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분의 특별한 책입니다. 저자이신 전혜성 교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948년 열아홉 나이에 부모 슬하를 떠나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에 고광림 교수를 만나 미국에서 결혼을 했습니다. 육남매를 낳아 기르며 공부하고 학위받고 예일대 동암문화 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1989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꾸준히 공부를 계속해오고 계신 분입니다. 책에서는 현재 휘트니 센터에 계시며 또 다른 사회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1929년 생이시니 올해 85세쯤 되신 분입니다. 나이도 많으시고 파란만장한 삶을 사신 분입니다.
제목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 사실 가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를 쳇바퀴 돌 듯 특별한 의미 없이, 단지 가족들 부양하고 먹고 살기 위해 사는 삶의 의미가 궁금할 때가 있었습니다.
뭘 위해 사는 것일까? 이렇게 살면 어찌 될까? 남보다 더 큰 차, 더 큰 집, 더 많은 돈을 갖는 것이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일까? 그 모든 것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사실 배부른 의문일 수도 있지만 전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치가 뭐지?' 저자는 말합니다.
"가치의 사전적 의미는 '쓸모'와 '보람'이다. 나는 보람이 더 좋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물건이 오래되면 쓸모가 없어지지만 대신 그 물건을 통해 얻은 보람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사람의 가치, 삶의 가치도 그런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젊었을 때보다 세상에 쓸모가 적어진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나이 들면서 찾는 보람이 커진다면 가치 있는 삶으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가치 있게 나이 든다는 것은 그런 보람의 크기를 높이는 것이다...가치 있게 나이 드는 것이야말로 시간적 존재로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본문중)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가치 있게 사는 삶이 세상의 동력이 되는 삶이라고 강조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평생을 사는 동안 가치 있는 인생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 보았으면 한다."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 같기도 합니다.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큰 복은 신이 내려 주는 것이지만 작은 복은 내 주먹 안에 있다." 바쁘게 살라고 주문합니다.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고, 나이듦을 변명으로 삼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자신의 능력내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방법이 힘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도 자신의 건강과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며 느긋하게, 생활을 즐기며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야기 하듯이 부드럽게 풀어 쓴 글을 읽다 보면 '아직 내 인생의 가치는 남아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오드리 헵번을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은 영화 속에서 보여 준 그녀의 매력 때문이 아니라 은퇴 후 그녀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 팬들이 노년까지 미모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날씬해지고 싶다면 당신들이 먹을 것을 배고픈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세요."(본문중)나만을 위한 삶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모두를 위해 재능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만 그 재능이 비로서 빛이 나며 재능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된다고 조언합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가진 재능을 나의 안식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자신은 만족스러울 지 모르나 가치있는 삶은 아닐 것입니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삶을 산다면 사회가 얼마나 가치로워 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내 인생을 일으켜 세운 세가지 원칙
"뇌졸증으로 쓰러진 이후 6년 동안 투병해 오던 남편의 죽음은 나에게 청천벽력같이 느껴지기만 했다... 내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던 이유는 내 나름대로 살아오면서 반드시 지키려고 생각한 세가지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마지막까지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정직하게 사는 것이고, 둘째 얼마가 되었던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삶에 대해 수시로 평가하고 반성하는 것이었다."(본문중)정직, 최선, 평가와 반성, 이 세가지 원칙으로 저자는 흔들림 없이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합니다. 공감되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여 임하며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반성한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런 삶을 산다면 의미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정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며 일이 끝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으로 산다면,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세상은 끔찍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들 합니다. 그 잘남에 대해 나이 드신 분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뭔가 부족하다며 탓을 하고 젊은이 들은 나이 드신 분들의 말을, 세대차이라며 잘 듣지 않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도 젊을 때가 있었고 젊은 이들도 나이를 먹게 됩니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치 않으며 자신의 입장만 고집할 때 소통이 되지 않으며 불통으로 인해 모두가 상처를 받게 됩니다.
'신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게 하라.'는 뜻이지요. 혼자 있을 때와 남이 있을 때 나의 행동에 변화가 있다면 자신있는 삶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내가 잘났다면 혼자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상대와 있을 때도 자신을 내세우려 하지 말고 상대를 먼저 존중해야 합니다. 서로 존중하는 관계속에서 진정한 화합은 이루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성공보다 성취를 추구하는 인생
"인생의 최종 목표는 눈 앞에 보이는 성공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인생의 목표를 성공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마치 자전거를 타면서 모두가 세계 신기록을 갱신하는 사이클 선수가 되겠다는 허망한 목표를 갖는 것과 같다...내가 내 삶에 보람을 느끼는 이유는 성공보다 중요한 성취 때문이다. 성취란 나 스스로가 내가 선택한 일에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삶의 성과물이다."(본문중)너무나 감동적인 글귀였습니다. 성공이 아닌 성취적인 삶을 살라. 계속 되뇌이게 되는 글귀였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꿈을 물으면 성공적인 삶을 말합니다. 그 성공이 무엇이냐 물으면 돈을 많이 버는 직업 갖기, 안정적인 직업 갖기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꿈이라고 말하는 그것들은 자신의 것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부모들의 요구에 의한 갖게 된 꿈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꿈을 강요합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꿈을 가지도록 강요합니다.
"저의 꿈은 화가예요. 저의 꿈은 기타리스트예요. 저의 꿈은 외로운 분들을 돕는 것이예요." 아이들이 이런 대답을 하면 어른들은 대체로 걱정을 합니다. 먹고 살수 있겠냐는 대답이 바로 나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몸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나이에 조각을 배우는 사람,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플루트 연주를 연습하는 사람, 그들이 더욱 위대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천 리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그들이 천 리를 다 걸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 다음 문제다."(본문중)사회를 보면 너무나 많은 분들이, 너무나 많은 분야에서, 너무나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것 입니다. 새벽녘에 거리를 나가 보셨습니까? 하루가 얼마나 일찍 시작되는지 보셨습니까? 이제 성공보다는 성취를 추구하는 인생을 지지해야 할 때도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소재들에 대해 자신의 삶을 기본으로 하여 가치있는 삶에 대한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집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를 발판 삼아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지막 사명이라고 정리합니다. 이 분이 얼마나 많은 재산을 모았는 지 알 수 없습니다. 얼마나 높은 사회적 명예를 가졌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최소한 책을 덮고 나면 저자는 함께 하는 삶, 나누는 삶을 실천하며 살고 있구나 는 생각만이 들 뿐입니다.
이런 분이 대한민국 사람이라서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재미없는, 좋은 이야기만 나열된 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삶을 살아야 나이가 듦에도 인생이 허망하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인생의 방향을 잡지 못하신 분, 나누는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적어도 이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런 분들이 많아질 수록 사회는 더욱 가치로워 질 것입니다. 가치있는 삶의 시작, 바로 오늘부터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 전혜성 지음/중앙북스/ 12,000원/ 개인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기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