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별로 하자가 없는 장관을 왜 갈아치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청와대가 정 인물을 구하기 어려우면 유진룡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을 유임하라고 했다. 그런데 결국 면직 처리했다. 이유는? 국무회의에서 입바른 소리해서 박근혜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거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무슨 나라가 이런가?"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17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서남수 전 교육부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면직 처분한 데에 격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제안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식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전날 발생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막전막후를 상세히 알고 있었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달리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했다가 이튿날 아침 전격 사퇴하도록 한 배경을 설명했다. 설 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상세히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어제(16일) 아침까지도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당일(16일) 오전 교문위원들이 정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여러 경로로 전달했고, 그러다 진짜 '패가망신한다' 등의 내용을 전하자 청와대가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구나'라고 판단해 사퇴하는 걸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니까 정 후보자가 사퇴하기로 결정한 것은 어제(16일) 오전 타이밍"이라며 "만약 그 결정이 몇 시간 늦어져서 정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고, (추가폭로 하려던) 사건이 터졌다면 또 장관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 위원장은 "만약 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면 더 망신을 당했을 것"이라며 "더 망신 당하기 전에 청와대가 중간에 중단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인사 참사를 초래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철면피"라고 비판하고 "빠른 시간 안에 스스로 물러나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17일 설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유진룡 유임하라 했는데..."

큰사진보기
▲  "국무위원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당연히 해야 할 발언을 했을 뿐인데, 그걸 이유로 교체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서남수 교육부 장관, 유진룡 문체부 장관이 면직 처리됐다. 어떻게 보시나.
"서남수 장관이야 황우여 후보자가 나섰으니 당연한데, 유진룡 장관에 대해서는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좀 의아하다. 교문위원들에게 물어보니 유 장관은 문체부장관으로서 업무수행을 잘했다고 했다. 나름대로 소신도 있고, 문화체육관광분야에 견해도 있어서 나름 괜찮은 장관이었는데 왜 교체대상이 됐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고 했다.

정성근 후보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하자가 별로 없는 장관을 왜 갈아치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청와대가 정 인물 구하기 힘들면 유진룡 장관을 그냥 유임해라 이런 입장이었다. 또 그 입장을 여러 경로로 전했다. 인물 구하기 쉽지 않으면 유진룡 장관 그대로 둬도 괜찮다는 거였다. 그럼에도 오늘(17일) 당장 장관직을 공석으로 놓고 면직을 시켰으니 차관이 장관 대행을 해야 할 텐데 이것도 맞지 않는 얘기다. 이해를 못 하겠다."

- 박 대통령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나.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유 장관이 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눈 밖에 났다는 얘기가 있다. 눈 밖에 난 까닭은 그가 국무회의 석상에서 입바른 소리를 했다는 건대. 아니, 국무위원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당연히 해야 할 발언을 했을 뿐인데, 그걸 이유로 교체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굴러가려고 그러는 건가."

- 입바른 소리의 내용이 뭐로 알려졌나.
"세월호 참사 이후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데에 대해 국무위원 전체 장관들이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맞는 얘기 아닌가? 아니, 세월호 참사로 국무총리가 물러나야 할 상황이 됐다면 장관들이 전부 사퇴서를 써서 대통령에게 드리고 처분을 맡겨야 했던 것 아닌가. 그건 국민들이 요구하던 바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바른 소리를 한 사람을 자른다는 게 말이 되나. 도대체 무슨 나라가 이런가."

- 청문 대상에 오른 두 후보자가 다 낙마했다. 실제 청문회를 해본 소감이 어떤가.
"김명수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청와대 인사관련 비서관들이 딱 한 시간만 대화를 했더라면 아 이 사람은 안 되겠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분에 대해 청와대가 과연 이런 절차를 거쳤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우리 판단으로는 '아, 이건 하명사건이다' 그랬다. 대통령이 직접 뽑아서 이 사람으로 해, 하니까 밑의 사람들이 손도 못 대고 바로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올린 거다. 그러니 하자가 있는 사람인지 어떤지 알지도 못하고 올린 게다."

"박근혜 대통령 웬 고집이 그리 센가"

큰사진보기
▲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교체 없이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정성근 후보자의 경우는 어땠나.
"정 후보자는 시작부터 계속 거짓말이었다. 그것도 그냥 아니오를 예로 바꾼 정도가 아니라 교묘하게 창작을 해서 거짓말을 꾸며냈다.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 장관이 돼서야 되겠나. 문제는 김명수 후보와 마찬가지로 이 분도 전혀 검증이 안 됐더라. 내가 보기엔 이 분도 청와대가 직접 내리꽂은 경우 같다.

밑의 사람들이 검증을 제대로 하게끔 기회를 줘야 하는데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대통령이나 김기춘 실장이 '이 사람이다' 내리찍으니까 검증할 필요도 없게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수첩을 버려야 한다. 그 수첩에 남아 있는 사람도 없겠지만 당장 수첩부터 버려야 한다. 안 그러면 인사는 계속 실패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이리 고집이 세신가."

- 이런 식의 인사시스템이라면 새로운 장관 후보자도 과거와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다.
"청와대 인선 내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인사시스템의 교체 없이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또 청문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제발 안 그러길 희망한다."

-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김기춘 비서실장은 "인사문제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이 이같은 인사참극의 문제를 어떤 형태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 실장의 그 발언 직후 '정성근 후보자 사태'가 터졌다. 그럼 그 이전 인사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간다고 해도, 적어도 자신이 발언한 이후에 또 터진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 아닌가.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데 안 물러나는 거면 그건 심하게 말해 철면피라고밖에 말 못한다."

- 여권은 김명수·정성근 두 후보자에 대해 주로 어떤 인식이었나.
"청와대와 관계가 있으니까 기본적으로는 옹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막상 청문회를 통해 확인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던 모양이다. 내놓고 얘기는 못해도 사석에서는 전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을 내놓고…'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입은 딱 닫고 있었다.

그런데, 적어도 여당 의원들이 이건 아니라고 하면 그건 전 국민이 아니라고 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왜 유독 청와대만 맞다고 우기나. 심지어 정 후보자는 막판까지 강행하려다 마지막 폭탄이 터질 것 같으니까 사퇴시키고 수습한 것 아닌가. 창피는 다 당하고. 물론 대형 창피를 당하기 전에 수습한 건 잘한 일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창피를 당했다."

"정성근 여자문제? 그건 말하지 않겠다"

- 정성근 후보자의 추가 폭로는 여자문제였다는데 사실인가?
"기왕에 사퇴한 분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 정성근 후보자 자진사퇴 과정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재송부 후 자진사퇴는 본인 요청이었다는 후문이 있다. 사실인가.
"박 대통령은 어제(16일) 아침까지도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려고 했다. 청와대가 국회 교문위로 공문을 보내서 16일 자정까지 인사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건 국회 절차를 다 떠나서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국회 논의와 상관없이 청와대가 임명하겠다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어제(16일) 오전 교문위원들이 정성근 후보자의 과거 행적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했다. '진짜 터진다' '패가망신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그런 것 싫다' '사퇴시켜라' 했다. 그랬더니 그게 청와대로 넘어갔고, '정말 이러다가 큰 일 나겠구나' 판단하고 사퇴하는 걸로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정 후보자가 사퇴하기로 결정한 것도 어제(16일) 오전 타이밍이다. 그때 결정한 것이다. 만약 그 결정이 몇 시간 늦어져서 장관으로 임명되고, 사건은 터지고, 그랬으면 또 장관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면 더 망신 당했을 것이다. 그걸 청와대가 중간에 중단한 것으로 이해한다."

-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교육부총리 내정자가 됐다.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나.
"황 대표는 기독교 장로로서 도덕적 흠결이 없다. 괜찮은 분이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냈지만 그가 교육전문가인지는 모르겠다. 사회부총리로서 자격을 갖춘 분인지도 모르겠다. 교육 수장이 될 만한 분인지 따져봐야 한다."

"7·30 공천, 안철수야 정치 모르니... 정치고수 김한길은 왜?"

큰사진보기
▲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얼마나 헤매고 있나. 게다가 세월호 정국이다. 여기서 우리가 압도적으로 못 이긴다면 그 자체로 우리에게 진짜 큰 문제가 있는 거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7.30 재보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17일 동작을을 직접 방문했는데 선거 판세는 어떻게 예측하나.
"우리 당 의원들은 서울 동작을을 포함해 전부 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차 있다."

- 여론조사상 불리한 지역도 꽤 되고, 또 안철수 공동대표는 5석 정도 하면 선전이라고 말해 당내 논란을 빚었다. 그 발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그런 소리는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최소 7석 이상은 당선돼야 한다. 전술상 엄살도 부릴 수 있지만 그건 좀 지나치다. 최소한 7석 정도는 차지해야 되는 것 아닌가. 세월호 국면인데 이 국면에서 우리가 7석도 차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다."

- 기초선거 무공천부터 지난 지방선거 공천파문에 이어 이번 공천 문제까지 겹쳐서 당내에서는 '조기 전대론'이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아직 7.30 결과가 안 나왔다. 이 선거에서 실패한다면 틀림없이 그런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지도부가 이런 상황에선 좀 뭔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든 지든 내가 그만둔다, 뭐 이런 각오로 독려를 해야 선거에서 이기지 않겠나. 그래야 선거에 힘이 붙는건대 그런 게 없다."

- 야권연대 없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은 지나친 낙관론 아닌가.
"낙관도 비관도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보고 그 다음의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지 어떻게 하겠나. 문제는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성적이 안 좋을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얼마나 헤매고 있나. 게다가 세월호 정국이다. 여기서 우리가 압도적으로 못 이긴다면 그 자체로 우리에게 진짜 큰 문제가 있는 거다. 이미 공천에서 버벅수를 두었다. 그건 만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안철수 대표야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김한길 대표는 정치 고수 아니냐.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끌고 가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 세월호 유족들이 며칠째 단식중이나 세월호 특별법도 제대로 논의가 안 되고 있다. 유족의 안대로 법이 통과된다고 보나.
"될 거다. 그분들이 국회 안에서 단식까지 하면서 지켜보고 있는데 1시간이라도 빨리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 상황에서도 여당이 저렇게 하고 있는 건 정말 너무한 작태다. 지난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이 뭐라고 했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겠다고 했다. 그래놓고 지금 하나도 안 바꾸겠다는 심뽀 아닌가. 새누리당은 정말 너무하다. 이걸 국민들이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사권도 이 사건에 한정한 것인데 왜 안 준다고 버티나."

- 끝으로 인사실패를 거듭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지금 정치가 제대로 안 풀리는 이유는 청와대에서 막혀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정말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자 한다면 야당과 접촉을 많이 해야 한다. 야당 얘기를 듣고 정치하면 성공한다. 대통령 천년만년 하나? 임기 3년밖에 안 남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퇴임할 때 국민의 찬사를 받기는커녕 손가락질 받는다. 제발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