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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5일 오후 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종합평가 적용 시기 1년 연기 등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5일 오후 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종합평가 적용 시기 1년 연기 등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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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악수라도 한 번…."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학부모 : "아니요. 저희는 악수하지 않겠습니다."
조희연 교육감 : "허허. 네, 고생이 많으십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접견실. 문을 열고 들어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8명의 자사고 학부모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려했지만, 거부당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간담회에서 학부모들은 자사고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조 교육감을 거세게 비판했다.

조 교육감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려 하자, 한 학부모는 조 교육감의 말을 끊으며 "아니요,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아들하고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라고 소리를 질렀다. 학부모들은 번번이 조 교육감의 말을 끊으면서 자사고 유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개혁에는 약간의 진통이 있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조희연 교육감의 취임 한 달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조 교육감은 진보교육감 시대를 맞아, 공교육 혁신이라는 서울시민의 큰 기대를 안고 지난달 1일 취임했다. 하지만 업무를 파악할 새도 없이 자사고 논란의 한가운데에서 고군분투했다. 이 과정에서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 14곳의 전면 취소' 입장이 '종합평가 후 1년 뒤 적용'으로 바뀌면서 정책 혼선이 일어났다. 이를 두고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교육감의 한 달... 자사고에 발목 잡혀

조 교육감은 7월 1일 취임식 없이 업무를 시작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문제와 관련해 정면 돌파 쪽으로 무게 중심을 뒀다. 7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부터 '일반고 전성시대' 공약 실현을 강조하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부터 네 차례의 일반고 전성시대 권역별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속도를 냈다.

조 교육감은 14일 서울 자사고 25곳 교장과 간담회를 열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다각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사고 교장들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경우, 학생·학부모·동문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5년 간 최대 14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17일 발표했다.

서울시내 25개 자율형 사립고 학부모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 보신각앞에서 '자사고 폐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자사고 교장들도 참석해 지지 발언을 했다.
▲ 자사고 폐지 규탄 시위 나선 자사고 학부모들 서울시내 25개 자율형 사립고 학부모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 보신각앞에서 '자사고 폐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자사고 교장들도 참석해 지지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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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자사고의 집단행동이 시작됐다. 21일 서울시 자사고교장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 교육감을 비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교육감에 대한 불복종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우매한 정책으로 교육계를 분열과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자사고 학부모들도 집회를 예고했다.

결국 조 교육감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고 재지정 1~2차 평가 지표를 다듬어 종합평가를 진행한 뒤, 평가 결과는 2016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우수학생 선발권 등 자사고에 부여된 특혜축소 계획도 내놓았다. 조 교육감이 한 발 물러서는 대신, 자사고 고사작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조 교육감이 "자사고 재지정 2차 평가(공교육 영향 평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14곳 모두 취소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는 등 자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내보였다. 자사고 교장과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은 계속됐다. 특히, 자사고 교장단이 자사고 재지정 종합 평가를 거부함에 따라, 논란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문용린의 오른팔과 계속 일 할까

조 교육감과 언론의 허니문은 깨진 지 오래다. 보수 언론은 조 교육감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쪽도 조 교육감의 자사고 대응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자사고 전면 폐지를 내걸고 있는 '특권학교폐지 일반학교살리기 공대위'는 조 교육감이 한 발 물러선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성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자사고 문제를 힘 있게 해결할 수 있는 명분과 절차가 있었는데, 숨고르기 하듯 평가와 적용시기를 늦췄다"면서 "임기 초에 동력을 받아서 자사고를 폐지할 시기를 늦추게 될 경우, 향후에도 자사고를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조 교육감에게 더욱 신중한 행보를 바라는 목소리도 크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일반 국민이 봤을 때 문용린 전 교육감이 당선된 후 혁신학교를 축소하는 것과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되자마자 자사고를 축소하겠다는 것 모두 국민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조희연 교육감과 여러 차례 만났다, '자사고를 모두 폐지하겠다고 하지 말고,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는 곳은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은 받아 적으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조 교육감은 25일 기자회견 때 '자사고 재지정 2차 평가(공교육 영향 평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모두 취소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자극적인 발언 때문에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책 혼선이 인사 문제에서 시작됐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김성보 정책실장은 "자사고 정책 연기 이후, 관료들의 얼굴이 편안해졌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관료들을 장악하지 못했고, 그래서 정책 혼선이 생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7월 25일 오후 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종합평가 적용 시기 1년 연기 등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에서 조희연 교육감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이준순 교육정책국장이다.
▲ 조희연 교육감 자사고 정책 발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7월 25일 오후 교육청 브리핑실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종합평가 적용 시기 1년 연기 등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에서 조희연 교육감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이준순 교육정책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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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울시교육청에서 유·초·중·고 교육에 대한 정책을 총괄하는 이준순 교육정책국장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2월 당시 문용린 교육감은 이준순 당시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을 교육정책국장에 앉혔다. 그는 201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뒤 보수단일화에 동참한 바 있다. 이준순 국장 임명을 두고 6·4 지방선거용 인사를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문 교육감은 낙선했고, 조희연 교육감이 진보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이준순 교육정책국장은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그는 지난 25일 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1년 유예한다는 기자회견을 할 때 동석해 관련 정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김형태 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은 "조직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문용린 교육감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몇몇 사람은 바꿔야 한다, 뼛속까지 보수적인 사람들이 진보교육감의 정책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겠느냐"면서 "청렴도를 높이고 안전조례를 만드는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해 느낀 바로는, 관료들이 조희연 교육감의 정책에 미온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태그:#조희연, #자사고,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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