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에 대한 최초의 자세한 기록은 기원전 600년경, 인도의 외과의사이자 교육자였던 수쉬르타에 의한 것이다. 그는 잘려나간 코를 재건하는 것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형벌이나 보복의 의미로 코를 자르는 행위가 수천 년간 이루어져왔다. 심지어는 지금도 그런 행위가 세계 어딘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타임>지의 2010년 8월호 표지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성형의 시작은 형벌이나 범죄, 사고로 인해 얼굴이 훼손되고 결손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함이었다. 생명 연장과는 관련이 없지만, 손상된 외모를 정상에 가깝게 돌려놓는 것이다. 코가 잘리고도 살 수는 있겠지만 정신적인 피해가 크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코를 재건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면서 삶의 질을 높여주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의미의 성형이 대두되고 있다. 일명 복원성형이 그것이다. 지난 5월 SBS <백투마이페이스>라는 TV프로그램에 나온 참여자들이 성형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복원성형을 받으면서 상당히 화제가 되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재건성형이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하기 위함이라면, 복원성형은 과한 성형으로 인한 변화를 덜어내기 위함이다.
복원성형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성형으로 인한 기능적인 불편, 앞트임을 하고 나서 눈이 시리다거나 양악수술 이후에 저작(음식을 입에 넣고 씹음)이 힘들다거나 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성형으로 인한 외형적인 변화를 좀 더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후자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수술을 하지 않고, 주사시술을 주로 한다. 그래서인지 과하게 주입한 필러나 지방을 줄이려는 환자들이 간혹 있다. 하지만 성형수술과는 차이가 있어서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자문을 구해보았다.
더비단성형외과 전경욱 원장에 따르면, 드라마틱하고 티가 나게 성형했던 사람들이 좀 더 자연스럽고, 티가 안 나길 원하면서 다시 성형을 한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과교정된 상태를 저교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과교정은 쉽게 이야기하면 '과하게 교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 성형을 한다고 할 때, 과교정은 코를 너무 많이 높이는 것이다. 반대로 저교정은 코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성형수술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 왜?더라인성형외과 김홍렬 원장에 따르면, 기존에 안면윤곽이나 양악수술을 했던 사람들이 재수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 목적은 대부분 원상태 복원보다는 미적인 교정에 가깝다고 한다.
성형을 통해 추구하는 상태와 지향점에 따라서 성형의 종류를 분류할 수 있다. 정상 상태보다 결핍된 상태에서 정상 상태에 가까워지는 것을 재건성형이라고 볼 수 있다. 글머리에서 언급한 코의 재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정상상태에서 좀 더 미적으로 나은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미용성형인데, 미용성형은 방향성에 따라 과교정과 저교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복원성형은 기존에 과교정이 된 상태에서 저교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에 따라서는 복원성형이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왜냐하면 미용성형이든 복원성형이든 그 동기는 미적인 욕구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미적 기호가 바뀌면서 재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중에 일부가 우연치 않게 원상태에 가깝게 돌아가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성형이라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질환을 치료하거나 수명을 연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자신감을 되찾고 삶을 바꿔보고 싶다는 것이 대부분 성형을 하는 동기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재건성형이든 미용성형이든 복원성형이든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과교정에서 저교정을 하는 것에는 미적 기준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화려하고 뚜렷한 인상보다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인상을 좀 더 좋게 여기는 쪽으로 미의 기준이 바뀌어간다. 그 기준이 기존에 성형을 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저교정을 하게끔 한 것이다. 즉, 심미적 동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결국 다른 미용성형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심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헤쳐보면 조금 다른 변화도 있다. 기존의 미용성형에서는 '메이크오버'를 강조했다. 못난 나 자신을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는 것. 즉, 원래 상태에서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원래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미가 반영된다.
'나'를 찾자는 사회적 화두가 성형에도 영향TV에서 방영하는 여러 메이크오버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외모의 변화를 통해 인생도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대인관계가 좋아지고 사회적인 성공도 이룰 수 있다는 비약적인 내용도 가끔 접할 수 있다. 원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성형에 반영이 되면서 원래 모습에서 많이 바뀌게끔 하는 과교정을 지향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틱하고, 뚜렷한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성형을 하고자 했던 욕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본다. 이전에는 성형을 통해 인생역전을 하거나 군계일학으로 돋보이고자 욕망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자기만족 내지는 호감을 좀 더 얻고자 하는 정도로도 확산된다고 여겨진다. 성형이 대중화되면서 성형을 하고자 하는 동기가 다양해지고, 그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복원성형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뭘까? 내가 생각하기로는 성형이 가진 신화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성형을 하면 아름다워지고, 그렇게 아름다워지면서 인생역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화 말이다. 성형이 개인의 노력과 재능 혹은 인성을 대신해줄 수는 없고, 그렇기에 성형을 한다고 해서 인생역전이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즉, 원래의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서 성형을 한다고 해서 자기 자신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하게 성형을 하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심리적 동기가 있다고 본다. 그런 경우에는 변하기 전의 사진을 없애는 등 과거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런 이들이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과거의 모습으로 어느 정도 돌아가고자 하는 것도 복원성형이 유행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제 개개인이 각자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미의 기준이 바뀌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은 절대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하고자 성형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본다. 마치 스펙을 쌓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스펙을 쌓는다고 해서 스스로 행복해지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성형을 하면서 전혀 다른 내가 되었다고 해서 그저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요즘은 '나를 찾는 것'이 큰 화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쌓아온 경력을 버리기도 한다. 성형에도 그런 흐름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내 얼굴'의 매력과 개성을 찾아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 도움말을 주신 더비단성형외과 전경욱 원장님과 더라인성형외과 김홍렬 원장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글쓴이는 블룸클리닉 원장으로, 비수술 얼굴성형 진료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