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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나무> 겉표지
<속죄나무>겉표지 ⓒ 문학수첩
어느날 갑자기 자신에게 거액의 돈이 들어온다고 상상해보자. 마치 로또 1등을 독식한 듯이 수백억의 돈이 자신에게 생긴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처음에는 놀라겠지만 그 다음에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 것이다.

부작용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복권에 당첨된거라면 그 사실을 숨기고 어디론가 잠적하면 그만이다.

반면에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산을 둘러싼 분쟁과 소송은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는 일이었다. 누군가가 물려받은 유산이, 주변 친인척들이 보기에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때부터 피곤한 일이 벌어진다.

소송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많은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동안 있는 줄도 모르고 지냈던 친척과 친구들이 떡고물을 노리고 속속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커다란 혼란이 시작된다. 많은 돈이 생긴다는 것은 기쁜 일이면서 동시에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많은 재산을 남기고 자살한 백인

존 그리샴의 2013년 작품 <속죄나무>에서 한 흑인여성은 어느날 자신의 고용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는다. 작품의 무대는 1988년 미국의 미시시피주. 미국의 남부인만큼 흑인에 대한 차별이 다른 지역보다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71세의 노인 세스는 목재사업 등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암 투병 중이다. 그는 항암치료의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아니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는다. 집 근처의 숲속으로 들어가서 커다란 나무에 밧줄을 걸고 목을 매서 자살한다.

그는 과거에 2차례 결혼해서 2번 모두 이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2명의 자식과 4명의 손주들이 있지만 서로 애정이 없기 때문에 거의 왕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누구에게 물려줄까. 세스는 자살하기 전에 모두를 놀라게 할만한 유언장을 직접 작성한다.

세스의 재산은 현금만 약 2천만 달러. 그 중에서 90%를 3년 동안 자신의 병수발을 들어준 중년의 흑인 여성 가정부에게 물려주기로 한 것이다. 2명의 자식은 물론이고 4명의 손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스는 유언장을 통해서 '그들은 고통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라고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당연히 자식들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소송에 나선다. 이제 싸움은 진흙탕으로 변한다. 부유한 백인 남성이 가난한 흑인 여성에게 거액의 돈을 남겼다. 그것도 흑백차별의 전통(?)이 남아있는 미국의 남부에서. 이것은 돈의 싸움이자 동시에 인종간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소송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소설에서 묘사하는 남부 흑인들의 역사

존 그리샴의 소설을 흔히 '법정소설'이라고 한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공방전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소설의 묘미는 법정에서 벌어지는 설전보다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인 것 같다.

변호사들은 증인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증인들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상대측 변호사가 어떤 꼼수를 부리는지 알아내려고 하고, 상대가 어떤 패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려 한다. 동시에 상대측 변호사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합의의 여지가 없는지 탐색한다.

이런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 그때는 법정에 서는 것이다. <속죄나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읽다보면 유산을 둘러싼 지저분한 싸움에도 관심이 가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국 남부 흑인들의 역사에도 눈을 돌리게 된다.

<속죄나무>가 발표된 것은 2013년, 아직까지 흑백차별의 아픔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유산싸움 보다도, 그 차별의 역사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 <속죄나무> 존 그리샴 지음 / 안종설 옮김. 문학수첩 펴냄.



속죄나무 2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문학수첩(2014)


#속죄나무#존 그리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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