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8일 오전에는 26일째 단식 중인 유가족 김영오씨가 이를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에 방문해 자신의 의견이 적힌 피켓을 전달했다. 또 단식을 중단했던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도 전날부터 단식에 재돌입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아래 국민대책회의)와 '성역 없는 진상조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교수행동'(아래 교수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여야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정국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식 재돌입, 청와대 항의 등... 유가족·시민단체 반발 거세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옆에서 단식 26일째를 맞은 김영오씨가 뜨거운 햇살 아래에 섰다. 30도에 가까운 날씨, 등산용 지팡이에 의지해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약 1.5km를 걸어 왔다. '대통령의 눈물은 거짓이었습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피켓 뒷면에는 매직으로 쓴 김씨의 글귀가 적혀 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고(故) 김유민양의 아버지다.
"대통령님, 약속을 지켜주세요. 어린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고 배우겠습니까. 당당한 대통령이 되십시오. - 유민이 아빠"대통령이 직접 전화라도 걸기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김영오씨는 글귀 위쪽에 연락처까지 남겼다. 그의 등에는 '대통령님, 힘없는 아빠 쓰러져 죽거든 사랑하는 유민이 곁에 묻어주세요'라는 몸자보가 붙어 있었다. 그는 청와대 경호팀의 협조로 청와대 연풍문(면회실) 직원에게 피켓을 전달했다.
이후 그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박 대통령이 유가족 뜻대로 해준다고 했는데 왜 약속 안 지키냐고 묻고 싶어서 (피켓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가족 입장 물어보지도 않은 박영선 새정치연합 대표, 내 앞에서 와서 무릎 꿇으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걸어온 거리를 되돌아 광화문 광장으로 갔다.
"여야는 청와대, 국정원에 면죄부 줬다"... 광복절, 대규모 국민대회 예정시민단체들도 여야 합의에 반발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특별법 제정을 야합이라고 규정하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박석운 국민대책회의 진상규명 국민참여위원회 공동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을 '새누리당 이중대'라고 비난했다.
박 대표는 "유가족과 국민이 400만 명이 넘는 특별법 서명을 모을 때도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 무엇을 했나"며 "당력을 기울여 앞장서지 못할망정 새누리당 이중대로 전락한 것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제 합의는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포기하고 청와대와 국정원에 면죄부를 줬다"며 "국민 400만 명의 뜻을 거스른 정치권에 대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행동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송주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은 "진실규명이야 말로 이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뿐만 아니라 여기에 응축된 대한민국의 모순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진상조사를 당해야 할 이들이게 조사권을 준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는 국민들의 뜻과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고(故) 정봉수군 아버지 정성욱씨는 "여야 합의안은 자기들 멋대로 세월호 사건을 움직이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여야 합의안이 아니라 진실된 사건 규명"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대책회의는 오는 9일 오후 7시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촛불 집회를 준비한다. 또 11일 오전에는 전국 대책회의가 참가하는 비상시국회의를 열며 광복절인 15일에는 오후 3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10만 명 규모의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