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경 근처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민간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되어 탑승자 295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해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17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 777 여객기(MH17)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에 맞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추락했다고 CNN 방송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속보로 보도했다.
추락한 여객기는 승객 180명과 승무원 15명 등 295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나 현재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에는 비행기가 땅바닥으로 추락해 폭발하면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동영상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사고 여객기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 국경에서 약 6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동부 도내츠크주의 샤흐툐르스크 지역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추락 현장에는 분리주의 반군들이 여객기 잔해를 살펴보고 있는 장면들이 <로이터통신> 등을 통해 전송되고 있으나 여객기가 폭발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객기 추락 사건에 관해 격추 가능성을 시사하며 "테러 행위"라며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즉각 추락 사고 현장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안톤 게라셴코도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반군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었다"며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이에 관해 우크라이나 반군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안드레이 푸르긴 제1부총리는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격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은 "정부군은 이날 공중 목표물을 향해 어떤 공격도 하지 않았다"며 반군 소행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발생한 이번 여객기 피격 참사 사건에 관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이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사고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반군이 발사한 '부크'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이에 관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사고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반군 측은 자신들은 "지상 1만m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를 격추할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사고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말레이항공 실종 참사 4개월여 만에 다시 최악 참사 발생한편, 이날 사고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전화 통화를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여객기 추락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백악관은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델라웨어주 윌밍턴을 방문해 연설을 하면서 이번 여객기 격추 사건에 관해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미국 정부는 사건 원인 등을 밝혀내는 데 모든 협조를 제공할 것"이라며 "현재는 미국민의 탑승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인 만큼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즉각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항공도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한 MH17편과의 교신이 끊겼다"며 "마지막으로 알려진 여객기의 최종 위치는 우크라이나 상공"이라며 여객기 추락 사실을 확인했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해당 여객기에는 승객 280명과 승무원 1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아직 정확한 탑승자 명단이나 국적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지난 3월 8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이륙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여객기(MH370)가 공항을 이륙한 지 한 시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참사를 겪은 바 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239명이 실종된 상태이며 아직 잔해조차 발견되지 않는 등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이러한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여 만에 승객과 승무원 295명이 탑승한 자사 소속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되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최악의 참사가 다시 발생해 말레이시아항공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