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표심은 갈렸다. 이제 남은 일은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일뿐이다."선거에서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결국, 어느 쪽의 지지층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오느냐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29일 여야는 이 명제에 충실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더 많은 지지층을 끌어내기 위한 치열한 눈치작전은 물론 막판 네거티브 전술도 총동원됐다.
'박근혜 눈물' 마케팅의 새 버전 들고 나온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여당 과반 안정론'을 앞세웠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수원 병(팔달구)의 김용남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안정적인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새누리당의 원내 안정 과반 의석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을 고리로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겠다고 하는 것은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앞세워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호소하는 것은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박근혜 마케팅' 성격이 짙다. 6·4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봤던 '박근혜 눈물' 마케팅의 변형된 전략인 셈이다.
새누리당은 혁신의 메시지를 던지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 28일부터 이틀 째 당 지도부가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지원유세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또 당 공천제도 개혁을 약속했다. 김 대표는 이준석 당 혁신위원장의 영상대담에서 차기 총선 공천 방식에 대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기 위해 전략공천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재보선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영상을 공개한 것은 변화와 혁신 메시지에 민감한 중도층까지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6·4 지방선거에서 선보였던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는 캠페인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새누리당은 핵심 지지층에게는 '박근혜 마케팅'을, 중도층에게는 변화를 약속했던 6·4 지방선거와 동일한 전략을 재보선 마지막 날까지 고수했다.
야권은 박근혜 정부 무능 심판론... 단일화 효과 확산 위해 부심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심판론'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전략공천 잡음과 '권은희 후보 재산 논란'으로 초반 주도권을 뺏겼다가 극적인 후보 단일화와 뒤늦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 발견에서 드러난 난맥상으로 반격의 기회를 잡은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무능·무책임 심판론'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수원정(영통) 선거구에 설치된 천막현장상황실에서 '국회의원·지방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와 인사 참사, 유병언 수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에 책임을 묻는 선거"라며 "이번 선거가 세월호 참사 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도 "무능하고 무책임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책임을 묻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갸아 한다"라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려면 새정치연합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에서는 새정치연합 등 야당의 고민이 더 깊은 상황이다. 투표 참여에 더 적극적인 고정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셈이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후보 단일화 효과가 투표장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공동 선거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을 지역을 찾아 노회찬 정의당 후보를 지원했다. 박 원내대표는 "부자정당의 부잣집 딸이냐, 아니면 서민과 함께 뒹굴던 우리 노회찬이냐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가 바로 내일"이라며 "노 후보는 삼성 X파일을 공개하고 대한민국의 정의를 위해 몸바쳐왔으며, 서민들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이 출마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기호 2번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천 대표는 또 "길거리에 나가보면 젊은 유권자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운데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결정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선거 막판 늘어난 경합지역... 여야 모두 안심 못 한다현재 여야의 판세 분석을 종합해 보면 새누리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지역은 여당의 텃밭인 부산 해운대구·기장갑과 울산 남구을, 충북 충주 등 세 곳이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야당 텃밭인 광주 광산을과 전남 나주·화순, 담양·함평·영광·장성 등 호남권 세 곳에서 승리가 확실시 된다. 대전 대덕과 충남 서산·태안 등 충청권 두 곳은 새누리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지역이다.
서울 동작을 지역을 비롯한 나머지 일곱 곳은 여야 모두 '박빙 우세'나 '경합'으로 분류하고 있어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의 대결로 압축된 서울 동작을은 여야 모두 경합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 곳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수원 지역의 경우, 정미경 새누리당 후보와 백혜련 새정치연합 후보의 2파전이 벌어지고 있는 수원을(권선)은 새누리당의 경합 우세,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새정치연합 후보의 맞대결로 압축된 수원병은 경합으로 분류됐다. 수원정에서는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와 박광온 새정치연합 후보가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평택을의 경우 정장선 새정치연합 후보가 초반에 우세를 점했지만 유의동 새누리당 후보가 막판 대추격을 펼치면서 경합 지역이 됐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출신 김득중 후보의 득표율이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포에서는 홍철호 새누리당 후보의 경합 우세가 점쳐지고 있지만 김두관 새정치연합 후보의 막판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격인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서갑원 새정치연합 후보가 맞붙은 순천·곡성도 경합 지역으로 분류된다.
치열해진 연막 작전... 엄살과 자신감 사이 오가는 여야선거 막판까지 경합 지역이 늘어나면서 여야의 연막 작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별 상황에 따라 '현재 박빙 열세'라는 엄살 전략과 '박빙 우세'를 주장하는 자신감 부각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당 자체 분석 상 우세가 점쳐지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선거에서 지고 있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고, 반대로 다소 열세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지지층의 투표 포기를 막기 위해 소속 당 후보의 상승세와 대역전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의 특성에다, 선거 초반 야권 후보가 난립하면서 야당 지지층의 투표 의사가 높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라면서 "추격하는 입장에서 지지층의 투표 의지를 북돋는 게 관건이 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여당도 야권 연대에 '종북 딱지' 붙이기 공세를 집중하는 등 지지층의 투표를 끌어내기 위한 막판 네거티브를 이어갔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이석기(통합진보당 의원) 같은 종북 세력이 국회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묻지마 야권야합 때문이었다"라면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은 야권 야합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가져온 불행한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