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영산강에 이어 낙동강에서도 큰빗이끼벌레 서식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9시께 한강 중·하류 지점에서도 큰빗이끼벌레가 관찰됐다.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된 구간은 청담대교 북단 아래서부터 원효대교 북단까지 15km 구간 중 성수대교 위쪽과 한강철교 위쪽 유속이 느린 두 구간이다.
지금까지 큰빗이끼벌레는 한강 상류인 팔당댐 위쪽, 북한강 상류 등지에서 발견된 바 있다. 한강 중·하류 구간에서도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견된 큰빗이끼벌레가 한강 중·하류 구간에서 자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강이 예전과 다른 생태 변화·유속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큰빗이끼벌레, 양파망처럼 매달려 있기도
한강 영동대교 북단부터 중랑천 합수부 구간. 이 구간은 유속이 느린 곳이다. 이곳에서 큰빗이끼벌레가 관찰됐다. 작은 큰빗이끼벌레는 야구공(지름 71.5mm~72.5mm)만했고, 큰 것은 농구공만했다(한국프로농구 공인구 기준 지름은 약 240mm). 물속에 가라앉은 큰빗이끼벌레도 있었고, 둥둥 떠다니는 것도 있었다.
성수대교 위쪽 구간은 유속이 느려서인지 물이 탁했다. 곳곳에 죽어서 떠오른 물고기도 보였다. 쓰레기와 뒤엉킨 물풀에는 큰빗이끼벌레가 풍선처럼 매달려 있기도 했다.
부서진 시멘트 구조물 옆으로는 녹조가 길게 형성돼 있었는데 큰빗이끼벌레가 양파망처럼 길게 매달려 있었다. 이곳은 예전에 한강물을 취수하던 곳이었다. 뚝 너머에는 정수장 건물과 수도박물관이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성수대교까지 관찰됐다.
동호대교와 반포대교까지의 구간에서 큰빗이끼벌레는 관찰되지 않았다. 중랑천과 합쳐지면서 유속이 빨라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강 떠다니는 큰빗이끼벌레도 발견
한강대교에서 한강철교 북단 사이 구간. 유속이 느려지는 이곳에서 다시 큰빗이끼벌레가 관찰됐다. 물속에 떠 있는 큰빗이끼벌레의 크기는 상당했다. 이를 건져 올리자 흐물흐물 흘러내림과 동시에 악취가 풍겼다. 이 구간에서는 강물 위에 떠다니는 큰빗이끼벌레도 관찰할 수 있었다.
큰빗이끼벌레 전문가로 알려진 최재석 강원대 환경연구소 교수는 9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큰빗이끼벌레 포자나 몸체에서 독성이 발견되지는 않았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큰빗이끼벌레의 겉은 자라지만 속은 썩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암모니아나 질산염 등 독성가스가 발생한다"라면서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인근 물고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큰빗이끼벌레의 대량 번식이 물고기 떼죽음과 수질오염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상류에 위치한 취수원 등에 대한 면밀한 수질 분석과 큰빗이끼벌레 서식이 확인된 곳에 이 생물의 증식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