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즐겨 마시는 직장인 윤주희(28)씨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의 가격을 비교해 구매한다. 귀찮긴 하지만 미리 가격정보를 비교해두면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박민정(24)씨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와인을 마셔야 할 때 콜키지(Corkage.손님이 다른 곳에서 사 가져간 와인을 마실 때 술잔 등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받는 돈) 서비스를 이용한다. 매번 덤터기 쓴 기분으로 와인을 먹느니, 조금 수고스러워도 와인을 들고 와서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콜키지 가격은 보통 만원이다. 레스토랑에서 파는 와인은 일반 소매점 가격보다 2만 원 정도 비싸게 팔기 때문에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가격 면으로 따져봤을 때, 전혀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수입 와인이어도 국내 유통 업체마다 유통마진이 다르게 책정 돼 상점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다. '옐로 테일즈 쉬라즈'와 '마주앙 메독'은 부담 없는 가격과 부드러운 맛으로 대중 와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와인을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13일 취재 결과, 롯데주류에서 유통하는 '옐로우테일 쉬라즈'(750ml)는 세븐일레븐에서 1만6500원, 롯데백화점에서 1만4000원, 이마트에서 1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같은 업체에서 유통되는 '마주앙 메독'(750ml)도 세븐일레븐에서는 1만5000원, 롯데 백화점에서는 2만4000원, 이마트에서는 1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일반 판매점에서도 가격 차이가 나는 와인이 와인바나 카페에서 판매되면 더 널을 뛴다. 젊은 사람들이 와인을 자주 마시는 홍대 와인바에서 '옐로우테일 쉬라즈'는 3만3000원~ 3만 5000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고, 가로수길 카페에서도 3만5000원에 판매 되고 있다.
평소 와인을 즐겨 마시는 박민정씨는 밖에서 와인을 먹을 때면 바가지를 쓴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와인이 마트에서 행사하면 1만 원도 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딱히 와인 가격이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따질 수도 없고, 또 그랬다간 진상고객이 될 것 같다"고 푸념했다.
대중적인 와인뿐만 아니라 고급 와인의 경우도 가격 차이는 여전했다. 13일 '모엣샹동 임페리얼'(750ml)은 현대백화점에서 7만3000원,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7만2000원에 판매됐다. 게다가 롯데백화점의 경우에는 할인 행사로 5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같은 와인이지만 가격차이가 2만 원 이상 나는 셈이다.
와인 가격이 소매점 마다 차이나는 이유는 주류업체로부터 와인을 공급받은 판매업체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주세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수입 업체가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의 거래도 가능해졌으나 그 비중은 크지 않다.
여전히 수입업자가 수입을 해온 각각의 와인은 다양한 중간 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유통돼, 가격이 들쑬 날쑥한 게 현실이다. 판매업체가 수입업체로부터 납품 받은 와인의 가격을 정할 때는 어떠한 법적 기준도 없어 판매업체 측이 정하는 대로 팔 수 있다.
수입 주류의 경우 와인뿐만 아니라 맥주도 소매점 별로 가격차이가 있었지만, 와인만큼 큰 차이는 아니었다. 버드와이저(335ml)는 세븐일레븐에서 2400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신세계백화점에서는 1800원에 팔리고 있다. 삿포로(350ml)의 경우 두 곳 모두 32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와인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해당 유통업체와 정부는 유통 구조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와인을 수입해서 소매점에 납품하는 역할만 해서 편의점이나 백화점이 정한 가격을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도 "시장경제 원리상 그런 것이니 우리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런 업체와 공정위의 행태에 소비자시민연대는 "제품가격 측정을 유통구조로만 돌리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오랫동안 소비자만 억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송지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