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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황진하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윤모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 현장조사를 위해 5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977포병대대 의무 내무반을 방문,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현장설명을 듣고 있다.
▲ 윤일병 집단폭행 사망사건 내무반 둘러보는 국방위원들 국회 국방위원회 황진하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윤모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 현장조사를 위해 5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977포병대대 의무 내무반을 방문,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현장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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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7일 오후 2시 51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이 사망하기 직전 '구타 흔적이 보이니 조사가 시급하다'는 가족의 민원을 접수했고, 이후 이틀에 걸쳐 현장조사를 했음에도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인권위는 사건을 각하 처리하고 끝냈다. 

인권위는 윤 일병 사망 직전인 7일 오전(오후 4시 20분께 사망)에 민원이 접수 된 후, 일주일 뒤인 14일~15일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현장에서도 "헌병대가 조사를 하고 있으며 가해자들이 (폭행)혐의를 거의 인정했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을 만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사건의 주범들은 만나지 않고, 그 외 목격자들의 진술로만 사건을 파악한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결과, 피해자 윤 일병의 인척은 윤 일병이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7일 오전 8시 56분에 인권위 홈페이지를 통해 긴급히 민원을 넣었다. "윤 일병 다리에 선명한 점상출혈(혈관이 터져 피부 내 출혈)이 보이고, 여러 군데 피멍 자국이 있어 구타로 의심된다"며 "조사가 시급하다"는 내용의 민원이었다.

인권위는 이를 진정으로 접수한 뒤 1주일 뒤인 14~15일 28사단에 현장조사를 나갔다. 그러나 사건 핵심인물인 가해자들은 만나지 않은 채, 목격자들의 진술에 의존해 사건을 파악했다. 인권위 조사국 관계자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폭행 내용은 목격자 진술로 파악을 했고, 가해자들도 헌병대 조사에서 혐의를 거의 다 인정했어서 (만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건 파장 커지자 뒤늦게 '직권조사'... "권고 수준에 그치는 인권위의 한계"

특히나 인권위는 법적 근거에 따라 당시 헌병대 조사에 참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8조에 의하면 인권위는 해당 진정이 긴급한 사안이라고 판단될 경우 '긴급 구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다른 기관이 하는 검증 및 감정에 대한 참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현장 조사 중이던 때는 이미 군에서 충분히 심각성을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28사단 헌병대 수사기록을 보면, 집단구타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아무개 병장(25)은 7일 오후께부터 자신의 범행 사실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한다. 상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된 지아무개 병장(22) 등도 9~10일에는 그간 저질러온 집단 구타에 대해 시간과 장소 등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현장조사 당시 인권위는 28사단 부대책임자에게 '정확한 수사와 함께 수사내용을 유족에게 설명할 것'만을 요청한 뒤 6월 2일, 피해자 유족과 통화해 28사단 측의 조치 내용(사건 관련자들의 보직해임 등)을 확인하고는 진정을 각하 처리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시 유족은 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추가 조사는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7월 초, 인권위가 사건을 종결지으며 단순 질식사로 결론 나는 듯했던 윤일병 사건은 같은 달 31일 한 군 인권단체에 의해 참혹한 실상이 폭로됐다.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여론이 점차 악화되자, 인권위는 4일 이미 종결지었던 윤 일병 사건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28일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다.

국가인권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당시 (조사를) 왜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냐는 것에 대해 할 말은 없다"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인권위원회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인권위가 진정사건에 대한 내용을 심의해 결정을 내리더라도, 현행법상으로는 해당 기관에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그 내용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인 조치까지 가능한 장애인차별금지법 등과 달리,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권고 수준에 그칠 뿐"이라며 "당시 헌병대의 수사방향이 인권위와 추구하는 바와 같다고 판단했고, 가해자에 대해 이미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권영국 변호사는 "진정이 먼저 접수된 후 헌병대 수사가 시작됐으므로 수사에 참관하는 등 인권위도 충분히 가해자를 조사할 수 있었다"며 "인권위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돼 강력한 권한을 지녔음에도, 이명박 정부 이후 그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국가인권위, #윤일병 사망, #인권위원회, #윤일병 구타 사건, #인권위 윤 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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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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