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송철호 변호사가 7월 2일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출마회견을 열고 7·30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 범야권 시민후보'로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출마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그는, 지난 6월 11일 조승수 정의당 울산시당위원장이 야권과 민주노총, 시민사회에 "무소속 시민후보를 내자"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인 것.
지역 시민사회는 그동안 7·30 남구 을 보궐선거 시민후보로 송 변호사를 논의해 왔다. 아직 후보를 낼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은 통합진보당의 결정이 조만간 나오면 송 변호사에 대한 본격적인 시민후보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송 변호사는 "6·4 지방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는 야권분열이었고, 민주화운동 선배로서 야권이 분열된 데 대해 깊은 반성과 사과를 드린다"며 "새정치연합 당원들이 탈당하는 것을 만류했지만 분열로 치닫는 야권의 통합을 위해 제가 먼저 험한 길로 나서기로 마음 먹은 것"이라고 무소속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의 슬로건으로 '유쾌한 견제'를 강조했다. 불쾌하지 않게, 6·4 지방선거로 형성된 새누리당 일당독주를 견제해 민주주의를 지키는 한편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울산을 안전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입장이다.
송철호 변호사의 7번 째 도전, 그 결과는?송철호 변호사는 지난 20여 년간 울산에서 총선 4번, 시장 선거 2번 등 6번을 출마했다가 모두 고배를 마셨다. 가장 최근의 출마는 2012년 총선이었고, 송 변호사는 이에 대해 "당시 문재인 후보와 낙동강 벨트 만들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에서는 6선 낙선 후 7번째 도전하는 송철호 변호사를 두고 지역주의 폐해에 의한 대표적 피해사례라고 보고 있다.
송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거때마다 떨어진 주된 이유가 저의 부족함 외에도 '울산사람이 아니고 호남사람이다'는 선동 때문이었다"며 "부산에서 나고 자라다 잠시 고향인 전북 익산에 계신 할머니께 맡겨져 자란 적이 있다"며 지역주의 풍토를 우회 비판했다.
송철호 변호사는 지난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지역 맹주이던 민정당 김태호 사무총장과 맞붙어 석패한 후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와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역시 낙선했다. 또한 1998년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시장 후보로 나서 역시 한나라당 후보에 패했다.
그를 항상 괴롭힌 것 바로 '송철호=전라도'라는 논리였다. 이 논리가 선거에 먹혀들어왔다는 것은 울산지역에서 그동안 전라도를 얼마나 비하해왔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김두겸 전 남구청장과 새누리당 공천 경선을 벌이고 있는 박맹우 전 시장과 맞대결을 벌였던 2002년 지방선거는 지역주의 선동이 극에 달한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당시 한 지역 일간지는 선거일을 앞두고 연일 1면 머릿기사로 "송철호 호남출신" "송철호 철새 정치인 확인" 식의 보도를 이어갔고 연속된 이런 보도는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야권 대표로 울산시장 선거에 나선 그는 선거 수개월 전만 해도 각종 언론 여론조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월등히 앞섰다. 하지만 지역언론의 거듭된 '전라도 출신' 프레임으로 몇 개월 사이에 판세가 뒤집어졌다. 송 변호사는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서 43.61%를 얻었지만 박맹우 전 시장이 53.07%를 획득했다.
이와 관련 송철호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2년 지방선거 당시 마지막 여론조사인MBC 울산방송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에게 18%포인트 앞섰지만 선거 결과는 판이했다"고 술회했다.
송 변호사는 "울산 출생이 아닌 사람도 진정한 울산사람으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저의 삶의 출발이 울산은 아니지만 1987년 이후 서민과 노동자를 사랑하는 인권변호사로서, 시민운동가로서, 울산을 사랑하는 울산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송철호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울산광역시 승격운동과 KTX 울산역 유치, 울산국립대 유치 등에 앞장선 일을 상기하며 당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7·30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무소속 시민후보를 제안한 정의당 조승수 시당위원장은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통합진보당은 현재 후보를 낼 것인가를 두고 당내에서 논의중이며 주말께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송 변호사가 탈당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재 중앙당의 지침을 기다리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