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작업이 점점 막장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기동민 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이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기자회견 도중,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회견장에 난입하여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큰 위기다. 새누리당이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내세워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에, 해묵은 공천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당 지도부의 아마추어리즘은 심각한 수준이다. 애초에, 착실하게 '광주 광산을' 출마를 준비하던 사람에게 돌연 '서울 동작을'로 출마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더니, 이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진단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됐다.
기동민 전 부시장과 허동준 지역위원장은 학생운동 동지이자, 정치적으로는 민평련 안에서 함께 해 온 20년지기다. 하지만 선거가 뭐고 출마가 뭐길래, 이 둘의 소속 정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사이에 깊은 골을 파는 모양새다.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맞지 않는 처사를 한 것이다. 둘 중에 누가 이 사태를 원한 것도 아니고,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온전히 당 지도부가 저지른 일이다.
애초에 기동민 전 부시장의 전략공천은 긴 시간 동안 동작을에서 기반을 다지며 헌신해 왔던 허동준 지역위원장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다. '박원순의 사람'이라는 구호 하나를 내세우기 위해 그를 주저앉히고 기동민 전 부시장을 내리꽂는다면 그 파장은 절대 만만치 않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한길, 안철수 대표는 누가 봐도 예상 가능한, 그 단순한 사실 하나조차도 잡아내지 못하고 대응 방안 하나 세우지 못했는지,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동민 전 부시장은 기자회견에서 "20년 지기인 허동준 후보에게는 평생의 빚을 지게 되었다. 끝까지 노력해서 반드시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바르고 분명한 금태섭 변호사에게도 존경의 인사를 전한다. 강희용 전 시의원, 권정 변호사, 서영갑 전 시의원, 장진영 변호사께도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존경하는 노회찬 전 대표와는 어쩔 수 없다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당의 결정을 수용하며, 정의당과의 야권연대에도 응할 생각이 없음을 피력한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당 지도부의 의중대로 된 셈이다.
물론 당이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가정해볼 때, 이번 전략공천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 전 부시장과 허 위원장의 인지도는 크게 차이가 없다. 단지 차이는, 아까 언급했듯이 기 전 부시장 이름 옆에는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병기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가, 당 공천 작업에서 터지는 파열음을 모두 잠재우고 승리를 따낼 만큼 파괴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혹자는 이번 공천에 대해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안철수의 '박원순 죽이기'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기 전 부시장을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 마디로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벼랑에서 밀어 버린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실패할 경우, 박원순 시장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한, 박원순의 사람이 호남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으니, 여러 가지 이득이 있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당 지도부의 정치적 배려가 담겨 있다는 합리적 의심도 충분히 가능하다.
만일 7·30 재보선에서 야당이 대승을 거두고, 새누리당의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승리할 경우, 박근혜 정부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선거이자,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차기 총선과 대선의 승리로까지 나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번 선거에서 보이는 아마추어리즘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이제는 조기 전당대회라도 개최해서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도 고려해 볼 시기가 왔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