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마다 (연비) 측정 결과가 다르면 우린 어딜 따라가라는 건가요?"지난달 초 기자와 만난 현대차 고위 임원의 볼멘소리였다. 싼타페 등 자동차 연비 과장 논란이 한창이던 때였다. 또 다른 임원은 아예 정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기업들만 힘들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국 현대차는 고개를 숙였다. 12일 현대차는 고객 안내문을 통해 싼타페 공인 연비를 변경하고, 소비자들에게 자발적인 보상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차종은 싼타페 2.0 디젤 2WD 자동변속기 모델이다. 기존 연비는 1리터당 14.4킬로미터였다. 이번에 변경된 연비는 1리터당 13.8킬로미터다. 줄어든 연비만큼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1인당 최대 40만 원을 보상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연비는 측정하는 방식이나 설비 등에 따라 편차가 발생한다"면서 "그럼에도 현행법상 정부의 조사 결과를 존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초 국토부의 연비 부적합 판정에 반발해왔던 것에 비춰보면 사실상 백기투항인 셈이다.
산자부는 '적합'·국토부는 '부적합'... 버티던 현대차 백기?국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산자부 (연비)조사에 적합 판정을 받았던 것을 뒤늦게 국토부가 조사에 나서면서 뒤집어진 것"이라며 "제조사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자동차 리콜을 담당하고 있는 국토부가 최종적으로 연비 인증까지 하기로 결론이 난 상황"이라며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선 국토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관계자도 "국토부에서 실시한 두 번의 연비실증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서 "(소비자에게) 보상을 해주려고 해도 그에 마땅한 기준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국토부는 현대차와 쌍용차쪽에 연비 부적합 판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요구했었다.
쌍용차도 지난 6월 국토부 연비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었다. 하지만 쌍용차는 현대차와 달리 별도 보상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우리도 산자부와 국토부의 측정 결과가 다른 만큼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할 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부적합 판정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청문절차 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연비 변경표시와 보상 문제는 이들 절차가 끝난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싼타페 소유주에 최대 40만원... 집단소송에선 1인당 150만원 요구해한편 이번에 보상되는 싼타페 차량은 모두 13만6000대에 달한다. 이들 차량소유주에게 최대 40만 원씩 보상해준다. 현대차 쪽에선 미국의 연비 보상 사례를 포함해 국내 고객들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 경유값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상액을 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보상금액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달 7일 1700여 명은 현대차 등 6개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을 청구했었다. 당시 이들은 제조사들이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 표시광고의공정화에 관한법률 위반 등을 1인당 150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