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이 깊은 가운데,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개별보상에 합의하지 않은 유일한 마을이 있다. 10일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이는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로 한전 측에서는 계속해서 주민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주민들은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는 밀양 5개면 30개 마을에 총 69개의 철탑을 세우는 사업이다. 최근까지 한전은 이 사업에 송전선로 경과지 마을 29개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그동안 송전탑 공사에 적극 반대해온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 상동면 여수마을 등에서도 주민들이 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마을이 한전과 송전탑 공사에 합의했다는 것은 전체 주민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 개별보상을 받기로 했다는 말이다. 한전과 보상합의를 했다고 밝힌 29개 마을에서도 서명하지 않고 계속해서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는 주민들이 상당수 있다. 개별보상은 가구마다 평균 400만 원 안팎이다.
한전과 보상합의를 하지 않은 유일한 마을인 고답마을은 전체 마을 가구는 67세대로 추정되며, 주민들은 주로 과수농사를 짓고 있다. 이 마을 과수원에 '115번 철탑'이 세워진다.
고답마을 주민들은 철탑 예정 부지에 움막을 지어놓고 농성을 해왔다. 밀양시와 경찰은 지난 6월 11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움막을 강제철거했고, 한전은 이곳에 기초공사를 벌이고 있다. 움막농성장을 빼앗긴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투쟁을 다시 결의하고 있다.
최근 한전은 고답마을 주민들과 접촉하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대표 5인을 선정해 '보상합의 서명'을 받고 있는 것.
한전 관계자는 "담당자가 주민들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반대가 많아 아직 합의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민 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철탑 공사는 진행된다"며 "다만 주민 합의가 되면 공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주민들은 보상에 합의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41명의 서명을 받아 한전에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이재화 마을이장은 "주민들은 보상합의 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5일 컨테이너 사랑방 개장식을 가졌을 때도 많은 마을 주민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재화 이장은 "공무원들이 와서 자꾸 송전탑 건설 찬성여부를 묻는 마을회의를 열라고 하는데, 주민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며 "고답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에 찬성할 수 없다며 뭉쳐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115번 철탑 부지 옆에 과수원이 있어 가끔 가보는데, 공사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철탑이 마을 과수원에 들어서고 송전선로가 지나가게 되어 있는데, 밀양 전체 송전선로 가운데 우리 마을이 제일 피해가 크다. 그런데 어떻게 합의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윤애 마을부녀회장은 "움막농성장이 강제철거되었다고 해서 주민들의 분위기가 이전과 별로 차이가 없고, 주민들은 한 마음이다"며 "철탑이 들어서면 안 된다는 게 당연하고, 그것은 인체에 해로우니까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법무법인 희망법,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녹색법률센터 등으로 구성된 '밀양765kV 송전탑반대 주민법률지원단'이 밀양 송전탑 피해 주민들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 마을 주민들은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한전은 밀양 5개면에 총 69개의 송전철탑을 세우는데, 현재까지 51곳에서 철탑 조립을 마쳤고, 나머지 현장에서는 철탑 조립과 기초공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