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 교회, 그중에서도 서울 시내에 위치한 대형 교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픽션이다. 주요 내용은, 신학대학원 출신인 청년부 목사 장세기가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극중 교회인 '서초교회'의 흥망성쇠이다.
서초교회는 담임목사가 바뀌면서 내홍을 겪는다. 전임 담임목사인 정지만 목사는 '원로목사'로 일하고, 새로 부임한 김건축 목사는 야만적이며, 내부교란 및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소문이 나있었다. 때문에 기존의 일부 목사들은 취임 이전에 미리 사퇴를 결심한다. (이취임식을 하기 전에 정 목사가 김 목사에게 사실 여부를 따져 물었으나, 김 목사는 소문에 대하여 발뺌했고, 교인으로서 목숨을 건다고까지 했다)
취임 후, 갖가지 쇼를 벌이고, 일반 목사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하고, 기존의 교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김 목사에 대해, 주인공 역시 처음에는 사퇴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담임목사와의 독대, 그리고 그의 회유책으로 인하여 어용으로 돌아섰다(결정적 원인은 기존의 활동비에 추가된 금전적 제공이었다).
이후 교회 측에서 벌이는 사사건건 마다 무감각해지고, 끝에는 그 협잡·모략의 끄나풀로 이용당한다. 종국에는, 원로목사인 정지만 목사가 모략에 휘말려 신경쇠약으로 소천했음에도, 장세기의 수첩에는 '정지만 원로목사의 소천과 사후대책'이라는 씁쓸한 메모만 남는다.
자본의 탈을 쓴 교회첫째, 신학이라는 이름에 정치라는 논리를 도입시켜, 마치 담임목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과 암투만이, 조직 내부에서 승진 및 성공을 보장하는 기회로 여긴다. 갑자기 제도권 언론에 교회 이름이 나가는가하면, 수가 뻔히 보이는 '가짜 영어 립싱크 기도'를 언론에 노출시킨다. 그러므로써 '글로벌 미션'을 강조하고, 교회목사가 영어회화 책을 펴내며 30여만 부가 팔린다. 후일 이 책을 두고 교회 목사 영입을 전제로 거래한 대필 파문이 터졌지만, 상관없다. 자기 심복들이 알아서 언론의 총알받이가 되어주니까. 종교적인 공간에 정작 성경에 대한 탐구는 뒷전이다.
둘째, 자본의 논리와 탈을 씌웠다. 중간에 주인공이 담임목사의 흰 봉투(=뇌물)를 받으며 회유책에 놀아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1인칭 서술이라 하마터면 감정이입이 될 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감투의 대가로 받은 돈의 일부를, 주인공은 자기 아내에게 사치로 허비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신학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정의를 명쾌히 알려준다면 좋을텐데... 소설 속 부부 모두 신학을 공부했지만, 결국에는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며 자본의 논리에 맞설 능력이 없는 평범한 소시민일 뿐인 것을...
셋째, 우민화이다.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 김건축은,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신도들을 우롱하고, 급기야는 '뱃지'를 달았네 말았네 하는 문제로 믿음의 정도를 검증하기에 이른다(마치 'XXX 개XX' 하며 사상검증을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더군다나 이 뱃지의 착용 여부와 부서별 착용 비율에 따라, 시말서까지 쓰게 만드는 완전한 '신상필벌'의 군대문화를 방불케 한다.
끝에는, 교회의 어떤 의혹에도 교회 측 해명과 여론조작을, 신도들은 그대로 믿어버리고, 급기야는 정기만 원로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훌리건'까지 등장한다.
권선징악적 결말이 아니어서 아쉬워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정신차리고 불합리함에 맞서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어떤 권선징악적 결말을 바랬는데, 끝까지 자신의 부하나 선배 목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 모략을 계속 구상하러가는 장면으로 작가는 끝을 맺었다. 여기서(원로목사의 소천) 그만두고 개척교회 등을 설립하는 설정으로 가기에는 주인공의 스탠스에서 위험이 많이 컸던 것일까?
저자인 옥성호는 자신의 경험을 위주로 여러 교회의 사례를 취합하여 소설을 썼다고 했지만, 필자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서초동의 그 교회를 떠올려본다. 지하 5층 높이로 뻥 뚫어놓은 그 교회의 새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는 신도들의 느낌은 어떨까? 새 성전의 위압감은 훨씬 크지만... 그와는 별개로 지난 1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인이 새 성전에 예배드리러 갔을 때에는, 아직도 교회 내부의 혁신파와 기득권의 갈등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