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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폐지 줍는 노인 인구가 180만명에 이른다. '폐지 줍는 노인'은 빈곤노인의 대표적인 형태로서 급속한 노령인구의 증가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절반 이상이 빈곤지대,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내몰려 폐지를 줍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지경이며, 기초건강상태 또한 벼랑 끝 지점에 놓여 있다."

생명나눔재단은 김해지역 '폐지 줍는 노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지적했다. 지역 '폐지 줍는 노인'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보다 다양한 지원방식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에 대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조사를 벌인 것이다.

생명나눔재단은 26일 오후 김해시청 대강당에서 실태조사 보고회를 여는데, 25일 미리 자료를 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2월부터 7개월간 동지역 '폐지 줍는 노인' 199명과 재활용업체 소속 노인 20명, 지역주민 4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김헤지역 폐지 줍는 노인들이 참여한 마을공동체 '회현당'이 '외할머니 참기름'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사진은 회현당과 김해시지역아동센터협의회가 참기름 구매를 약속하는 협약식을 지난 20일에 가졌을 때 모습.
김헤지역 폐지 줍는 노인들이 참여한 마을공동체 '회현당'이 '외할머니 참기름'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사진은 회현당과 김해시지역아동센터협의회가 참기름 구매를 약속하는 협약식을 지난 20일에 가졌을 때 모습. ⓒ 생명나눔재단

'폐지 줍는 노인'(199명)은 남성(33.2%)보다 여성(66.8%)이 많았고, 연령대는 71~80세가 절반이 넘으며(51.2%), 혼자 사는 노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54.3%), 기초생활수급비를 수급하는 노인은 41.7%이고 비수급은 58.3%였다.

주거 형태를 보면 '자가'는 39.7%, '월세'는 45.2%, '전세'는 10.6%였다. 난방연료를 보면 도시가스는 41.7%, 석유, 엘피지 보일러는 43.98%, 연탄 보일러는 3%, 전기장판은 8% 등이었다.

건강은 좋지 않았다. 60.3%가 '건강이 좋지 않다'고 응답했고, 질병 종류는 관절염 33.1%, 고혈압 17.5%, 신경통 13.0% 등이었다. 주 1회 이상 병원을 이용하는 노인은 62.8%였고, 이용하는 의료시설의 경우 인근 보건소(4.5%)보다 인근 병의원(74.4%)이 훨씬 높았다.

이들의 수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국가보조금(기초생활수급비,노령연금)이라고 응답한 노인은 57.8%였고, 폐지 수입이 2차라고 밝힌 노인은 15.6%였다.

월평균 수입 5~10만원이 18.8%

노인들은 폐지를 주워 얼마를 벌까. 폐지 수집을 통한 월 평균수입이 5만~10만원은 18.8%, 20만원 이상은 10.4%였고, 이 중 최고금액은 60만원이었고, 30만원 이상은 4명이었다. 월평균 20만원 이상 수입이 있는 노인들의 평균 주간 폐지 줍는 시간은 34.4시간이었다.

지출 항목에서 '월세(임대료 등)'라고 응답한 노인은 40.7%로 가장 비율이 높았고, 다음으로 '주부식비'가 20.6%, '의료비'가 18.1%, '공과금'이 14.6% 순이었다. 식사의 경우 '집에서 해결'은 85.4%, '지역사회단체의 도움'은 11.6% 등이었다. '주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노인은 37.8%, '3회 이상'은 20.0% 등이었다.

이들의 대인관계는 어떨까. 동네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다'가 42.7%, 1~2명은 27.1% 등이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는 집이 39.9%, 공원이 19%, 경로당이 16.7% 등이었다.

폐지 줍는 이유의 경우, '노령연급 등으로는 생활하기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가 절반이 넘었다(53.3%). 폐집 줍는 활동 일수의 경우 7일은 22.6%, 5일 이상은 50.3% 등이었다. 하루 동안 폐지 줍는 활동시간은 3시간 미만이 43.7%, 3시간 이상~6시간 미만이 37.2%, 6시간 이상이 19.1% 등이었다.

폐지 줍는 장소는 '집 주변을 지나다니며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수집한다'가 59.4%로 가장 높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아니오'는 56.8%였다.

도구는 '리어카'와 '유모차형 끌개'가 각각 44.2%와 38.2%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각종 사고도 당하고 있었는데, 교통사고 12.5%, 낙상사고 22.6%, 칼에 베이는 사고 16.6% 등이었다.

지역 주민 의식조사 결과, 1주일에 폐지 줍는 노인을 매일 발견한다는 응답은 55.0%였고 '도움을 주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62.5%였으며,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응답은 50.0%였다.

생명나눔재단은 "실태조사를 통해 폐지 줍는 노인들이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기초생활)비수급' 노인 중 사각지대의 위기 노인이 많으며, 신체적·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나타났다"며 "대인관계 또한 매우 협소하여 사회적 지원체계가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또 이 단체는 "폐지줍는 일은 교통사고 등의 위험한 일이며, 하루 종일 일해도 5000~6000원을 벌기가 어렵고 힘든 일로 노인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폐지줍는 노인들은 건강권, 안전권, 경제권, 노동권, 문화생활권 등의 기본적인 사회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광조끼·운반기구에 반사경 부착 등 필요

폐지 줍는 노인을 위한 지원대책은 무엇인가. 우선 교통안전지원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이 단체는 "안전을 지원할 수 있는 형광조끼나 운반기구에 반사경을 부착하는 안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앞으로 안전한 이동을 위한 브레이크 기능을 가진 리어카와 안전한 자전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안전한 녹색일자리 사업 확대도 제기된다. 이 단체는 "본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기반으로 하는 재활용사업장이나 마을 단위의 폐지정거장을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노인들의 생활안전을 위해, 이 단체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결식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내 식당 등과 연계하여 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나눔식당'을 운영할 필요가 있고, 손님의 자발적인 기부로 남에게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하는 방식인 '미리내가게'를 확대․운영해 결식노인의 식사를 거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나눔재단은 "주민참여형 '종이나눔운동본부'를 만들어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고, 지역의 대형매장이나 은행 등 폐지가 많이 나오는 곳과 연계한 지역연계형 폐지정류장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참여문화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해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들이 참여하는 '회현마을공동체 회현당'이 만들어졌다. 회현당은 '외할머니 참기름'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김해시지역아동센터협의회 소속 31개 센터가 이곳에서 생산한 참기름을 구매하겠다는 협약을 맺기도 했다.

생명나눔재단은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빈곤노인을 포함하는 다양한 문화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고, 회현당에서도  노인의 여가를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생명나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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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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