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월호 국정조사에 참석한 김기춘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이 청와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재난의 최종 지휘본부는 안전행정부 장관이 본부장이 되는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이라고 하였다. 청와대에 법적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에 책임을 전가시킨 셈이다. 김기춘 실장이 법을 전공하는 분이니 법조문을 들여다본 후에 그 책임을 정부부처로 떠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을 들으며 식자우환이라는 고사가 생각났다. 세월호참사는 누가 뭐라고 하든 인재였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으로 인하여 국민 수 백명이 땅에 묻혀 죽었다면 국가적 불행으로 생각하며 국민들은 가족을 잃은 분들과 슬픔을 같이 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끝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를 원망하랴! 자연이 일으킨 불행인 것을!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철저한 인재였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근해에서 발생했으며, 배가 기울어진 상태이긴 하나 72시간이나 물 위에 떠 있었는데, 한 명도 구출하지 못한 것이었다. 고기잡이 어부들의 배도 침몰하는 세월호에 다가가며 혹시 물에 뛰어드는 승객이 있으면 한 명이라도 구출하고자 했을 만큼 근해에 발생한 사고였다. 이 재난사고의 전후를 생각하면 내가 유가족이 아니더라도 참으로 억울하고 통탄할 일이 벌어진 철저한 인재였던 것이다. 기동성 있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철저하게 컨트롤타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간대에 청와대는 무엇을 했나? 이미 보도된 대로이니 되풀이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참사가 벌어지는 시간 동안 청와대는 시간이 정지되어 있었거나 참사와 관련되는 한에 있어서 아예 청와대는 한국 땅에 없었다.
이것이 직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상황인데 김 비서실장은 세월호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이 청와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안행부라는 정부부처에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다. 이 답변이 나에게는 "그것은 내 손가락(안행부)이 잘못한 것이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다"라는 궤변처럼 들린다.
정부는 기계장치처럼 돌아가는 로봇이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라 인간이 영위하는 유기체적인 조직이다. 대한민국호가 바다를 운행하다가 선원의 잘못으로 파선하여 모든 승객이 죽게 되면 그것은 선장의 책임이지 그 잘못을 저지른 선원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치와도 통한다.
세월호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로 발생한 것이므로 대통령부터 책임감을 지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원적인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나마 슬프고 억울한 사람을 위로하는 길일 터인데 청와대에 법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변명부터 하는 소리를 듣게 되니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