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로 여행을 떠나 그곳의 정취를 느끼고 즐거움을 만끽한 뒤,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려 찾은 숙소. 하지만 숙박업소 주인은 성수기임을 내세워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세운다. 황당함과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리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지불한 뒤 여행의 즐거움이 꺾여버린 경험을 많은 이들이 갖고 있다.
여행에서 상처받지 않고 추억을 이어가려면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게스트 하우스란 말 그대로 '손님이 머무는 공간'을 말한다. 잠을 자고 머무르는 점에서 여관, 호텔 등 일반 숙박업소와 비슷하지만, 생활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침실은 도미토리(공동 침실) 형식이다. 보통 30~70㎡의 방에 4~8개 침대가 배치돼 있고, 이곳에서 '1인 1침대'로 일정 인원이 머무른다. 한 방의 손님이 일행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모르는 사람으로 구성된다. 물론 혼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허용하지 않으며, 샤워실과 주방은 이용객 전원이 공동으로 사용한다.
혹자는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한두 명도 아닌 여러 명이, 그것도 처음 보는 이들과 하룻밤을 보낸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게스트 하우스의 다인 숙박은 순기능이 꽤 많다.
충남 아산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홍아무개씨는 "이용객들이 낯선 곳으로 여행 온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보에 목말라 있는 상태"라며 "이들이 한 방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의 장이 되고, 서로 의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처음엔 이런 방식에 이해를 못 해 낯설어하는 손님도 나중엔 만족해하며 돌아간다"면서 "일부 손님 룸메이트들은 여행의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타 숙박업소와 비교할 때, 게스트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이용 가격이다.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 중 하나는 숙박비인데, 자칫 바가지를 쓰다가는 여행을 망칠 수도 있다.
더구나 상당 수 일반 업소는 성수기임을 강조하며 1박에 숙박비가 10만 원 이상까지 치솟은 허름한 방 한 칸 가격에 손님들은 혀를 내두르고, 결국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이런 걱정은 접어도 좋다. 아산의 한 게스트 하우스의 경우, 하루 머무르는 가격은 1만 5000원(주말 1만 7000원)이다. 인근 여관이나 모텔이 3만~5만 원에 형성된 것에 비하면 절반 내지 3분의 1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또한, 아무리 극성수기 시즌이어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어 손님들은 쾌재를 부른다. 오후 4시~ 익일 오전 11시의 입·퇴실 시간만 준수하면 추가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스트 하우스 운영 관계자들은 "손님들이 낮은 비용으로 질 좋은 휴식을 취하고 돌아갈 수 있는 게 게스트 하우스의 매력"이라며 '착한 가격'에 단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또 고객들과 매우 친밀해질 수 있는 점도 게스트 하우스의 큰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게스트 하우스의 안전도가 높은 점도 강점이다. 집 떠나 낯선 곳에서 묵는 것 자체에 불안이 내재될 수 있다. 실제 숙박지에서 각종 불미스런 사고로 이용객들이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게스트 하우스는 그런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운영자들은 설명한다.
올 여름 휴가 때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했다는 대전의 김아무개씨는 "저렴한 가격에 안락한 휴식을 즐길 수 있고, 타인과의 소통도 활발하게 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여행의 기분 좋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점은 특히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게스트하우스라고 해서 완벽한 건 아니다. 게스트 하우스의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인 손님에 의해 발생하는 해프닝이다. 예를 들어, 에어컨, 온수 등을 과다 사용하거나, 심지어 치약, 수건, 휴지 등을 훔쳐가기도 한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은 "공중 에티켓을 지키지 않고 양심이 바르지 않은 행동은 선의의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이용객을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아쉬운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