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북한이탈주민은 대략 2만 명이고, 이들 가운데 6천여 명이 경기도에서 거주하고 있다. 광명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350여 명이라고 한다. 광명시는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정착하고 싶어 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서울에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살기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 광명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의 말이다.
이와 관련, 박종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아래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장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잘 해주고 관심을 많이 쏟고 있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광명시 거주 북한이탈주민 30여 명이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나들이를 다녀왔다.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체험' 행사로 민주평통의 광명시협의회가 주최하고, 광명시와 광명시의회, 광명경찰서가 후원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국내 여행지 가운데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히는 곳은 제주도. 때문에 문화체험 대상지역으로 제주도가 선정됐다. 이번에 제주도에 다녀온 북한이탈주민들은 대부분 "재미있고 행복한 여행이었다"며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통일됐을 때 북한이탈주민들이 완충역할 할 것"지난 2일, 이번 문화행사를 주최한 박종덕 민주평통 광명시협의회장을 광명시청 민주평통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회장은 "광명시가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2011년부터 문화체험행사를 시작했다"며 "북한이탈주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아 오해를 하게 되고, (남한) 체제를 잘 모르니까 불만을 갖는 것 같아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적응해서 더불어 같이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이들이 열심히 일해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매년 하는 문화체험행사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박 회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아파트에 모여 살면서 그들끼리만 교류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그 때문에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들이 남한으로 넘어올 때는 큰 기대를 갖고 왔지만, 북한이탈주민 수가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해 불만스러워하는 것을 많이 봤다. 그런 불만과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게 하려면 대화를 통해서 소통의 폭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대화를 하려고 해도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 문화체험 행사 참여를 통해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스킨십을 넓혀 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과 북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사람들이다. 현재 이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하거나 송금을 하면서 남한의 상황을 알게 모르게 알리고 있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통일이 대박인 것은 맞는데, 통일이 되어도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체제와 문화 때문에 서로 이해하지 못해 갈등과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때 북한이탈주민들이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잘 잡을 수 있게 우리가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게 맞다."박 회장은 이들의 정착을 돕는 사업의 일환으로 텃밭 가꾸기를 할 수 있게 사유지 700평을 무상으로 임대했다. 4년 전부터 시작된 '북한이탈주민 사랑밭 가꾸기'는 참여 열기가 아주 높다. 현재 40여 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텃밭 관리는 광명경찰서에서 하고 있다.
박 회장은 "텃밭을 분양받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땅을 더 만들어 주어야 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 회장은 "저도 텃밭을 가꾸고 있어서 밭에서 농산물이 제법 나오는데, 텃밭을 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가지나 토마토, 감자 같은 것들을 먹어보라고 가져올 때 정말 기분이 좋다"며 "텃밭 가꾸기를 통해서 더 많이 가까워진 같다"고 말했다.
"1년에 한 번 하는 문화체험 행사를 봄과 가을로 확대해서 더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을 것 같다. 행사 외에도 앞으로 더 자주 이들을 만나려고 한다. 자주 만나야 속내도 서로 이야기하게 되고 더 가까워진다. 이런 만남의 자리를 우리 평통 위원들뿐만 아니라 공무원, 시의원,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넓혀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