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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앞산'은 서울의 남산에 해당되는 시민 공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앞'은 남쪽이라는 뜻도 갖고 있으니 '대구 앞산'은 '대구 남산'과 같다. 그런데 왜 남산이라 하지 않고 앞산이라 부를까? 대구의 면적이 현재의 시내 중심가 일원(대구읍성 성내)이었던 조선 시대에 남문밖 아미산 일원을 이미 남산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가 크게 확장된 후 사실상 남산이 된 대덕산을 그냥 앞산으로 부르게 됐다.

앞산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찾는 등산로는 고산골이다. 대구 최대 자치구인 수성구에 붙어 있고, 남구 중에서 최대 아파트단지인 효성·대덕타운과도 길 하나를 사이에 둔 곳에 위치하는 까닭이다. 또 법왕사 등 유서 깊은 사찰, 공룡 발자국, 평이한 등산로, 울창한 숲길, 골 입구에 크게 발달한 식당가 등도 시민들을 부르는 멋진 요소들이다.

멀리서 보는 고산골 제1약수터
 멀리서 보는 고산골 제1약수터
ⓒ 추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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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고산골 제1약수터는 앞산 제1약수터로, 하루에도 수백 명 이상의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간다. 등산로 곳곳에 그냥 물이 아니라 '약수'라는 이정표로 소개돼 있어 고산골 등산이 처음인 시민들도 으레 찾곤 한다.

제1약수터는 고산골 정상부에 거의 가까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목이 마르고 땀이 나는 지점에서 제1약수터를 만난 등산객이 그냥 지나갈 리가 없다. 그래서 나도 지난 17일 오후 2시, 제1약수터를 찾았다.

'식수' 문구 붙어있지만...

약수터
 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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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받는 곳에 "식수로만 쓰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물을 받는 곳에 "식수로만 쓰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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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를 받는 물꼭지 위에는 한 산악회가 붙여 놓은 '식수 외 사용 금지' 문구가 있다. '세수하거나, 수건 빠는 행위 절대 금지'라는 문구도 보인다. '이런 곳에서 세수하거나 수건 빠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 하고 중얼거리면서 막 약수를 받아 마시려는 찰나였다. 뒤에 서 있던 일행이 소리를 쳤다.

"마시지 마라! 안내판에 있는 수질검사서에 식수 부적격이라고 돼 있어!"

식수로 쓸 수 없다는 "부적합" 판정이 곳곳에 명시되어 있는 수질 검사서가 약수 받는 곳 위 안내판에 붙어 있다. (붉은 선은 기자가 표시한 것임)
 식수로 쓸 수 없다는 "부적합" 판정이 곳곳에 명시되어 있는 수질 검사서가 약수 받는 곳 위 안내판에 붙어 있다. (붉은 선은 기자가 표시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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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안내판의 수질검사서를 보니, 정말 음용수 기준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인 것이라는 내용이 그고 작은 글자로 새겨져 있었다. 매월 1회 대구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일반 세균 등 여섯 개 항목에 걸쳐 수질 검사를 한 뒤 게시하는 '수질 검사성적서'에는 "어린이, 노인 등 면역성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총대장균군과 분원성 대장균군이 "불검출"돼야 음용이 가능한데 제1약수터는 이것이 "검출"돼 "음용수 기준 부적합" 판정이 나 있었다.

수질검사성적서에 표시돼 있는 검사일은 7월 2일이었다. 7월 2일? 안내판에는 "매월 1회" 대구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일반세균 외 6개 항목"을 검사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검사를 한 지가 한 달하고 보름이 더 지났다는 이야기다.

"빠른 시정 필요하다".... "못 마시게 할 권한은 없다"

일부러 들여다 보지 않는 한 글자를 제대로 읽을 수 없을 만한 곳에 수질 검사서가 붙어 있다는 점이 첫 번째 문제였다. 수질성적검사서를 수도꼭지 바롱 위에 부착해야 하는 것 아닐까.

둘째,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도 폐쇄 조치를 하지 않은 관청 또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 매일 수백 명 이상의 시민들이 먹을 수 없는 물을 마시고 있는데 어째서 아무런 조치도 없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18일 기자는 앞산 제1 약수터 관리 관할 구청에 전화를 걸어 얖산 제1약수터의 문제점을 질의했다. 대구 남구청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식수외 사용 금지는 구청에서 붙인 것이 아니다, 식수 가능 검사는 할 때마다 가불가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현재는 식용으로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니 시민들이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묻자 해당 관계자는 "구청에게 법적으로 못 마시게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라고 답했다.

대구 남구청 녹색환경과는 지난 12일 대구 보건환경연구원에 약산 제1약수터의 수질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수질검사 결과는 오는 19일 나올 예정이다.


태그:#앞산, #고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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