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지연되었음에도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한참을 기다린 경우, 피해자 등 재판 당사자임에도 재판의 기본적인 절차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해 법정에서 헤매는 경우를 목격한 사례도 있었다. 한 피해자 가족의 경우 재판 공지 시간에 맞추어 법정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따로 통보하지 않은 채 재판을 일찍 진행하여 법정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재판 결과를 알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였다."(사)부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 '햇살'이 2013년 한 해 동안 부산고등법원·부산지방법원의 상담 접수된 민·형사 재판 153건(324회)에 대한 법정모니터링 분석 결과, 이같이 지적했다. 재판 지연 등에 대해, 이 단체는 "재판이 지연될 경우 사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며, 법뿐만 아니라 재판 시간 또한 준수하는 법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햇살'은 15일 "범죄 피해자, 법에 말을 걸다"는 제목으로 '2013년 범죄피해자 인권 지킴이단 법정모니터 활동 보고서'를 냈다. 범죄피해자인권지킴이단 53명이 법정모니터에 참여했다.
재판 늦어진 경우 많아... "사유 설명하고 양해 구하는 게 의무"
이번 법정모니터 대상(324회)을 사건별로 보면, 성폭력 사건 192건(59%)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상해 66건(20%), 살인 50건(16%), 기타 16건(5%)이었으며, 유형별로 보면 강간 79건, 강간 등 상해치상 73건, 상해 66건 등이었다.
재판이 늦어진 경우가 많았다. 모니터링 대상 재판 가운데 129회의 재판이 지연되었는데, 늦어진 사유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한 사례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
재판 때 판사·검사·변호사의 목소리 크기 적정 여부를 조사했는데, 적정하다는 평가는 판사가 높게 나왔지만 검사·변호사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판사들은 마이크를 잘 사용하지만 검사·변호사들은 마이크를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말의 속도 적정 여부에 대해, 판사는 적정하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검사와 변호사는 적정하다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보통이거나 미흡하다는 답변이 높았다.
판사·검사·변호사가 발언할 때 반말 혹은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를 자제하였는지에 대한 결과, 판사>검사>변호사 순으로 적정하다고 나타났다. '햇살'은 "법조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반말이나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의 사투리는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법정 용어의 설명 여부에 대해, '햇살'은 "판사·검사·변호사 모두 긍정적인 의견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법조인에게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법정용어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법정용어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어려운 법정용어 사용한다면 '공개주의원칙' 유명무실해져"범죄피해자인권지킴이단은 법정모니터 활동 소감을 통해 여러 가지 지적을 했는데, "피해자를 존중하는 어투가 아니라 '지적장애인'이라서 성폭력에 대한 수치심이 남보다 덜하는 식으로 말했다"고, "검사 측의 심문은 늘 형식적이고 뻔한 질문이라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지킴이단은 "자신이 변호할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변호인은 자신의 피고인의 구속 여부조차도 모르고 있었고, 피고인과 소통이 되지 않는 변호인을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재판부가 처음 시작할 때 변호사한테 10분 안에 재판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뉘앙스로 말했고 이에 변호사가 빨리 진행해보겠다며 속사포 랩을 하듯이 말했는데, 조금만 재판 진행에 여유를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햇살'은 이번 모니터 결과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나 검사·변호사의 막말을 다룬 뉴스가 때때로 나오는데 비해 햇살이 참여한 재판에서는 그러한 사건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종래의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사법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재판부와 소송 관계자들의 노력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햇살'은 "어려운 법정용어에 대한 설명 여부에 관련하여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공개재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재판에 참여한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재판이 진행된다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의 공개주의원칙이 실질적으로 유명무실해질 수밖애 없다, 재판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법정용어를 순화하고 설명을 통해 피해자와 방청객 등 일반 국민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재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인들은 그들만의 법원이 되지 않도록 법정모니터링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법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판사·검사·변호사는 하루에도 많은 수의 사건을 다루다보니 한 사건, 한 사건이 업무로 느껴질 수 있지만, 피해자와 피고인에게 한 사건이란 평생에 한 번 있을만한 중대한 사건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건을 단순히 자신의 업무의 일환이라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사건 당사자들이 보다 적절한 배려를 받으며 재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