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8월 29일 오후 6시 40분]서울에서 차로 이동하면 3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에 '군산'이라는 도시가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군산이라는 지명이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비빔밥과 한옥마을로 유명한 전주와 함께 군산을 묶어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작은 도시 군산이 여행지로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최초의 빵집으로 유명한 '이성당',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 마을', 우리나라 5대 짬뽕집 중 하나인 '복성루'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 영화 <타짜>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일본식 저택인 '히로쓰 가옥' 때문에 군산을 찾는 이들도 많다. 이 두 관광지는 한국 속 일본을 느낄 수 있는 관광 코스로 꼽힌다.
한국 속의 일본을 찾을 수 있는 곳, 군산동국사와 히로쓰 가옥에 일본식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왜일까?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군산은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개항한 항구 도시였다. 때문에 유난히 근대 시기의 문화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동국사나 히로쓰 가옥 이외에도 구(舊) 군산세관과 구(舊) 조선은행도 만날 수 있다.
히로쓰 가옥의 주인인 히로쓰는 일제 강점기 당시 군산 지역의 유명한 포목상이었다. 그는 쌀 현물 투기로 큰 돈을 모아 이 가옥을 지었다. 히로쓰 가옥은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전통 일본식 목조기와 형태를 띠고 있다. 이 곳을 찾으면 일본식 정원과 가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길고 좁은 복도를 비롯해 방마다 깔린 다다미에서 일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동국사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사찰과는 다르다. 이 사찰은 일본 에도 시대의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다. 건물 외벽에 창문이 많이 달려 있고, 종도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위쪽에 달려 있으며 그 크기도 작다. 우리나라와 달리 처마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동국사로 가는 길은 '2012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받았다고 하니, 동국사까지 가는 길도 여행의 재미를 더할 듯 싶다. 비록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소소한 이국적 정취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군산은 분명 추천할 만한 곳이다.
나가사키, 일본 속의 작은 유럽이 느껴지는 곳일본에도 군산처럼 이국적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도시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나가사키가 있다. 나가사키가 자랑하는 관광 명소 '구라바엔'과 '하우스 텐 보스' 모두 서양식 건축물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약 40년간 자유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나가사키에는 외국인 상인들이 거주하는 서양식 저택이 많이 건축되었다.
구라바엔(グラバー園)은 (舊) 구라바 저택이 있는 미나미야마테 언덕에 위치한 정원으로 1970년에 조성됐다. 점차 사라져가는 근대식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지어진 정원으로 이곳의 건물들은 1863년 영국 상인 토머스 글로버에 의해 처음 지어졌다. 탁 트인 베란다와 고풍스러운 지붕이 눈에 띄는 이곳은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 <나비 부인>의 무대로도 유명하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즐기며 나가사키 항구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가득하지만, 꽃이 만발할 때 찾는다면 더욱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시즌에 한해, 야간개장을 하는데, 이때 구라바엔을 찾는다면 세계 3대 야경으로도 선정된 나가사키의 야경도 잠깐 엿볼 수 있다.
하우스 텐 보스(Huis Ten Bosch)의 또 다른 이름은 '일본 속의 네덜란드'다. 네덜란드어로 '숲 속의 집'이라는 뜻의 하우스 텐 보스는 대형 테마파크다. 공원 내에 이국적 양식의 우체국·은행·소방서 등도 있어서 마치 작은 도시인 것 같다.
작은 네덜란드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모든 건축 자재를 네덜란드에서 공수했다고 전해진다. 겨울에는 1000만 개의 전구가 빛을 발하는 '빛의 왕국' 조명을 볼 수 있고, 봄에는 각종 꽃이 만개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7세기의 네덜란드 사람들은 별장의 정원을 잔디밭·분수·조각상으로 장식했는데, 하우스 텐 보스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발을 디디고 나면, 동양과는 사뭇 다른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마치 유럽에 여행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국 속의 일본, 일본 속의 네덜란드!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세계로 짧은 여행을 떠나 봄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