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공사재개에 항의하다 연행돼 조사를 받았던 마을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두 풀려났지만 23일 오후 4명이 또다시 경산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21일 연행된 10명 중 변홍철 삼평리대책위 대책위원장과 이상옥 마임예술가를 제외한 8명은 22일 오후 9시 넘어 석방됐다. 이들은 바로 삼평리로 돌아와 다시 송전탑 건설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변홍철 대책위원장과 이상옥씨는 2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거쳤으나 기각돼 석방됐다. 검찰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을 주장했지만 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우발적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탄원서도 각각 1400장이 넘게 제출됐다.
헬기 소음 탓에 주민들 항의23일 오후 송전탑 기초콘크리트를 치기 위해 헬기장으로 향하던 레미콘차를 막아섰던 마을주민 빈기수씨와 성베네딕도수도회 수사 등 4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또다시 경산경찰서로 연행됐다.
마을주민과 대책위 관계자 등 2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쯤 각북면 우산리 헬기장으로 향하는 임도에 차량 3대를 세우고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사장 헬기 소음과 비산먼지 때문에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헬기 사용 중단을 촉구했지만 한전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마을 주민들은 하루 60회 이상 헬기를 사용해 심각한 소음을 일으키고 있다며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린 후 공사할 것을 요구해 경찰의 약속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도로를 막았다가 연행된 것이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현재 공사중인 23호기는 환경영향평가상 진입로를 만든 후 레미콘 타설 작업을 해야 함에도 한전은 헬기로 레미콘을 실어 나르고 있다"면서 "불법적인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과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탄압하는 경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사장 앞에서 대치하고 있던 한전 직원들이 주민들을 향해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을 주민 김춘화씨는 "할머니들에게 (한전 직원이) '워리워리' 하면서 조롱을 하길래 화를 냈더니 막말이 돌아왔다"며 "이제는 젊은 사람에게 욕까지 먹어야 하느냐.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시민단체 관계자가 옆에 있던 경찰을 향해 "(한전 직원의 욕설을) 못 들었느냐"고 묻자 경찰은 "무전이 날라와서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평화로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할머니들을 조롱하고 막말까지 한다"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기가 막히고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