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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평가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과제와 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사회공공연구원 제갈현숙 연구위원의 사회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위원장,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최근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이 기초연금에서 제외되어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 문제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개별급여로 전환하려는 개악 시도 등에 대해 짚어보았고,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평가와 거시적 시각에서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과제와 대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 사회의 가난, 가난한 이들이란"

사회자: 오늘 두 분에게 대략적으로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질문을 드리려고 한다. 첫 번째는 우리 사회의 가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두 번째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의 특징과 그 구조 안에서 소득 및 서비스, 노동에 대한 경향성이 가난한 이들의 복지 정책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세 번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법에 대한 현황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다.

지금 정부에서는 맞춤형 복지라는 이름으로 대상자에게 생애주기별 복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뜻 보면 좋은 취지인 것 같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재정과 소득, 서비스 자체를 다 흩어놓은 파편화된 구조로 복지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그 구조에서 빈곤이라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고 복지부 홈페이지만 봐도 전혀 사회정책적인 구조로 되어 있지 않다. 정부는 빈곤층을 '저소득층'이란 용어로 쓰면서 이들을 수급빈곤층, 비수급빈곤층, 차상위계층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수급빈곤층은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공적소득자료, 추정소득자료, 부양의무자 기준을 모두 통과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 조건을 한 가지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비수급빈곤층, 최저생계비 120% 이하는 차상위 계층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분이 생각하는 가난한 이들의 개념은 무엇인지, 정부의 개념이 적절한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이야기해 달라.

오건호: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빈곤이지만 경제적 요인에 의해 삶의 곤란과 불안을 느끼게 되면 그것을 빈곤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결국 사회정책적 측면에서 빈곤선이라는 것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사회에서 빈곤선을 어느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기준과 국가가 공공부조를 투입하기 위한 정책적 가이드라인으로서의 빈곤선이 다양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빈곤선은 최저생계비 기준으로만 일원화되어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최저생계비기준은 중위소득 40% 정도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이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에는 45~46% 정도였다. 계속 동일한 예산에 묶여있다 보니 기준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대빈곤선 기준으로 최저생계비 금액이 낮아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공공부조 대상 기준도 지금보다 훨씬 넓게 정해야한다. 실제로 빈곤층을 400만에서 800만까지 예측하는데 실제 수급자는 135만밖에 되지 않으니 실제 빈곤층과 정부정책에서의 대상자수 격차는 매우 크고 절대빈곤선이 실제 빈곤층을 파악하는 기준선으로는 실효성이 약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나는 지금 빈곤선보다 높은 소득을 벌고 있어서 현재 빈곤층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 소득은 계속 낮아질 것이고 이 시기에 소득은 마땅치 않을 것이다. 사실상 빈곤층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 또한 지금은 내가 그럭저럭 살지만 곧 빈곤층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들도 모두 잠정적 빈곤층이라 볼 수 있는데 고령화시대에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가 필요함에도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빈곤선을 협소하게만 보려고 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빈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빈곤선이 현재 정부의 빈곤정책이다.

강동진: 빈곤에 이르게 된 과정 자체가 다양하고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는데 실제 소득만 낮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로부터 배제된 여러 문제를 모두 통틀어서 빈곤이라 하기도 한다. 기준이 사회마다 국가마다 다양하지만 빈곤은 경제적으로 소득이 없는 걸로 정의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빈곤이라는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나라는 빈곤선을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그 개념으로 정부가 최저보장수준을 사회적으로 합의해 나가야 하는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좌로부터 강동진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
 좌로부터 강동진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
ⓒ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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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해소보다 부정수급 홍보에만 열 올리는 정부"

사회자: 우리사회는 빈곤선을 사회적 합의방식으로 결정한 적이 없다. 정부가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만들어 전문가들을 통해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빈곤선의 기준이 필요하고 다양한 차원의 빈곤선이 고려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신 것 같다. 정부는 빈곤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인 정책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빈곤률을 감소시키는 정책적 효과는 못보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빈곤률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데 수급자 수는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부정수급 색출을 정책적 우선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신생 수급자보다 탈락 수급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각지대의 문제도 근본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기보다 국민들에게 '부정수급 몇 명이 잡혔다.'는 식의 홍보만 부각하여 강조하고 있다. 말로는 복지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지만, 빈곤층의 소득보장 정책은 파편화되고 권리 측면 또한 축소되고 있는 것 같다.

두 분은 어떤 판단들을 하고 계신지, 추가적으로 보편적 복지의 전제가 복지욕구에서 절대빈곤층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인데도 어느 순간 선별적 복지와 대립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인 것처럼 얘기 되면서 절대적 빈곤층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정서들이 현 정부가 소득중심으로 제공되어야 할 부분에 오히려 눈을 돌리고 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같다.

강동진: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이명박, 노무현 정부 때도 복지정책의 목표가 현금으로 지원하는 소득보장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보장으로 가야 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득보장제도가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는 나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복지국가의 외형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보니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논리 중 하나로 생활보장, 돌봄, 의료 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가가 책임지고 재정을 투여한 방식이 아니라 시장적 방식으로 확대하면서 '그것도 복지 확대다'라는 주장을 해온 셈이다.

또 하나는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재정을 많이 지출해야 되지만 정부는 부정수급을 강조하며 국가 재정을 늘리지 않을 방법으로 이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부정수급은 수급당사자보다 공급기관의 부정행위로 적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관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시장논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요양병원의 문제가 그런 것이지 않나?

오건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가 축소되거나 제자리걸음하고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복지운동에 대한 여러 평가와 미래 과제에 대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에서는 2010년, 이른바 보편적 복지 바람이 불었던 시점부터 기초연금법이 통과된 이 시기가 복지운동의 1기였다고 평가한다. 그 이후부터는 새로운 라운드였고. 우리 단체가 복지국가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이다 보니 단연 활동의 키워드는 '보편적 복지'였고 모두에게 복지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복지가 권리로 자리 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가 구현될 만큼의 복지 담론, 복지 철학, 복지 제도, 복지 인프라 등의 논의가 우리사회에서는 굉장히 취약했다고 본다. 하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인프라는 없지만 위에서부터의 복지 바람을 일으켜보자고 했고 대선을 계기로 한국형 복지국가를 건설해보자는 것이었다.

사회자: 한국형 복지국가는 박근혜 용어인데(일동웃음)
오건호: 아래로부터의 주체도 커야 되고 여러 복지인프라도 만들어져야 되는데 핵심과제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보니 '복지의 불균등 발전'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보편적 복지 바람이 불 때는 '모두에게 복지를' 이라는 담론이 있었다면, 지금은 복지가 굉장히 심각한 불균등 발전을 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가 벼랑에 몰려있다. 정부는 세입이 늘지 않고 예산은 부족하다보니 결국 힘이 약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축소하고 이들에게 고통을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보편적복지의 부메랑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온 셈이다. 기초생활보장 예산만 보더라도 사실상 동결되었고 지자체도 복지예산을 거의 동결하거나 축소했다. 더불어 부정수급의 대부분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탈락된 경우가 많지만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내가 가난하면 결국 빈곤층이지 않는가?

또한 정부는 병렬적이고 개별적인 제도를 만들어 놓고 수급자들이 중복수급을 받고 있다며 이들의 복지를 축소하고 있다. 부정수급자가 수급을 받아야 할 빈곤층을 수급대상에서 탈락시킨다는 생각이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생계급여도 받는데 왜 기초연금까지 받는냐'라는 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러니 20만원을 줬다가 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어느 면에서 보편적 복지 운동의 성과가 예산 제약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구성원이 복지를 권리로 인식하게 만든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복지를 권리가 아닌 정부의 경제적 부담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중복수급을 걸러내야 한다는 마인드에 매달려 있다. 보편적 복지도 모든 사람들을 위한 권리로서의 복지를 얘기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못했다. 보편적 복지가 되면 전체 시민의 복지도 올라갈 것으로 가정한 면이 있다. 전체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면 어려운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라갈 것이라는 논리와 비슷하다. 마치 시장주의자들이 전체 이윤이 올라가면 모두의 이윤이 올라갈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과 같은 논리다.

보편적 복지의 낙수효과는 잠정적으로 기대한 점이 없진 않았지만 세심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 동반상승하는 복지가 있고 그렇지 않은 복지가 있다. 예를 들면 무상의료가 이루어진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도 비급여가 없어지면 본인부담이 줄어드니까. 의료를 보편적 복지의 틀에서 보면 가난한 사람들도 보편적 복지의 수혜자가 된다. 그러나 사실 그전에도 빈곤층은 급식, 보육, 기초연금, 경로연금을 받고 있었다. 지난 3~4년 동안 한국에서 이루어졌던 보편 복지 운동을 통한 복지 확대라는 게 사실상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연금으로 치면 빈곤노인들은 2007년 이전에 비해 현금급여가 더 삭감되었다. 의도한건 아닌데 사실상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수준이 올라간 게 아니고 더 내려간 것이다.

보편적 복지국가 운동이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이 탄탄하지 못한 허술한 한국의 복지 인프라를 이제는 하나씩 만들어 나가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복지대로 만들어 가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에도 주목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계속 벼랑 끝으로 몰아가기도 했지만 시민사회나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던 쪽도 그 결과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강동진: 무상의료 운동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건강보험보장성이 확대되는 방식이 질환중심으로 가거나 의료행위 개별로 가다보니 가난한 사람들의 혜택이 적다. 예를 들어 노인틀니보험, 인플란트 보험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인부담은 40~50% 즉, 40~50만원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의도와는 다르게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확대가 되지 않았다. 이런 측면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편적 권리로서 확대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상황에서 세세하게 복지의 우선순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 이런 부분도 같이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한국적 제도랑 가장 어울리는 사회보장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IMF이후 실업이 늘어나고 중산층의 추락에 대비하여 만들어진 제도인데 교과서적으로 보면 잔여적 복지제도이지만 최근 노동시장 구조와 관련해서 보면 굉장히 보편성을 띄는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학적 기준이 아닌 소득 기준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불안정함 속에서 실업과 비정규직의 소득보장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하느냐의 측면에서 보면 중요한 제도라 생각한다. 기초법은 일반적 공공부조로 바라봐야 하고 기초법의 위상이나 성격자체를 재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자: 보편적 복지의 성과인 보육지원금과 노인 관련 재정확대가 지방정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지자체의 반발이 크다. 지방재정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 재정은 늘어나고 있는데, 의료급여만 보더라도 중앙정부재정, 지방정부재정의 매칭 펀드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중앙정부가 70~80%를 부담하고 지방이 나머지 재정을 부담한다. 이게 2008년 200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였다. 결국 적자가 나면 건강보험이 책임져야하는 구조다. 급여 실행주체는 지자체이지만 결국 병원에게 돈을 주는 주체는 건강보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강보험에 적자를 떠넘기면서 적자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어 현장에서는 의료급여 환자를 꺼려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은근슬쩍 사회보험으로 넘기고 있는 것이다.

"보편적복지 VS 선별적복지? 진짜 복지는 공공부조"

사회자: 사회자지만 의견을 하나 말하자면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 전환 국면에 우리가 정치적으로 실패한 부분은 보수진영을 선별적 복지로 규정한 것이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그들의 주장은 잔여적 복지인데 전선이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구도가 되면서 싸움이 진행되었다. 사실 선별과 보편은 할당의 원리이고 불평등한 수준을 가장 완화시킬 수 있는 적당한 원칙은 선별적 복지이다. 제일 가난한 사람 먼저 추려서 가장 먼저 자원을 주는 것이 선별적 복지이다. 그 당시 보편적 복지 투쟁은 우리나라 국민들도 이제는 시민의 권리로서 보편적 복지로 가야한다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 패러다임에서 선별은 투쟁의 대상이 아닌데 보수진영에서는 모두에게 줄 거냐? 일부에게 줄 거냐? 라는 잘못된 프레임에 말린 것 같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가 이 복지 프레임을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초연금을 노인 모두에게 주겠다는 주장을 오히려 민주당보다 훨씬 심플하고 쉽게 풀어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더니 보편적 복지 프레임을 부수기 시작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프레임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후 진보진영 안에서 복지를 가지고 정치를 하려면 새 프레임을 짜야 된다고 생각한다. 보수진영의 잘못된 프레임에 말릴 게 아니라 명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해야한다. 빈곤층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과 권리 축소 등 많은 것을 빼앗겼다. 절대적 빈곤층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욕구와 보편적으로 가지고 가야 할 것을 디테일하게 접근해야 할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운동의 측면에서 보면 좀 더 발전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건호:  저는 상대적으로 2010년부터 지난 시기까지  당시 보편적 복지의 담론으로 접근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복지프레임에서 담론적 우위를 보편적 복지가 선점하면서 복지 인프라에 대해 보수진영은 미시적으로 대응한 것에 비해, 진보진영은 아예 담론으로 '모두에게 복지를 주자'라고 주장한 것은 사회양극화나 민생의 곤란이라는 큰 틀에서는 보편적 복지의 효과가 크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지금은 보편VS선별 프레임이 완전히 달라졌다. 보편적 복지는 쉽게 말하면 다주자는 것인데 이건 이미 사회서비스와 사회적수당의 영역에서 급식, 보육, 기초연금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다. 보편적 복지 VS 선별적 복지를 가지고 싸웠던 것이 서비스와 수당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가기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고 실질적으로 전선이 형성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금부터는 공공부조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건 보편과 선별의 대상이 아니다. 얼마나 내실 있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이다.

또한 사회보험은 보편주의적으로 이미 설계되었는데 노동시장이 이 모양이니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생긴 거다. 이 문제는 보편적 복지 담론과 다른 문제이다. 결국 지나치게 빈약한 예산과 노동시장의 불안정이 문제인 것이다. 지난 복지 바람 시기를 재평가하면서 보편적 복지가 가지고 있는 담론의 유효성과 생명력을 가지고 복지의제를 공론화 시키고 전선을 만드는 것의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사회자: 새로운 국면의 패러다임, 복지정치에 대한 전략적, 전술적 시기인건 맞는 것 같다. 참고로 재정 규모만 봤을 때 부처별 총 지출액 순서를 보면 1위가 교육부, 2위가 안행부, 3위 보건복지부이다. 분야별 재원 배분 순서를 보면 보건, 복지, 고용까지 묶었을 때 올해가 전체 국가재정 지출에서 보건복지고용이 30%였다. 2007년도가 26%였는데 국가재정이 연간 6% 씩 늘어난 것에 비하면 사실상 늘어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이중에서 공공부조 특히 기초생활수급 비용이 어느 정도 수준을 차지하나 봤더니 복지부 지출 기준으로 봤을 때 복지부 예산중 19.3%정도이다. 국가전체예산에서 0.22%이다. 이정도 수준이 공공부조에서 현금, 소득보장관련 지출이 되고 있는 것인데 복지부는 이마저도 전체 국민이 아닌 일부국민에게 이렇게 많은 예산이 편중되어 있는 것이 옳은 것이냐 라는 형평성을 제기한다. 이정도 규모 지출이 실제 빈곤층의 수준 대비 수급자 비율의 절반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전체 복지 지출에서 공공부조가 어느 정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오건호: 빈곤층에 맞춰 국가정책이 들어가야 되는데 지금은 예산을 정해놓고 빈곤층을 끼워 맞추고 있다. 빈곤예산이 전체 국가예산, 복지예산, GDP중에 얼마나 차지해야하나?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 그 나라의 빈곤실태와 형태에 따라 커질 수 있고, 예산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OECD나 다른 나라가 지금 공공부조에 얼마 예산을 쓰고 있다 이거는 비교가 안 될 것 같다. 현재 400만 명이 빈곤층이라고 본다면 지금보다 수급액을 2배는 올려야 될 것 같고 비수급과 차상위까지 하면 2배 이상이니까 지금보다 4배정도? 돈이 많이 들겠네. (일동웃음)

사회자:  정부나 우리나라 지배계급이 빈곤을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 빈곤층의 정치적 경향성이 스스로 어떤 주장을 할 수 있는 그룹도 아니고 정부에서는 이미 이들을 배제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참 답답한 상황이다. 세 번째 큰 꼭지 최근 이슈 관련, 기초법 현황과 풀어야 될 긴급과제를 이야기해 달라.

"수급권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정부의 기초법 개정안 "

강동진: 박근혜 정부 들어 기초법을 통합형으로 규정하고 맞춤형 개별급여로 바꿔야 한다고 법개정을 추진중이다. 현재까지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네 개로 쪼개 추진할 계획을 짜고 있다. 국회에 법률개정안이 올라가 있는데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다. 정부는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수급자 수도 늘리고 급여혜택도 늘어난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정부의 말대로 수급자 수와 급여혜택이 늘어나면 예산도 늘어나야 되는데 작년예산과 올해를 비교해보면 고작 2%만 증가했다. 핵심은 왜 이렇게 바꾸려 하는가이다. 사실상 정부안인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의 개정안을 보면 최저생계비란 개념을 아예 최저보장수준이란 말로 대처하고 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권리성 급여라고 말하는 것은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인데 정부는 최저생계비란 개념을 삭제하여 '권리성'를 지우려한다. 결국 기초법을 정부 재량으로 예산 맞춤형으로 성격을 바꾸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

또 다른 문제는 수급대상자 중 근로능력자들을 배제 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정부가 홍보하는 것처럼 의료수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의료급여를 모두 준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신청자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료급여 개편방향은 실제 보장내용에서도, 선정기준에서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결국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의료급여가 차지하는 재정 비중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근로능력자를 기초생활보장에서 제외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현재 근로능력자를 대상으로 한 복지 프로그램이 ERTC 사회보험료 지원 말고는 없는데, 이들은 사회보험제도에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도 사각지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복지제도와 관련하여 진보진영이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대안을 내놓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사회자: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고용부 산하 18개, 복지부산하 12개 공공기관을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한다. 고용복지청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내부 기본 프레임은 사회서비스를 전면에 배치하는 '일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 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가 기획하는 맞춤형 개별급여는 근로 가능한 대상자 중 생계급여 지급을 제도적으로 제외시키려는 기재부의 기획과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소득보장 중심의 복지는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개인이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라는 거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모든 사람을 노동자로 담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면 억지로 만든 일자리로 끄집어 넣어야 하는데 기재부의 기획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소득보장 모델은 공공부조와 사회보장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상당히 많다. 일을 중심으로 하는 복지국가로 가면 사각지대가 더 늘어날 상황이다. 중요한 시점이고 이 기획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최근 기초생활수급자분들이 중복급여금지 조항 때문에 실제로 기초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었다.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기초연금을 뺏어간 박근혜 정부"

오건호: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감액 지급하는 것, 연금의 불신을 키우고 세대간 갈등 및 불안정성 등이 지적 되었지만 결국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고 다음 달 생계비에서 20만원이 삭감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정부는 기초연금으로 소득인정액이 높아졌으니 생계급여에서 삭감되는 게 논리적으로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처음 이 운동을 시작했을 때 사회적으로 얼마나 공론화될까 싶었는데 여론의 지지나 언론의 지지는 받고 공론화된 것 같다. 그런데 당사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정말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지사, 노인당사자, 빈곤층 등 당사자 조직 활동을 좀 더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이 운동의 결과가 실제 어르신 분들의 급여를 확대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의 기초가 튼튼할수록 낙수효과가 아닌 상승효과가 있을 것 같다. 노인들의 생존권 보장도 그렇고 공공부조, 빈곤운동, 사회복지 운동 측면에서도 꽤 큰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강동진: 8월 20일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현재 서울지역 4개구에서 주거급여가 시범사업 중인데 이 급여도 25일 쯤에 지급된다. 어떤 수급자는 액수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할텐데...

오건호: 8월 20날 수급이 삭감되어 들어오면 주민센타에 문의가 많이 들어올거다. 지금 목표는 8월 21일을 D-DAY로 잡고 국민서명운동을 하면서 그날 최소한 5개 권역에서 동시다발 집회든 촛불을 들려고 한다.

사회자: 기초법이든 기초연금이든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시행하려는 맞춤형 개별급여는 복지의 틀 안에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봐야할 것 같다. 기초법 개정안은 빈곤 당사자 단체에서 1년 넘게 반대하고 있고 기초연금도 누구는 20만원 받고 누구는 10만원은 받고 누구는 제외되고... 말은 보편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히려 형평성도 없고 분배원리도 다 어그러지고 당사자 사이의 통합도 막는 제도가 되어버렸다. 복지가 이렇게 기능하면 안되는데 우려가 많이 든다.

오건호: 저는 기초법의 문제는 상대적 빈곤선으로 갈거냐? 절대적 빈곤선으로 갈거냐? 등의 문제보다 공공부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법은 부양의무자, 소득인정액제도 등의 문제가 핵심적이기 때문에 부양의무자의 사실상 철폐로 초점을 맞추고 운동을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공공부조 개선 운동에 에너지가 붙으려면 복지의 불균등성에 대한 문제의식 등이 강해져야 되는데 과거 평가도 충분치 못하다보니 현황으로 제기되는 기초법 대응은 기존의 관성적 방식으로 정부가 갖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는 운동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강동진: 기초법이 복잡하고 어렵지만 빈곤사회연대 같은 단체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문제제기를 해왔다. 최소한 의료급여나 주거급여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해왔는데, 동의 수준이 조금은 높아진것 같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부양의무자의 기준을 완화하자는 일명 세모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아래로부터 차곡차곡 쌓이는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

사회자: 두 분 말씀을 들어보니 복지정책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인다. 빈곤사회연대 같은 경우 부양의무자를 철폐하자는 운동단체로서 대중적 운동을 10년 동안 해왔는데 주요한 정책안의 주체는 정부였다. 운동단체에서 주장하는 것들이 정부의 주장과 맞물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고, 단체들이 단일한 입장을 내지 못할 때도 있다. 이명박, 박근혜 모두 정치적으로 꼼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정책적으로 밀고 나가지 못하도록 뭔가 장치를 만들어 놓아서 자꾸 걸리게 되고 하나의 프레임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기초연금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는 이슈들로 들어가면서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공공부조는 더 복잡하다. 기초법의 각종 급여원칙에 대해 대중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대중화시킬 수 있는 운동의 프레임이 있어야 되는데 사실 각각의 단체들이 생각이 없어서 못하기 보단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시민사회 노동시장이 더 풍성해지고 강대해지면 서로 엮이면서 더 잘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래로부터 차곡차곡 쌓이는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정책,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될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시면서 마치겠다.

오건호: 광범위한 복지사각지대 층이 있는데 정부 정책이나 예산 배정이란 게 절박성의 순서가 아니라 목소리 순서대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세력화 조직화할 것인가 그게 큰 과제 인 것 같다. 함께 활동하는 정당, 학자, 단체들이 현실적으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직화하고 세력화하는데 얼마나 힘쓰고 주목했는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고, 새로운 복지 아젠다를 만들고 주체를 만드는 것에 좀 더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가 우리사회의 복지영역에서 중요한 핵심 과제, 화두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강동진: 당사자들의 움직임이 철저하게 따로 조직되어 있는 건 아니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당사자들을 조직하는 단체가 별로 없다. 서울지역 임대아파트 밀집지역에 선전전을 나가면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임대아파트 밀집지역 뿐만 아니라 수급자들이 곳곳에 다 있다. 이들을 모아낼 수 있는 조직력의 힘은 지역에 몸담고 있는 단체들이라 생각한다. 지역에서 그들을 기반으로 조직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또 하나는 노동빈곤이라는 문제가 심각한데 정부는 이상한 일자리를 많이 생산해내면서 '일자리가 복지다'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담론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일자리가 복지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현재의 노동시장을 합리화시키고 있으니 앞으로 복지 담론에서 노동빈곤의 문제를 핵심에 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최근 어떤 직장인과 대화하다가 '일자리가 복지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이분이 '일자리로 카드빚도 못 갚는다' 라고 하더라.(일동웃음) 어쨌든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가 팽창 국면에 있기는 한데 원칙이라든가 복지정책 발전의 방향이라든가 굉장히 우연적이고 이상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고전적 복지국가의 모델을 적용하기에는 노동시장이 문제고, 그래서 10~20년 황금기를 누렸던 국가들이 신자유주의로 전환하는 방식을 한국이 가져 온 건데 이걸로는 해결될 수 없고, 당장의 우리식의 복지, 한국 사회에 적합한 어떤 걸 만들어 내야 하는 것 같다.

저는 절대적 빈곤층과 차상위계층, 더 크게 근로빈곤층까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근로빈곤층은 아무 혜택도 없고, 미래 노후빈곤도 심각하다. 정부가 사각지대를 포괄하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사각지대가 복지에선 빠진다. 현재 우리는 사회서비스가 아니라 소득 중심으로 가야 될 시기이다. 신자유주의 국가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소득지원을 하는 것은 낡은 패러다임이고 국가가 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동빈곤층으로까지 확대되는 소득보장정책을 보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책적 영역이 아닌가하는 고민이 든다. 가난한 분들이 '연명이 아닌 삶'을 누릴 수 있는 땅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기로 약속하면서 마치겠다.


태그:#복지, #건강권, #기초연금, #기초법, #건강세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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