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과 남고산성 연결 지점에 산성마을이 있다. 한때 산성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전주 한옥마을과 후백제 견훤이 궁성을 쌓았다는 남고산성을 잇는 위치에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지금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 둘러보니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싶다. 가봤다는 사람 치고 만족했다는 반응을 찾을 수 없다. 2011년 11월에 벽화작업이 진행됐으니 채 3년도 안 된 이야기다. 벽화는 서학로에서 남고산성길에 이르는 1.5km에 36개가 그려졌다.
벽화마을엔 지난 4월과 8월 초에 다녀왔다. 4월엔 벽화마을 일대를 전부 걸어봤다. 벽화를 보기 위해 올 만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다시 다녀왔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벽화 앞에 버젓이 이정표를 세워 놓은 곳이 군데군데 보였다.
벽화는 그 덕인지는 몰라도 상태가 깨끗하다. 대신 벽화를 제대로 감상하긴 어렵다. 정보지 상자도 벽화를 가리고 있다. 이는 4개월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건 한 아파트에 그려졌던 대형 벽화다. 규모도 가장 커서 산성벽화마을을 상징하는 대표 그림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말끔하게 사라졌다.
산성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면 그나마 상태가 좋고, 볼만한 벽화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곳도 있다. 그 나머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벽화가 그려진 담장이 통째로 사라진 곳도 있다. 물론 벽화가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래,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낫다. 다만, 벽화 본연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