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31일 오전 12시 55분] 아홉 번째로 증인석에 앉은 I학생(여, 기자 주 - 발언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은 헬기를 타고 탈출했다. 그는 우현 쪽 갑판까지 올라가 헬기를 탈 사람은 오라는 말에 손을 들었다. I학생의 숙소는 4층 중앙 좌현 쪽인 B-23번방이었고, 탈출 경로는 먼저 증언한
F학생,
G학생과 거의 같았다.
그는 "헬기 타서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나서야 배가 침몰하고 있는지 알았다"며 "제발 왜 그렇게 됐는지만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I학생의 증언을 정리한 것이다.
"헬기에 타서야 배가 침몰하고 있는지 알았다" [검찰 측 신문] "처음엔 갑자기 (배가) 기울어서 그냥 누웠다. 그런데 다시 배가 '쿵' 하고 기울어서 방 2층 침대에서 뛰어내려 복도로 나왔다. 침대에 기둥 같은 게 있다. 이층 올라가는 봉을 잡고 올라왔다. 혼자서." "방에 창문 있는데, (사고 당시에 밖을 보니까) 네모난 창문 4분의 3 정도에 물이 차 있었다. (손으로 사각형을 그린 뒤 4분의 1정도만 표시하며) 요만큼만 하얗고 다 물이 차 있었다. 안내방송에서 복도에 안전바가 있으니까 그거 잡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우리가 움직이면 배가 더 가라앉는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복도에 나온 사람은 거의 20명이 넘었다. 내가 (복도에) 맨 마지막으로 나왔는데 그때 19명 있었다." "거기서 대기할 때 승무원들은 못 봤는데 (친구들이) 곧 있으면 해경이 온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쪽에 있던 남자애 한 명이 헬기가 왔다고, 탈 수 있는 사람 타라고 해서 손을 들었다. 나중에 배가 오니까 무서운 애들은 배타면 된다고 했다. 나는 헬기 탄다고 손들고 나갔다. 손 든 사람은 별로 안 됐다. 대여섯 명 정도. 그 중에 G학생도 있었다." "(B-28번방 쪽으로 올라갈 때) 커튼을 줬는데 제대로 안 묶여 있었다. 그래서 떨어졌는데, 내가 못 나오니까 일반 승객분들이 호스를 다시 내려줘서 그걸 허리에 묶고 나왔다. B-28번방까지 올라왔을 때에는 그쪽 복도에 다른 학생이나 승객이 안 보였다." "해경은 갑판 위에서 헬기 탈 때 잡아주고 앉혀주고, 그거 말고는 도와준 거 없다." "내가 거기서 나와서 서거차도 있다가 진도체육관으로 갔다. 다시 병원으로 가서 일반인 승객을 만났는데 '학생들은 바보같이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믿었는데 일반인들은 캐리어 같은 걸로 창문 깨서 나왔다'고 해서 그 말 듣고 친구한테 (카카오톡으로) 얘기했다. 나는 헬기 탄 뒤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나서야 배가 침몰하고 있는지 알았다." "처음부터 배가 침몰하는 걸 알았다면 많이들 나올 수 있었다. 내가 나온 게 (오전) 10시 넘어서였고 오빠한테 (사고가 났다고) 전화했을 때가 오전 8시 50여 분이었다. 그런데 계속 앉아 있으라고 해서 한 시간 넘게 앉아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나가라고 했으면 많이 살았을 것 같다. 다 구명조끼도 입었으니까." "탈출할 때 머리, 팔, 허리, 엉덩이랑 다리를 다쳤다. 그냥 막 친구들 가끔 생각날 때는 미안하고…." "선원들 처벌은 법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왜 그렇게 됐는지만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왜 침몰했는지." "좌현 갑판 쪽에 구명보트 있었다면 뛰어내렸다"
[변호인 측 신문] "('헬기 탈 사람 손들라'는 얘기를 누가 했냐는 질문에) 처음에 남자애 있다고 했지 않은가. 그 애가 전해줬다. 위에서 일반인들이 도와주시는데 그 남자애가 헬기 좀 이따가 오니까 탈 수 있는 사람 올라오라고 했다." - (재판장) 좌현 갑판 쪽 출입문으로는 못 나갔는가. "그쪽으로 배가 기울어서 못 나갔다. 거기는 애들 다 떨어질 것 같고 처음부터 문 열려서 바다가 보였다. 닿을 듯했는데 친구들 중에 뛰어들자고 한 사람은 없었다." "만약에 구명보트나 구명벌이 있었으면 난 뛰어내릴 것 같다. 왜냐하면 그냥 쭉 미끄러지면 되는 상황이었다. 좌현 갑판 쪽 출입문은 활짝 열려서 바다가 잘 보였다. 그런데 저 위쪽으로 헬기가 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리로 밖에 못 나가는 줄 알았다." [관련 기사] [생존 학생 증언①] "비상구 문 열어준 사람은 해경이 아니라 친구였다"[생존 학생 증언②] "왜 친구들이 그렇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 알고 싶다"[생존 학생 증언③] "파란바지 아저씨가 나를 끌어올렸다"[생존 학생 증언④] "애들도 '가만히 있으라잖아' 하면서 대기했다"[생존 학생 증언⑤] "4월 16일 9시 58분, 창문 밖은 바다 속이었다"[생존 학생 증언⑥] "선원들 엄벌에 처하길 원하는가" - "네"[생존 학생 증언⑦]"박지영 언니가 복도에서 로비로 훅 떨어졌다" [생존 학생 증언⑧]"지금도 잠잘 때 가위에 눌린다" [생존 학생 증언⑩]"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증인석에서 터진 울음[생존 학생 증언⑪] '4층의 영웅' 남학생의 일갈 "선원들 1600년형도 부족하다"[생존 학생 증언⑫] 물살과 사투를 벌인 끝에 살아남다[생존 학생 증언⑬] "사고 후, 가만히 있어도 내가 90도로 휘는 것처럼 느껴"[생존 학생 증언⑭] "나는 친구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으니까..."[생존 학생 증언⑮] 끝내 터진 울음 "방송만 제대로 했다면, 많이 살았다" [생존 학생 증언16] 꾹꾹 참아온 한 마디 "세월호 참사가 교통사고인가"[생존 학생 증언17] "머리 감다가 물이 쏟아질 때, 숨이 턱 막혔다"[생존 학생 증언18] "좌현 갑판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가만히 있었다"[생존 학생 증언19] "물이 차올라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생존 학생 증언20] "박지영 누나말고는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생존 학생 증언21] "선원들, 제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 가졌으면"[생존 학생 증언22] "탈출하다가 두 번이나 빨려들어갈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