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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공원 안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을 찾은 어제(10일)는 일본열도로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권으로 산발적인 빗방울이 뿌리고 있었지만,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본관에서는 대만의 국립고궁박물관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고 기자가 찾은 곳은 본관 옆에 있는 동양관 전시실이었다. 이곳 5층에는 조선유물전시관이 있다.

최근 한국 언론에서는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스님)는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오구라 컬렉션 중 금관총, 조선 대원수 투구, 창녕출토 유물, 연산동 출토 유물 등 4건 34점이 비정상적인 유통경로로 수집된 도난 도굴품임을 밝혀냈다. 이에 도쿄국립박물관에 지난 1일 보관중지 요청서를 발송하고, 20일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일본 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다"라는 보도를 앞 다투어 한 바 있다.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 5층 조선유물실에는 오구라가 조선에서 수집해간 국보급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유물 가운데는 경남 창녕 출토의 5세기 신라시대 유물인 금팔찌, 굵은 고리 귀걸이 등이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말탄사람(騎馬人物土偶), 바퀴모양 술잔(車輪付双角杯) 등 5세기 가야지방의 출토품도 눈에 띄었다.

금관, 오구라코렉션 기증, 일본 중요미술품
▲ 금관 금관, 오구라코렉션 기증, 일본 중요미술품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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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고리 귀걸이, 오구라컬렉션 기증, 일본 중요문화재
▲ 굵은고리 귀걸이 굵은고리 귀걸이, 오구라컬렉션 기증, 일본 중요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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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시중인 작품의 수는 백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안내원은 현재 전시중인 유물에 관해서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으며 다만 석 달 단위로 소장품을 교체 전시중이라는 말만 건넸다. 다행인 것은 "촬영금지" 딱지가 붙은 불화(佛畵)와 범종 등 일부 전시품을 빼고는 전시장 안의 유물들은 대부분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전시품 가운데는 특히 '오구라컬렉션 기증'이란 설명이 붙은 것이 많았다. 얼마나 문화재를 빼앗았으면 자신의 이름을 딴 컬렉션까지 만들었을까?

'오구라컬렉션'의 대표였던 오구라타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70-1964)는 동경제대를 나온 뒤 1903년에 조선의 대구로 건너와 조선에서 전기사업, 금융업에 손을 대 막대한 부를 움켜쥐게 된다. 그는 그 돈을 가지고 통일신라시대의 금동비로자나불입상을 비롯한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손에 넣는데 질과 양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 할 만큼이었다.

오구라가 긁어모아 일본으로 가지고 간 조선의 귀중한 유물들은 그의 사후 <오구라컬렉션보존회>에 의해 보존되다가 1982년 동경국립박물관에 기증되었다. 유물은 일본의 중요문화재 8점, 중요미술품 31점을 포함한 1110점으로 도쿄국립박물관측에서는 밝히고 있다.

 벼루, 오구라컬렉션 기증
▲ 벼루 벼루, 오구라컬렉션 기증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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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상감국화무늬긴목병, 오구라컬렉션 기증
▲ 청자상감국화무늬긴목병 청자상감국화무늬긴목병, 오구라컬렉션 기증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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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목을 살펴보면 조각 49점, 금속공예 128점, 도자기 130점, 칠공예(漆工藝) 44점, 서적 26점, 회화 69점, 염색작품 25점, 토속품 2점, 고고시대 유물 557점이다. 시대별로는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통일신라시대, 고려, 조선에 이르는 전 시대를 망라하고 있다.

특히 고고유물(考古遺物)은 낙랑시대와 삼국시대의 고분출토품인 기와류와 통일신라시대의 귀중한 금속공예와 토기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전시중인 조선의 문화재들을 도자기, 토기, 귀걸이 등의 금동제품, 불화, 불상, 범종 등 다양한 종류의 국보급 문화재들로 현재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많다.

바퀴모양 토기, 오구라컬렉션 기증, 일본 중요문화재
▲ 바퀴모양 토기 바퀴모양 토기, 오구라컬렉션 기증, 일본 중요문화재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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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5층 조선유물실에 전시된 유물 가운데는 오구라의 수집품 외에도 다른 사람이 기증한 것과 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전시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엄청난 조선의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는 유물실을 돌아보면서 든 생각은 어떠한 경로로 이러한 유물들이 일본 땅으로 건너오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밝히고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입수한 것이 있다면 고향으로 유물을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처사일 것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이번 한국 문화재제자리찾기 시민 단체의 문화재 반환요구에 대한 신속하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조선침략의 역사를 반성하는 자세이며 미래 한일관계의 우호증진에 힘을 보태는 일일 것이다.

오구라컬렉션이 기증한 문화재가 전시된 도쿄국립박물관 동양전시관, 왼쪽으로는 도쿄국립박물관 본관이 보인다. 또 동양전시관 앞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인석 두 쌍과 양석 한 쌍도 있다.
▲ 동양전시관 오구라컬렉션이 기증한 문화재가 전시된 도쿄국립박물관 동양전시관, 왼쪽으로는 도쿄국립박물관 본관이 보인다. 또 동양전시관 앞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인석 두 쌍과 양석 한 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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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신문 얼레빗과 대자보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오구라컬렉션, #도쿄국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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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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