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또 두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을 위한 노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가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지난 해 공동성명 문구보다 북핵을 겨냥한 반대 수위가 한단계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북핵 직접 언급 없이 "한반도 핵무기 개발 확고히 반대"
청와대는 설명자료를 통해 "작년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심각한 위협'임을 강조한데 이어, 금년에는 한 단계 나아가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을 한중 정상회담 문서상 최초 대외 표명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북핵'을 직접 언급하기 보다는 과거에 해왔던 대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는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6자회담의 목표가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라고 명시한 이래 국제적 문서에서는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 한반도 비핵화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며 "중국 지도자들은 정상화담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북한의 핵보유와 추가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하면서 비핵화 대상이 북한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에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중국 측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에 그동안 부정적이었다. 한반도 핵 문제에 미군의 핵우산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두 정상은 또 6자회담 재개 조건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측은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관련 당사국들이 6자회담 프로세스를 꾸준히 추진하며 이 과정에서 관련 당사국들이 상호존중의 정신 하에 양자 및 다자간 소통과 조율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6자 회담 재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6자회담 재개 조건이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된 것은 북한의 조건 없는 대화 재개 요구에 한중 양국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6자 회담 재개 동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우경화엔 침묵남북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등 드레스덴 구상을 설명했고, 시진핑 주석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측의 노력을 적극 평가했다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청와대는 "드레스덴 통일 구상을 북한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레스덴 구상의 핵심 요소에 대한 지지를 중국 측으로부터 최초로 확보했다"며 "향후 북한 비핵화 실현 및 남북 관계 진전에 있어 한중간 강화된 전략적 협력을 위한 확고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에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 훼손 시도와 헌법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자위권 행사 등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정상회담 후 채택된 부속서에서 "양측은 한중일 3국 협력이 각각의 발전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3국 협력의 견실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내놨다.
또 역사 연구 주요 연구기관간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공동연구, 복사 및 상호 기증 등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수준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는데 그쳤다.
한중 FTA 탄력 받을 듯... "연중 타결 노력 강화"두 정상은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의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 양국간 금융인프라 구축에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이 지정되고 중국 측은 한국 측에 800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자(RQFII)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거래를 통해 확보된 위안회를 중국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현재 주로 홍콩을 통해 이루어지는 위안화 청산결제가 국내에서 일일 단위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소재 중국계 은행을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하기로 했다"며 "달러를 매개할 필요가 없는 직거래에 따른 환전수수료 절감 등 거래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중국 기업들의 환리스크 해소 등으로 양국간 교역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판다 한쌍, 시진핑 주석의 선물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판다 한쌍을 선물했다. 시 주석은 지난 해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따오기를 선물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판다 한쌍에 대해 "한국 우호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단독 정상화담에 이어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위로의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에도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중·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나라이고 좋은 동반자"라며 "이번 기회를 빌려 다시 한 번 세월호 사고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