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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구성 관련 상임고문들과의 비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구성 관련 상임고문들과의 비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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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고 믿었건만 개혁 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천정배를 배제할 때부터 상식을 벗어난 새정치민주연합의 7·30 보궐선거 공천은 수숫대 끝의 잠자리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광주엔 권은희가 꽂힐 것이라는 불편한 소문이 돌았지만 난 전혀 믿지 않았다. 정의의 아이콘인 권은희를 7·30선거의 불쏘시개로 쓰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해 이종걸, 부좌현, 정성호 4명에 불과했던 천정배 배제 반대 성명을 제안한 이유도 상식을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개혁과 정의의 아이콘들을 한방에 날려 버린 기상천외한 공천을 감행했다. 공천이 아니라 '사천', 당의 이익이 아니라 계파의 이익이 앞선 결정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질래야 질 수 없었던 선거판을 도무지 이길 수 없게 만들어 놓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아무리 호소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유권자들의 표심은 야당 하는 짓거리가 싫어서 여당을 향했다. 국민이 차려준 밥상을 두발로 걷어차고 이제 세월호 특별법까지 난망해 졌으니 우린 죄인이 되었다.

우리가 죄인임을 인정한다면 반성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 뭐가 그리 급한지 반성은 온데간데없고 백가쟁명 식으로 대안이 쏟아진다. 그 이면에는 또 다시 패거리 정치가 꿈틀거리고 있다. 반성과 사과 없는 대안은 꼼수로 비칠 수도 있다. 마치 의사가 정확한 진단도 없이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는 것과 같다.

반성과 사과 없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전당대회를 치러 새지도부를 구성한들 포장만 바뀔 뿐 내용물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당은 지난 10년간 그렇게 해왔다. 가까이는 2012년 총선과 대선 실패에 대해서도 한 번도 근본적인 반성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당권을 잡은 측이 차기 총선에서 비민주적 공천의 칼을 휘두를 것이라는 두려움에 당의 구성원 누구도 나서서 쓴 소리를 하려하지 않는다. 이것이 7·30 보궐선거 참패후 지난 수일간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여준 벌거벗은 모습이다.

선거 다음날 아름다운 퇴장을 했던 손학규와 비교해 김한길과 안철수 두 대표의 사퇴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두 대표는 사퇴하면서 최소한 천정배와 권은희에게 그리고 기동민과 허동준에게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마지막 순간에나마 당원과 국민들에게 넉넉한 지도자의 기억을 남겼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골든타임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하기 전에, 두 분의 대표들이 왜 천정배를 버리고 권은희를 선택했는지, 왜 기동민과 허동준을 갈라서게 만들었는지를 속 시원하게 해명하기를 바랐다. 아무런 설명도 사과도 없었다. 이건 국민과 당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전당대회 개최가 희망이 아닌 이유

난 전당대회 시기나 방식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지난 10년간 계파정치에 몸담지 않은 것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지난해 계파정치 척결을 내걸고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지만 맥없이 낙선했다. 나는 그 때 다시는 전당대회 출마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계파정치가 당을 지배하는 한, 다시 말해서 계파정치를 혁파할 당의 풍토와 제도가 선행되지 않는한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계파의 이익이 당과 국가의 이익을 압도하는 패거리 정치와 맞서는 길에 나를 던지려 한다. 친노-비노 싸움 중단과 패거리 정치 척결을 위한 '2014판 정풍운동'을 펼치는 것이 정치개혁의 대의에 부합하는 젊은 정치인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은 야권의 변화를 요구한다. 아예 새판을 짤 것을 요구한다. 국민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그 새판 속에 민생과 경제가 중심에 있고, 생활정치와 탈계파정치가 있으며, 또한 선명 야당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가 당연히 돌아오고 총선과 대선 승리의 희망의 불씨를 만들 수 있다.

8월 3일 동학의 전쟁터 고창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안민석님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입니다.



태그:#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경기 오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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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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