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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강좌를 끝낸 시간, 우리는 안성중앙도서관 휴게실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왼쪽부터 수강주부 장순천, 수강주부 허경옥, 강사 라현주 씨다.
▲ 대화 목요 강좌를 끝낸 시간, 우리는 안성중앙도서관 휴게실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왼쪽부터 수강주부 장순천, 수강주부 허경옥, 강사 라현주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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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들을 키웠다.'

이 말은 '동쪽에서 해가 뜬다'는 말만큼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사코 "아들이 나를 키웠다"라고 말하는 엄마가 있다. 이 발언의 주인공 라현주씨를 만나러 지난 17일 안성중앙도서관(아래 도서관)을 찾았다. 

수강 주부들의 칭찬, 이유는?

그런데 가정집도 아니고 왜 하필 도서관일까. 그렇다. 그녀의 직업이 독서치료사이기 때문이다. 라씨는 도서관 주최로 올 6월 5일부터 7월 14일(매주 1회, 총 8주차)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책을 매개로 자녀와 마음을 나누는 법' 강좌의 강사를 맡고 있다. 찾아간 날은 7주차 강좌를 하는 날이었다.

수강생 장순천(일죽면)씨는 "분명 수강생 서로 수다를 떠는 것 같은 시간에 자신도 모르게 서로 치유하고 있더라, 이 강의는 한 번 맛보면 그 맛을 못 잊는다"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 옆에 앉은 수강생 허경옥(안성 연지동)씨도 "올 4월에 안성으로 이사 와서 처음 만난 강좌인데, 한마디로 재밌었다"라면서 "강의 2시간이 늘 아쉬웠다, 매주 목요일(강좌 있는 날)이 기다려지더라"라면서 칭찬에 쐐기를 박는다.

대체 어떤 강좌길래?

그렇다면, 그 강좌가 과연 어땠기에 그럴까. 강사 라현주씨는 말한다. "별거 없다. 그냥 책 놓고 수다 떠는 것일 뿐"이라며, 앞에 두 주부가 띄워놓은 '칭찬풍선'에 바람 빼는(?) 소리를 한다.

그랬다. 그렇게 말한 현주씨의 말은 진실이었다. 글이 없는 그림책을 보며 수강생들이 자신의 느낌을 말하는 게 수업의 큰 틀이다. 에게! 그럼, 이게 다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날의 주제를 미리 잡기는 하지만, 현장에서 수강생들이 책을 보고나서 던지는 그날의 관심사를 주제로 그날 강좌를 풀어나갑니다. 틀에 박힌 주제가 아닌 현장에서 길어 올린 주제로 접근하죠. 그러다보니 수강생들이 모두 구경꾼이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 이루어집니다."

그랬다. 수강생들이 그림책을 보고 각자가 느낀 느낌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마치 사랑방에 둘러 앉아 떠는 '아줌마 수다'라고나 할까. 그러다보면 2시간이 늘 모자란다고 수강주부나 강사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현주씨의 역할은 뭘까. 그렇다. 바로 '마당을 열어주는 매개자'다. 현주씨는 그 책을 통해서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그들 스스로 길어 올리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지나가면, 수강 주부들끼리 서로서로 매개자가 돼 나누고 끌어올린다.

'자녀와 소통법'이라면서 자녀 이야기 없는 이유?

그녀는 "자녀를 키우려면 부모가 커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21년간 청각장애를 가진 자신의 아들을 키우면서 자신이 커온 삶의 고백이기도 하다.
▲ 라현주 강사 그녀는 "자녀를 키우려면 부모가 커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21년간 청각장애를 가진 자신의 아들을 키우면서 자신이 커온 삶의 고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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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름하여 '책맘(책을 통하여 나누는 마음)'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세상에 하나뿐인 현주씨만의 창작품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일종의 책을 통한 집단상담의 형태다.

현주씨는 이 프로그램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소통'이라고 했다. 책을 통해서 '자신과의 소통, 타인과의 소통'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마음을 나눈다는 이야기다. "소통이 선행되지 않으면 치유와 관계회복은 없다"라는 현주씨의 말이 '소통'에 힘을 더해준다.

이쯤 하니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분명히 강좌의 내용이 '책을 매개로 자녀와 마음을 나누는 법'이라 했으렷다. 겉보기엔 그 어느 내용에도 자녀와 마음을 나누고, 자녀를 교육하는 법이 없어 보인다.

이에 현주씨가 "자녀를 키우기 위해선 우선 엄마가 먼저 커야 한다, 엄마가 먼저 자신과 소통하고, 치유 받아야 한다"라면서 "그것이 선행 되지 않으면, 자녀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라고 강좌의 핵심을 짚어준다.

엄마 자신이 책을 통해 소통과 치유의 경험을 해야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녀교육이 먼저가 아니라 '엄마들의 자신교육'이 먼저라고 그녀는 강조하고 있다.

그런 교수법 뒤에 진한 아픔 있었네

이토록 그녀가 강조하는 이유는? 그건 그녀가 청각장애 아들을 21년간 키운 덕분이다. 아들은 4살쯤에 보청기를 끼었고, '엄마와 아빠'란 말도 하기 어려워했다. 아들의 교육을 자신의 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현실 앞에 엄마는 아들을 훈련시키고 훈련시켰다. 단순한 한 단어를 인지하고 익히기 위해 800번의 단순반복을 해야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아들의 학교에서 "댁의 아들은 언어영재"라고 통보를 해온 것이다. 이럴 수가! 단순한 단어도 말하기 어려워하던 아들이 언어영재라니. 인간승리가 따로 없었다. 현재 아들은 대학을 다닌다.

그녀는 아들의 성장을 위해 계속 공부를 했다. 마흔에 관련학과 대학에 진학했고, 한국 독서치료학회 독서치료사이며, 인지학습 전문 상담가다. 앞으로 임상심리사를 공부하고자 한다.

강사 라현주씨가 청각장애 아들을 키우면서 눈물로 썼다는 일기장이다. 이젠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그것을 세상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나누려하고 있다.
▲ 일기장 강사 라현주씨가 청각장애 아들을 키우면서 눈물로 썼다는 일기장이다. 이젠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그것을 세상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나누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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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나고 나니 내가 아들을 키운 게 아니라 아들이 나를 키운 것"이라는 고백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처음 시작은 자신의 자녀교육을 위해 했지만, 점차 주변 이웃 자녀, 더 나아가서 이젠 강좌와 집단상담의 수준까지 오게 된 거다. 아들이 자신을 키웠다는 그녀의 고백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태그:#독서치료사, #책맘, #라현주, #안성중앙도서관,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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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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