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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6일 오후, 냄새가 진동하는 울산 여천천 주변에서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고 있다
8월 6일 오후, 냄새가 진동하는 울산 여천천 주변에서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고 있다 ⓒ 박석철

6일 오후 6시 울산 남구 여천천 주변. 기온은 32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높은 습도 탓인지 찌는 듯한 더위가 엄습했다.

여천천 주변에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초록색의 아스콘 도로 위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주민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여천천에서 풍겨 나오는 심한 악취 때문이다. 이곳을 걸어가던 기자도 역한 냄새에 코를 막아야 했다.

울산 남구 여천천은 울산 남구청이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40여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자연친화적인 생태하천으로 조성한다'며 사업을 벌인 곳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탓에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는 그럴 듯하게 나 있었지만 여천천 곳곳에는 오염물질로 된 찌꺼기가 모여 있었고, 하천 주변은 물론 이 일대 아파트 단지까지 악취가 났다.

여천천을 끼고 있는 남구 달동과 야음동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여천천에서 올라오는 역한 냄새로 고통을 겪는 날이 많다고 한다. 여천천에 운동하러 나온 한 주민은 "마땅히 운동할 데가 없어 무의식 중에 여천천에 걷기운동을 하러 나온다"며 "하지만 냄새가 역해 운동하기에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생태하천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울산 여천천에서는 역한 냄사가 진동했다
생태하천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울산 여천천에서는 역한 냄사가 진동했다 ⓒ 박석철

울산 남구청 담당부서 관계자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깨끗한 물을 유지하기 위해 태화강에서 끌어온 유지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산을 들여 상시적으로 유지수를 투입한다지만, 이날 경험한 여천천은 '생태하천'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최근 태풍 나크라 탓에 울산에도 전날까지 많은 비가 내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비가 많이오면 하천의 오염 물질도 씻겨 내려가고 냄새가 없을 듯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남구청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비가오면 길거리에 있던 오염 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찌꺼기가 생기고 냄새도 나는 것 같다"며 "현장에 나가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물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유지수를 흘러보낸다지만 여천천에는 냄새를 동반한 오염물질이 곳곳에 고여 있었다
물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유지수를 흘러보낸다지만 여천천에는 냄새를 동반한 오염물질이 곳곳에 고여 있었다 ⓒ 박석철

한편 기자가 둘러 본 여천천의 중류 구간 외 상류와 하류에서는 현재 3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여천천 고향의 강 사업'이 진행중이다. 지난 2011년부터 300억 원을 들여 여천천 일부 구간 복개 철거 등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5년 1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울산 남구청측은 "현재 냄새가 나는 여천천 구간은 고향의 강 사업과는 별개다"라면서 "앞서 추진된 여천천 정비사업은 남구청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생태하천 만든다며 토목공사에 치중
과거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환경이 깨끗했던 울산은 지난 1962년 정부로부터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된 후 오염물질이 늘어나면서 대기오염은 물론 강과 하천 등 수질오염도 잇따랐다. 울산의 유일한 강인 태화강과 주요하천인 여천천 등은 죽음의 강 또는 하천으로 변했다.

전국에 '울산은 공해도시' 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즈음인 1990년대, 시민구성원들은 산업화에 따른 반대급부로 파생된 환경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태화강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공장과, 인구 증가에 따른 생활 오수 유입으로 검은 강으로 변했던 태화강이 시민구성원의 노력 끝에 이제는 연어가 돌아올 정도로 깨끗해졌다. 시민단체는 태화강 사업에 들어간 예산이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은 태화강에 유입되는 오수를 통제하는 관거 공사나, 오니를 걷어내는 준설 등에 쓰였지만, 산책로나 자전거도로와 주위의 경관을 꾸미는 데 훨씬 많이 투입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토목사업에 치중한 것이다.

소위 '태화강의 기적'으로 불린 이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전 박맹우 울산시장이다. 그는 깨끗해져 가는 태화강의 마케팅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3선 시장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까지 거머쥐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며 "태화강을 롤모델로 삼겠다"고 까지 했다.

박맹우 전 울산시장의 '태화강 마케팅'은 다른 지자체장들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예산도 확보하고 유권자들에게 인기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공단이 있는 남구의 여천천도 태화강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왔다.

지난 2006년 남구청장에 당선된 김두겸 전 구청장은 "울산 남구의 여천천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만든다"며 340여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 2007년부터 여천천 정비 사업을 벌여 2010년 완공했다.

김두겸 전 구청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남구청장 3선을 포기하고 울산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2월 조기 사퇴했다. 그는 자신의 재직 중 가장 잘한 일에 대해 "죽어가는 여천천을 살리기 위해 2007년부터 4년 동안 34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생태하천으로 바꿔놨고, 지난해부터는 고향의 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울산 여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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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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