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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울산본부가 4월 15일 오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야권후보단일화 후보는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기자회견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실제적인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못한 시발점이 됐다.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4월 15일 오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야권후보단일화 후보는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기자회견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실제적인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못한 시발점이 됐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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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를 연거푸 치른 울산에서는 새누리당이 모든 선거를 석권하면서 야권이 자괴감에 빠져 있다. 새누리당이 그동안 노동자보다는 기업편에 서 왔다는 점에서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야권연대를 통해 5개 구군 중 2명의 구청장(1명은 2011년 재보궐에서 당선)과 30% 가량의 지방 의석을 확보하면서 '진보정치 일번지' 명맥이 사실상 끊긴 것이다. 

우선, 6·4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과 5개 구군 구청장을, 22개 광역의원 중 21석을 새누리당이 모두 차지했다. 이어 7·30 재보궐선거마저도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했다. 이에 따라 울산은 현재 6개 국회의원 지역구 가운데 6석을 포함해 전 지자체장, 그리고 시정을 견제할 시의회마저 새누리당이 장악했다. 그야말로 일당 독주가 형성된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지역의 시민사회는 새누리당 일색의 정치구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말 나오기가 무섭게 울산시의회는 의석을 장악한 새누리당 계파간 의장단 자리싸움으로 개원이 일주일 연기되는 등 후유증을 겪었다.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거치면서 다시금 확인된 것은 울산의 견고한 보수 우위 성향이다. 이제 1년 8개월 뒤면 울산 6석의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20대 총선이 치러진다.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한 원인을 파악해 보면 1년 8개월 뒤의 답이 보인다.

지방선거 야권연대 불발 후유증, 재보궐선거까지 이어져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개표 결과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3만8111표, 노회찬 후보는 3만7382표를 얻어 929표 차로 승패가 갈렸다. 완주한 노동당 김종철 후보는 1076표를 얻었다. 이를 두고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김종철 후보의 완주를 욕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그것이 선거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울산에서도 있었다. 진보구청장의 재선을 두고 관심이 쏠린 동구와 북구의 구청장 선거다. 이 지역 최종 득표율을 분석해 보면, 2010년 처럼 야권연대가 이뤄졌다면 산술적으로 야권이 승리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울산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사실상 실패한 것은 고사하고, 야당 후보끼리 막판까지 폭로전과 비토전을 벌였다. 이에 대해 서울과 달리 보수성향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울산에서 '노동자의 도시'라는 특성을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울산지역 야권연대의 분열에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내 정치위원회의 행보가 일조했다. 2010년과 같이 올해 선거에서도 일찌감치 야권연대의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치위원회는 지난 4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등 야 4당의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4개 진보정당(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통합진보당)과 노동정치연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등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6개 주체'에 포함되지 않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야권 후보단일화에 참여하는 건 민주노총 선거방침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새정치민주연합 또는 소속 후보와 연대하면 노동자 후보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엄포도 놨다.

이후 노동자성을 표방한 노동당은 야권연대 불참을 선언했고, 통합진보당과 정의당도 노동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의견이 전체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또한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노조 조합원이 북구 시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데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보수성향 강한 울산, 노동자 표 하나로 뭉쳐야

두 달 후 치러진 울산 남구을 재보궐선거에서는 이 같은 6·4 지방선거에서의 휴유증이 그대로 나타났다. 개표 결과 울산에서도 전남의 이정현 후보 당선과 같이 기적이 일어날 뻔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앞서 이 같은 분열을 감지한 송철호 후보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강수를 뒀다. 송 후보는 이 부분에서 선거기간 내내 새누리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비록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이 송철호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당락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지원에는 선뜻 나서지 않았다.

울산 남구을은 새누리당 텃밭이면서 휴가철마저 끼여 송 후보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선거 결과, 예상처럼 29.1%의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하지만 송 후보는 1만6379표(44.18%)를 얻어 울산시장 3선을 지내 인지도가 높은 새누리당 박맹우 후보에게 4천289표, 11.6% 차로 패하며 비교적 선전했다. 특히 송철호 후보는 남구 을 33개 동 중에 현대차 조합원 등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삼산동과 수암동, 대현동 등 8개 동에서 새누리당 박맹우 후보를 앞질러 주목받았다. '6·4 지방선거에서부터 큰 틀의 야권연대가 있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나온 까닭이다.

울산은 현대차동차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기업들이 많아 노동자의 도시로 불리면서 진보성향이 강한 도시로 여겨졌다. 하지만 전체 118만 시민 구성원으로 볼 때 보수 성향이 수적으로 훨씬 우세한 곳이다.

이 때문에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하나로 뭉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노동자의 표가 결집되는 것만이 보수우위의 성향에 대적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태그:#울산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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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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