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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6일째를 맞이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8일 서울 광황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 도중 옷을 걷어 올리며 단식으로 살이 빠져 커진 옷을 보여주고 있다. 김씨는 지난 16일 열린 시복식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퍼레이드 도중 김씨를 찾아가 축복을 했다.
▲ 10kg 빠진 김영오씨 "여기서 죽게 놔두세요"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6일째를 맞이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8일 서울 광황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 도중 옷을 걷어 올리며 단식으로 살이 빠져 커진 옷을 보여주고 있다. 김씨는 지난 16일 열린 시복식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퍼레이드 도중 김씨를 찾아가 축복을 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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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잘못으로 목숨보다 귀한 자식을 잃고 그 진상규명을 위해 한 달 넘게 단식하는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란 말입니까? 왜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 유가족들이 외국의 종교지도자에게까지 우리의 원통함을 호소해야 한단 말입니까?"

잠시 그쳤던 '자식 잃은 부모들'의 눈물이 다시 흐르고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6일째 단식 중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씨(단원고 고 김유민양 아버지)는 18일 오후 "(교황이 아니라) 대통령께서 직접 우리를 위로해 달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황 출국에 즈음한 김영오씨 입장표명 기자회견'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 방한을 마치고 출국하던 오후 1시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김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유가족과 무관한 교황도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교황의 메시지를 들으십시오,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저희를 구해 주십시오"라고 읍소했다.

57kg였던 원래 체중에서 단식으로 인해 10kg이상 몸무게가 줄었다는 그는 말하던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단식을) 제대로 안 했다고 막말하는 분들이 있어 공개한다"며 자신의 상의를 올리고 바지춤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씨의 배와 바지춤 사이로는 남자 성인 주먹 세 개가 너끈히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나 있었다.

김씨는 "대통령께 공식 면담을 요청한다, 저는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를 찾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도, 눈 뜨면 다시 일어나 걸어 나올 것"이라며 단식을 계속 할 뜻임을 명확히 했다.

현장에는 김씨와 같은 유가족 15~16명을 비롯해 김씨의 진료 의사인 이보라 서울시 동부병원 내과과장, 유가족 법률지원단인 원재민 대한변협 변호사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씨는 "(김씨) 몸무게가 17% 이상 줄어 더 이상의 단식은 위험하다, 지금 중단해도 치명적인 대사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김씨를 살릴 사람은 의사인 제가 아니라 (법을 제정하는) 정치인들"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6일째를 맞이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8일 서울 광황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시복식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퍼레이드 도중 김씨를 찾아가 축복을 했다.
▲ 교황 만난 유민 아빠 "대통령 위로 해달라"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6일째를 맞이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8일 서울 광황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시복식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카퍼레이드 도중 김씨를 찾아가 축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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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 잃어 더 잃을 것도 없습니다" 멈추지 않는 어머니의 눈물

김씨 뒤로는 '철저한 진상규명,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쓰인 노란 손팻말을 들고 또 다른 유가족들이 서 있었다. 

노숙 농성으로 팔다리가 까맣게 탄 아버지들은 굳은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고, '희생자 유가족 신분증'을 목에 건 어머니들은 고개를 숙이고는 흐느꼈다. 한 유족 어머니는 "유족과 무관한 교황도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언제든 유족들을 만나겠다고 해놓고는 다시 만나지 않고 있다"는 김영오씨 말을 들으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울었다.

세월호 사고로 외아들 고 오영석(17)군을 잃은 권미화(42)씨도 기자회견 내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스마트폰에 '이쁜아들'이라 저장된 아들 카카오톡으로 아직도 틈날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는 권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저는 아이가 하나라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다, 하지만 (죽은) 아이들을 위해 아직도 이렇게 (농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저는 지금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더 두려운 것은 유민이(딸)와 친구들이 억울하게 죽은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특별법이 없으면 어떤 다른 지원도 우리 유족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재차 강조한 뒤 기자회견을 끝냈다.

한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 등 유가족 대표들이 이날 오후 4시께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만난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에서 유족들과 만나 "언제든 만나자, 피할 이유가 없다"며 즉석에서 약속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김영오씨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6일째를 맞이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8일 서울 광황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참석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36일째를 맞이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18일 서울 광황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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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교황의 메시지를 들으십시오>

이번 방한 일정 동안 교황은 저희 유가족들에게 크나큰 위로를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14일 입국 때 마중나간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전 면담, 16일 시복식 전 카퍼레이드, 17일 승현 아빠 이호진씨의 세례식, 그리고 오늘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의 미사'까지 교황은 매일 저회 유가족들을 만나고 살펴주셨습니다.

방한 일정 내내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계셨고, 승현 아빠 이호진씨와 웅기 아빠 김학일씨가 900km를 걸으며 짊어졌던 6kg의 나무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하시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힘없고 약한 유가족들의 요청을 다 들어주셨습니다. 시복식 때 한 달 넘게 단식하고 있는 저를 만나 달라는 요청, 이호진씨의 세례식 요청 등 모든 요청을 정성껏 들어주셨습니다. 경호와 안전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카퍼레이드 도중 유례없이 차에서 내려 저를 만나 주셨고, 제가 드리는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셨습니다.

마치 이번 방한의 목적이 세월호 유가족의 위로인 것처럼 교황님은 방한 내내 유가족들과 함께해 주셨습니다.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6일 유가족 대표들과의 면담 때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고 하셨으나 다시는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았고, 언제부턴가 세월호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졌습니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우리 유가족을 만난 횟수보다 짧은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이 유가족을 만난 횟수가 더 많습니다. 제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36일째 단식을 하고 있지만 철저히 외면하였고, 제가 대통령께 쓴 편지를 청와대에 전하면서 대통령께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만 해달라고 하였으나 그 요청조차 묵살당했습니다.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며 유가족들의 의사를 잘 반영하겠다고 약속하셨으나, 청와대, 정부, 여당은 국정조사, 특별법 협의 과정에서 비협조, 불성실, 무책임한 모습만 보였고 현재 특별법 제정도 여당의 완강한 태도로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잘못으로 목숨보다 귀한 자식을 잃고 그 진상규명을 위해 한 달 넘게 단식하는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란 말입니까? 왜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 유가족들이 외국의 종교지도자에게까지 우리의 원통함을 호소해야 한단 말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께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해줘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우리를 위로해 주십시오. 우리는 내 자식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 알아야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숨 걸고 단식까지 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어떤 다른 지원도 우리 유가족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위로받는 유일한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정말 힘듭니다. 그리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두려운 것은 몸이 망가지거나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유민이와 유민이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러설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 우리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저와 우리 유가족을 구해 주십시오.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대통령께 공식 면담을 요청합니다. 저는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를 찾아가겠습니다. 우리 유가족과 무관한 교황도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께서 딸을 잃고 사선에 선 이 애비를 외면하지 말아 주실 것을 간절히 촉구합니다.

2014. 8. 18
유민 아빠 김영오


태그:#세월호 유족, #세월호 특별법 제정, #특별법 제정 촉구, #교황 출국, #교황 세월호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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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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