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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청사 탐방중 휠체어가 줄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전북도청사 탐방중 휠체어가 줄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 강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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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시민건축포럼단은 전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전북도청사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다 나은 도시환경을 위해 시민건축포럼단의 논의구조를 만들기 위한 실험의 일부였다.

특히 전북도청사는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본상'을 수상한 건물로,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도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이날 우리의 건축문화수준이란 것이 사람을 위한 기본적 배려조차 인색하다는 것만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공간은 노인, 아동, 임산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편하다. 이에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를 탄 장애인들과 동행한 전북도청사는 '적법'은 했지만, 이용하기에는 불편하고, 불합리하며, 심지어 위험한 순간들도 존재해 심각한 상황이었다. 첫출발을 시작했던 의회동은 입구부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문이 자동문이 아닌 관계로 장애인들의 휠체어 이동이 어려웠고, 방풍실의 여닫이문은 휠체어와 충돌할 것 같은 아슬아슬함으로 가슴을 조여왔다. 실제 몇몇은 부딪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출입문의 크기와 경사로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등에는 위배되지 않았지만 전동휠체어와 스쿠터의 실제 사용은 어려웠다. 수동휠체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과 수동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현실의 차이가 컸던 이유다. 그러다 보니 내부의 경사로는 전동휠체어와 스쿠터의 무게중심에 따라 뒤집어질 우려가 있었고, 화장실에서는 휠체어의 회전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청은 그나마 나은 형편이라고 장애인들이 한결같이 두둔하니 다른 공공기관들은 대체 어떻다는 것일지 짐작이 된다.

어린이와 어르신, 장애를 가진 이들과 아이를 가진 이들이 우리 사회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 건축물을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관련법에 상관없이 참으로 힘들고,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게 우리 사회이다. 적법한 건축물에서 생리현상을 위한 화장실조차 제대로 이용하기가 힘겨운 것이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시민들이 모여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공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전라북도 내 시, 군 청사를 대상으로 실제 사용의 편리하고 안전한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점진적으로 임산부, 어린이,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장애인, 노인 등을 포함한 복지시민사회단체, 시민, 학생, 정치인, 건축전문가 등과 함께 체험단 구성 및 실태조사 활동을 통해 실제 불편함과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여 인식 개선에 앞장설 예정이다.

법은 최소한의 규정이다. 우리 스스로가 누구나 사람으로서 법에 명시된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보장을 지켜줘야 한다. 이동권을 이야기하면 흔히 장애인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당사자는 우리 자신이다. 2011년 장애발생원인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질환 및 사고라는 후천적 원인이 90.5%에 달한다. 선천적 원인(4.6%), 출산시 원인(0.9%), 원인불명(4%)은 미비하다. 즉, 우리 모두가 장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또 우리는 언젠가 늙게 되어 있다.

나는 장애인들의 눈물겨운 투쟁에 고맙다. 그리고 언제나 빚진 마음이다. 내가 임산부가 되어 육아를 할 때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될 때도 이들이 힘겹게 이뤄놓은 많은 편의시설들을 내가 누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고마운 마음을 넘어 조그만 행동이라도 이어가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장애인 그들의 목소리가 곧 우리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인식하며 함께 답을 해주는 따뜻한 사회로의 변모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강미현님은 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입니다. 이글은 새전북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누구나 안전, #편안, #생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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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짓고 건축가를 만나라(효형출판)저자, 건축스튜디오 사람 공동대표, 건축사사무소 예감 cck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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