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과 유기홍 대변인이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관련 브리핑을 위해 당대표 회의실을 찾았다. 그러나 기자들을 만날 수 없었다. 허동준 동작지역위원장이 문 앞을 막아섰다. 그는 "대표들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발표를 하려면 대표들이 직접 와서 하라"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서울 동작을 지역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전략공천을 결정했다. 애초 기 전 부시장은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로써 14년 동안 동작구에서 터를 닦은 허 위원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허 위원장은 단독 공천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안철수 공동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주 총장과 유 대변인은 몇 시간 뒤 자리를 옮겨 당 대변인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허 위원장은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당 대표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당 대표의 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지 못 했고, 기 전 부시장의 전략공천이 민심과 당원의 뜻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도 "지역에서 고생한 나에게 퍼져있는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자비를 들여 여론조사까지 따로 했다. 내가 김문수든 김황식이든 누가 상대후보가 돼도 다 이기는 걸로 나왔다"라며 "적어도 14년 동안 지역을 지켰으면 한번쯤 기회를 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했다.
이어 "기동민 전략공천은 박원순 시장을 끌어들인 것이다. 이건 나도, 기동민도, 박원순도 죽이는 결정"이라며 "기동민 후보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민심은 철새정치에 반대한다. 지역 민심도 외면하고 당원의 뜻도 외면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 대표 면담을 통해 전략공천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구민과 당원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허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14년 고생한 사람에게 의견이라도 묻는 게 예의"- 갑작스럽게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전략공천이 이뤄졌다.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나?"정말 그렇게 결정할 줄 몰랐다. 지난달 24일 안철수 대표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동작을 공천 관련해서 자신이 '금태섭 대변인 전략공천을 이야기 한 적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후보가 정해지면 최강최적의 후보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조사를 해서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나한테 상대후보가 언제쯤 정해질 것 같은지 묻기도 했다. 내가 6일 정도면 결정될 것 같다고 하니까, 안 대표는 '(동작을 공천은) 그럼 그 이후에나 되겠다'라고 말했다. 주승용 사무총장도 '광주 광산 공천문제가 복잡해서 동작을은 조금 늦어질 거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럼 후보등록 직전인 9일 정도나 될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당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무슨 이유 때문인가?"우선 당의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안철수, 김한길 두 공동대표의 결정이지 당의 결정이 아니다."
- 그렇다면 두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처음에는 나를 단독 공천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지역에서 고생한 나에게 퍼져있는 동정심과 측은지심에 호소하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자비를 들여 여론조사까지 따로 했다. 안 대표가 윤장현 후보를 선택할 때 했던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충분히 객관적으로 조사했다. 거기서 내가 김문수든 김황식이든 누가 상대후보가 돼도 다 이기는 걸로 나왔다. 양 대표에게 보여드렸고, 공천관리위에도 제출했다. 승리할 수 있는 후보로 경쟁력도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14년 동안 지역을 지켰으면 한번쯤 기회를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동작을에 출마를 선언한 5명의 후보가 경선을 하자고 했다. 내가 그걸 받아들이고 함께 전략공천 반대에 나섰다. 그래서 최소한 경선결정을 할 줄 알았다. 이번 결정은 전혀 민주적 의사결정이 아니다. 그 결정을 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조경태, 신경민 최고위원과 박영선 원내대표 같은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참석하지 않거나, 자리를 잠시 비우고 있을 때 기습적으로 처리됐다.
또 민주적 의사 결정을 담보할 기구가 없다. 재심의를 청구할 수 없다. 재판도 세 번은 해야 하는 건데, 지금 당에는 재심의를 요청할 기구조차 없다. 예전에는 당무위원회가 있어 할 수 있었다. 통합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가건물 상태다. 두 대표의 결정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걸 바로 잡을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민주적인 것이다. 무슨 여론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어떤 샘플로 했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인정할 수 없다. 최소한 14년을 고생한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라도 하는 게 예의다."
- 14년 동안 지역에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간단히 설명해 달라."2000년에 처음 동작에서 출마를 준비했다. 당시 당은 이용태 의원에게 전략공천을 줬다. 이계안, 정동영이 전략공천으로 왔을 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계안 후보 때는 한 달을 넘게 야전침대에서 자면서 선거를 도왔다. 정동영 후보에게는 내 후원회 사무실도 내주고 열심히 선거를 뛰었다. 2012년에는 부당경선 의혹이 있었지만 역시 한마디도 안 하고 참았다. 또 7년 동안 당에서 상근 부대변인을 하면서 무급으로 당에 봉사하며 살았다. 낮밤으로 기자들을 만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단 한 번도 전략공천, 비례대표 내놓으라고 한 적 없다. 스스로 젊다는 생각과 정치를 하려고 했을 때의 초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게 정치다. 그러니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정치를 공학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우직하게 살아왔다. 그 사이 지역위원장을 세 번 했다. 2010년에는 12년 만에 동작구청장을 되찾아 왔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당선이 어려운 지역으로 분류됐지만 이겼다. 제가 (지역에서) 치른 선거는 다 이겼다."
"새로운 인물? 확장성? 기동민으로는 100% 진다"- 당에서는 기동민 후보 전략공천과 관련해 "새로운 인물"이라는 것과, "확장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당의 민주적 의사 결정이 있었냐가 첫 번째 논점이고, 두 번째가 후보의 문제다. 기동민 전략공천은 박원순 시장을 끌어들인 것이다. 이건 나도, 기동민도, 박원순도 죽이는 결정이다.
동작을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정당지지율이 15%p 차이 나는 곳이다. 정당 대 정당으로 붙으면 우리가 무조건 진다. 그럼에도 2010년, 2014년 동작구청장 선거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생활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구청장과 당정협의를 하고 주민간담회를 열면서 아주 고질적인 민원들을 해결해 왔다. 그 진정성을 믿고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분들이 우리를 찍어준 것이다. 물론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파와 박원순 효과도 있었지만, 주민 눈높이에 맞는 활동과 복합적인 노력으로 이길 수 있었다.
새로운 인물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럼 나는 뭔가? 당황스럽다. 여기 출마하려다 저기로 가고, 저기 출마하려다 여기로 오는 사람들은 신진이라고 할 수 없다. 끈질기게 한 지역에서 땀 흘린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에 맞는 인물이다. 물론 기동민 후보는 훌륭한 사람이다. 하지만 민심은 철새정치에 반대한다. 지역 민심도 외면하고 당원의 뜻도 외면한 결정이다. 지역주민들이 (전략공천에) 동의하지 않는데, 무슨 확장성이 있나? 박원순 시장이 공무원인데 선거운동 할 수 있나? 기동민으로 나가면 100% 진다."
- 현실적으로 봤을 때 두 대표가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두 대표는 당원들과 더 소통해야 한다. 당원들의 뜻도 묻고 저와 면담도 해야 한다. 결정했으니 밀어붙인다는 건 독재정권의 논리다. 당의 의사결정구조가 민주적으로 완결적이지 못하더라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당원의 뜻도 더 물어보고 지역의 민심이 어떤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어떤 샘플로 했는지도 모르는 여론조사를 명분 삼으면 안 된다. 정말 전문가들 모아서 몇 시간 논의하고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승복하겠다."
"민주정부 집권 10년에 반성 있어야... 노동 문제 해결하고 싶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생각인가? 탈당과 무소속 출마까지 생각하고 있나?"먼저 기동민 전 부시장의 뜻을 확인해야겠다. 나의 20년 지기이고 동지다. 가족들끼리도 아주 친하다. 그분도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를 지지해 준 의원들과도 (향후 거취 관련한) 상의를 해야 한다.
저는 혼자 몸이 아니다. 또 제 고민의 중심은 동작구민과 당원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포함해 모든 것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구민과 당원들을 만날 생각이다."
-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가?"지금 일어나는 사회 문제를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우리도 10년 집권을 했다. 그 10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가 집권했을 때 시작된 문제도 있다. 우리가 부족해서, 우리가 몰라서 지금까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면 국민들께 이해를 구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런 바탕이 있어야만 우리의 길을 제시할 수 있고,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도 동의를 구할 수 있다. 내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건 출세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타협했으면 이미 됐을 수도 있다. 나는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그래서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정치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노동자들의 죽음과, 그들의 가정해체를 보면서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 노동현장의 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고 싶었다. 특히 노동자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고 있는 손해배상가압류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싶다. 우리가 집권하고 있을 때 시작된 문제다. 국회의원 한 명이 목숨 걸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