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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대전 중구 대흥동에 마련된 장애인 예술전용공간(집필실) 내부 모습. 현재 장애인인식개선오늘이 운영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대전 중구 대흥동에 마련된 장애인 예술전용공간(집필실) 내부 모습. 현재 장애인인식개선오늘이 운영하고 있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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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재단이 장애인문학단체에 지원해야할 지원금을 사업이 종료되는 날 오후 늦게야 지급해 부실사업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전년 사업의 부실을 이유로 올해 지원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대전문화재단은 해당 단체의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있어 지원금지급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모여 문학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인식개선오늘(대표 박재홍, 이하 오늘)'은 지난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예술전용공간(집필실) 임차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문학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에게 예술전용공간(집필실)을 제공해주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작품을 출판하거나 전시회, 세미나, 교육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다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전용공간(집필실)을 임대할 수 있는 임대보증금만을 지원해 주고, 운영비와 관리비 등은 단체가 직접 부담한다.

이에 따라 '오늘'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2억 5천만 원을 지원받아 대전 중구 대흥동의 한 빌딩에 145평 규모의 예술전용공간(집필실)을 마련했다. 이곳에는 대강당 1개와 집필공간 9개, 사무실 1개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2년 12월 이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유는 사용공간이 경매에 넘겨졌다는 것. 따라서 보증금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실제, 해당 건물은 경매를 통해 새로운 주인이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법적절차를 밟아야 했다.

오늘 박재홍 대표는 이러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입장에 반발하며, 사업연장을 촉구했다. 장애인문학활동을 지원하는 전국 유일한 공간이며, 건물이 법적절차를 밟는다 해도 해당사업의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위험성도 없다는 게 이유였다. 심지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해당 건물주와 맺은 전세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채 2년이 지나면서 자동으로 전세계약도 연장된 상태였다.

결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3년 11월에서야 사업 중단을 '유보'하겠다는 통보를 보내왔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오늘'은 예술전용공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책으로 엮어 출판하는 사업과 전시회, 세미나 등의 진행을 위해 2012년 대전시에 지원금을 요청했고, 2013년 예산에 4000만원이 배정됐다. 대전시는 이 예산을 대전문화재단을 통해 지원키로 했는데, 대전문화재단이 이 지원금 지급을 미뤄왔던 것.

대전문화재단은 한국예술위원회가 해당 사업의 중단을 결정하여 보증금을 회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지원금을 지급할 수는 없어 최종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지원금 지원을 유보해 왔다.

결국, 대전문화재단은 2013년 12월 31일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러면서 사업기간은 2013년 12월 1일부터 31일까지로 정해 놨다. 사업보고서는 한 달 후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사실상 사업진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인 것.

 대전문화재단이 장애인인식개선오늘에 보낸 2013년도 장애인창작집필실지원사업비 지급 공문. 공문에는 사업기간이 2013년 12월 1일 부터 31일까지로 되어 있지만, 실제 사업비 지급은 31일 오후 4시에나 지급됐다.
 대전문화재단이 장애인인식개선오늘에 보낸 2013년도 장애인창작집필실지원사업비 지급 공문. 공문에는 사업기간이 2013년 12월 1일 부터 31일까지로 되어 있지만, 실제 사업비 지급은 31일 오후 4시에나 지급됐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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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랴부랴 미리 진행해 온 출판사업비를 지원금이 나오는 즉시 지출했고, 나머지 사업도 미리 진행한 후 정산하여 사업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때문에 사업이 부실하게 진행된 것은 당연한 일.

뿐만 아니라 '오늘'은 2013년 사업비가 지급되지 못해 2014년 예산은 신청도 하지 못했다. 현재 뒤늦게 2014년 추경예산에 반영하도록 신청을 해 놨지만, 지난해 사업이 부실했다는 이유로 사업이 탈락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박재홍 대표는 "사업이 종료되는 몇 시간 전에서야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장애인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 집행부와 시의회가 결정한 사업을 대전문화재단이 합당한 이유 없이 질질 끌다가 뒤늦게 집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술전용공간(집필실) 사업은 전국에서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에 전국의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이고, 또 이곳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대해 전국의 관심 있는 장애인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런데 대전문화재단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행정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분개했다.

반면, 대전문화재단 김상균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원금을 늦게 지급한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처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해당 건물의 법적인 문제 때문에 예술전용공간 임차지원사업을 중단시켰고, 특히 임차지원금을 회수하려는 상황 속에서 국민의 혈세인 대전시의 지원금을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었다"며 "그러한 불가피한 상황을 박 대표에게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 중단 보류 결정을 우리에게 2013년 12월 17일에서야 통보해, 그 이후 사업신청서를 받아 31일에서야 지원금을 지급하게 된 점"이라며 "우리 재단도 그 해를 넘길 수 없어 불가피하게 마지막 날 지급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해당단체가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대표에게 이러한 점을 그 동안 충분히 설명했는데, 뒤늦게 이제 와서 문제제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의도적으로 해당 단체를 어렵게 하거나, 올해 예산편성에서 불이익을 주는 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대전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도 "장애인인식개선오늘이 신청한 '2014년 장애인창작집필실지원사업비'를 현재 추경에 편성토록 심의 중에 있다"며 "지난해 사업 때문에 이번 예산편성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문화재단#장애인인식개선오늘#박재홍#장애인창작집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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