온 배는 요지부동이다.

바지가 자꾸 내려가는 현상도 발생한다. 몇 년 전까지 괜찮았는데 왜 그럴까! 바지를 배꼽 바로 아랫부분까지 올려 입는다. 그러다보니 볼록 튀어나온 배 때문에 숨을 쉴 때마다 바지가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가 엉덩이에 걸쳐진다. 영 볼품없는 모양새가 되기 일쑤다. 뱃살을 빼야 하는 이유다.

나는 50대다. 1961년에 태어났으니 벌써 54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나이를 물으면 한 살 줄여 만 나이로 대답했다. 50대와 40대는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51살이 넘어서자 포기했다. 어떤 구실을 붙여도 50대는 50대인 거다.

청소년 시절, 누가 내 나이를 물으면 두세 살 높여서 대답했다. 어떨 땐 5살까지 높여 말하기도 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친구처럼 반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마치 내 스스로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어느 날부터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나이가 됐다.

흰머리 '일제소탕'... 검은 머리카락 뽑으면 페널티!

 정수리 부분이 훤하다. 흰머리를 자주 뽑았기 때문이다.
정수리 부분이 훤하다. 흰머리를 자주 뽑았기 때문이다. ⓒ 신광태

내 또래에 비해 흰머리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50대 초반부터 생기기 시작한 흰머리, 새치가 아닌 늙음의 상징인 거다. 이에 대해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다. 딸과 아들에게 흰머리 한 개 뽑는데 100원씩 주겠다는 조건을 붙여서 '일제 소탕'을 시도하기도 했다. 잘못해서 검은 머리를 뽑았을 땐 가차 없이 개당 200원을 감하는 페널티도 적용했다. 검은 머리카락은 그 무엇보다 소중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서 한 모공에서 두 번 빠진 머리카락은 다시 나지 않는다는 거 알아?"

발악을 하는 내가 애처롭게 보였던지 아내는 생긴 대로 살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 그래서일까, 거울로 정수리 부분을 보면 마치 식목일에 나무를 잘못 심은 민둥산처럼 훤하다. 이후 흰머리 뽑기를 중단했다.

얼마 전 머리카락이 유독 심하게 빠져서 대머리에 가까운 후배를 오랜만에 만났다. 갑자기 머리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심었니?"
"아뇨, 얹었어요."

가발을 했다는 말이다. 갑자기 남의 일이 아닌 듯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한 선배 직원이 사무실을 돌며 악수를 청했다.

"고마웠습니다."
"아… 네…."

뭐지? 저 사람 아들이 결혼식을 했던가? 아니면 집안 행사가 있었는데 내가 몰랐던 걸까? 순간 머리회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좀 전에 ○○○ 주무관님이 왜 인사하러 온 거지?"
"모르셨어요? 정년퇴직 하시잖아요."

아뿔싸! 가만 생각해보니 직장 내부 알림판에서 본 것 같다. 그런데 뚱하게 "네…" 하고 말아버렸으니 당사자는 얼마나 황당했겠나. 이젠 기억력마저 낡은 형광등처럼 깜박인다.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그를 쫓아갔다. "그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의 손을 두 손으로 힘껏 잡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길어야 6년. 나도 그처럼 왜 인사를 하는지도 모르는 직원에게 악수를 청하는 날이 올지 모르는 일 아닌가.

50대여,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초등학교 동창생들, 모두 50이 넘은 나이에 제 잘났다고들 떠들어댔다.
초등학교 동창생들, 모두 50이 넘은 나이에 제 잘났다고들 떠들어댔다. ⓒ 신광태

평소 치과엔 잘 가지 않았다. 겁이 좀 많은 편이다. 이를 뽑는 것도 그렇고, 주사를 맞는 건 죽기보다 싫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가 엉망이다. 얼마 전 아랫니가 빠졌다. 발음이 좀 샌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대화할 때 자꾸 이를 의식하게 된다는 거다. 그것이 결국 자신감 결여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내친김에 치과로 가 견적을 내기로 했다.

"1050만 원인데, 추천을 받으셨으니까 950만 원까지 해드리겠습니다."

친절한 간호사는 '임플란트가 최소 6대는 들어가야 하고 정상인처럼 만드는 데 최소 1050만 원이 들어간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도대체 이게 인간의 구강구조냐?'라는 것 같았다.

"아플까요?"

비용에 대한 걱정이 먼저일 텐데, 아픈지를 물었다. 역시 간호사는 예쁜 이를 드러내며 웃기만 한다. 아프단 의미다.

"그러게 평소에 이 아프면 치과 가라고 내가 몇 번 말했어!"

한동안 설교를 한 아내는 결국 대출을 내잔다. 아이들 학자금을 내거나 옷을 사는 건 아깝지 않은데, 치아 수선(?)을 위해 들여야 되는 돈은 왜 아까운지 모르겠다.

50대 나이. 머리가 빠지고 배가 나오고 이 또한 엉망이 되는 나이. 또 있다. 가슴도 어린 시절 본 우리 할머니 가슴처럼 처졌다. 젊은 날, 배가 나온 사람을 보면 그건 게으름의 결과라 생각했다. 그러나 50대인 내가 직면한 현실을 보면 꼭 게으르기 때문은 아닌 듯하다.

50대여, 희망을 갖자. 육신은 한낱 비곗덩이에 불과하거늘, 왜 그것을 부여잡고 늙음이라 말하는가. 당신이 해야 할 일들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성취감에 가슴 설레 잠 못 이루는 날도 수없이 많을 거다.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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