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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대강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가 논란입니다. 이 기사는 큰빗이끼벌레를 의인화해 작성한 것입니다. - 기자말

2m까지 자란 큰빗이끼벌레
 2m까지 자란 큰빗이끼벌레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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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큰빗이끼벌레다. 외래종으로 북아메리카에서 주로 살았다. 유럽과 한반도·일본 등에서 생활한 적도 있다. 한국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뿌리를 내렸다. 깃털이끼벌레목 빗이끼벌레과에 속하는 나는 태형동물의 일종이고 반투명한 몸을 갖고 있다.

나의 표피에는 별 모양의 무늬가 숱하게 나 있다. 크기는 보통 축구공만하나 예외적으로 2미터까지 자라기도 한다. 하지만 생긴 것과 달리 몸이 약해 조금만 힘이 가해져도 부서지기 쉽다. 부디 나를 만질 때, 주의해주길 바란다. 주식은 조류와 원생동물·세균·유기물 조각 등이다. 나는 수초와 바위·그물 등에 붙어 생육한다.

최근 내 존재가 세간의 관심을 뜨겁게 받고 있다. 혹자는 최근 이어지는 인사청문회에 빗대어 '큰빗이끼벌레청문회가 열리고 있다'고 비꼬기도 한다. 그만큼 나에 대한 이야기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증명하듯 얼마 전, 내 이름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와 관련한 가장 큰 논란은 '위장전입'이다. 사건의 발달은 지난 6월 16일 금강에서 나의 존재가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저수지나 호수 등 유속이 거의 없는 지역에 살았던 경력이 문제가 됐다.

환경단체 등은 현장조사를 통해 영산강과 낙동강·한강 등에서 추가로 내 존재를 발견하고 4대강 사업의 황폐화를 지적했다. 보 건설로 물 흐르던 강이 정체된 호수로 변했고, 내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다. 지난 2008년 강원대학교 환경연구소의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물 흐름을 정체시키는 댐이 나와 같은 태형동물의 증식을 불러온다'고 분석했다. 해외연구결과도 있다. 체코의 찰스 대학에서 출간한 <환경과학유러피언저널> 학술지에 '댐 건설과 운하 건설, 늪지대 자원 개발' 등이 나의 생육에 연관이 크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국내에서 나와 관련한 이야기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2013년 국회에서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 당시 한명숙 민주당 의원은 "정체 수역이 된 4대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확산해 수생태계 변화가 우려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정부는 내가 오래전부터 강에 살았고 수질오염과 관련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계운 k-water(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11일 영산강에 방문해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환경부도 나를 대변했다. 환경부는 지난 4일 공식블로그를 통해 "큰빗이끼벌레는 물이 맑은 지역과 다소 오염된 곳 모두에서 발견된다, 수질 지표생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큰빗이끼벌레는 오염지역에서 생육이 어렵고 독성도 없어 자연생태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 나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솔직히 나도 어느 게 사실인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4대강 수문을 열어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유속이 느린 곳에서 발견된다. 4대강 사업에 따른 보 건설 때문에 강이 흐르지 않아 내가 발견되는 것 아닌가. 부디, 하루빨리 나와 관련한 논란이 종식되길 바란다.


태그:#큰빗이끼벌레,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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