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97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생들입니다. 나는 학교를 늦게 가는 바람에 1952년생이지만, 나머지 동창생 대부분은 올해 환갑을 맞이하는 54년생인 셈이다. 지난번 세월호 침몰 때 회갑여행을 갔다가 변을 당한 54년생들과 동갑내기다. 평소 사주같은 동양철학에 괌심있는 동창 부인의 반대도 있고 하여 당초 마음 먹었던 회갑 여행은 생략하기로 했다.
궁리끝에 더운 여름철이고 하니 피서 겸해서 요즘 인기있는 계곡 트레킹을 한 번 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방태산 아침가리골이 계곡 트레킹에 좋다고 한다.
아침가리골은 한자로 朝(아침조) 耕(밭갈경) 洞(마을동) 이라고해서 아침에 밭 가는 동안만 햇볕이 드는 깊은 산골이라 뜻이라고 하니 지명만 들어봐도 얼마나 심산인지 알 것 같다.
우리는 주말을 피해 평일로 일정을 잡고 부부동반하여 총 9명이 승용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 백두대간 트레인 인제안내 센터가 있는 방동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약 9시 30분쯤이다. 이곳에 차 한 대를 세워 두고 한대는 우리가 계곡을 따라 내려간 종착지에 가져다 두었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부터 포장되지 않은 흙길과 가끔은 시멘트 포장이 된 작은 도로를 따라 40분 정도를 걸으면서 주변의 자연에 매료되었다. 요즘 한창인 노루오줌풀. 하늘나리. 참나리의 자태를 구경하고. 빨갛게 익은 산딸기 도 따먹고 머루다래가 여물어 가는 한여름 산 속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한산하게 걷는 산길이었다.
이렇게 산길을 느릿 느릿 걸어서 내려오니 아침 가리골 계곡과 만나는 다리가 있고, 아침가리골 심마니로 여러 방송에서 소개되었다는 분의 작은 집 한 채가 있다. 이곳에서부터 계곡 걷기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시간이 넉넉한 관계로 계곡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 내려 오면서 때로는 키큰 적송 숲속길을... 때로는 자작나무숲길에서 피톤치드를 흠뻑 들이마시고 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걷다가 더우면 옷을 입은 채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 들어가 멱을 감기도 하고, 시장기가 돌면 준비해간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계곡에 있는 모든 돌이 다 수석이나 다름없는 바위들을 밟으며 마치 고등학생 때 처럼 개구장이로 돌아간 시간이었다.
제2의 인생이라고 하는 60대를 맞이하며 새출발하는 10대 때 뭉쳐진 50년 지기 고등학교 동창들 끼리 의미있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어이!~~ 모두들 수고 했네!~~ 또 보세!"하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아래는 계곡 트레킹 중 촬영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