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가해자들 중 한 사람의 변호인이 재판을 현재의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 옮겨 달라는 관할이전을 25일 신청했다.
특히 이 변호인은 관할이전 신청의 이유로 육군 법무실장의 영향력 행사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고, 헌병 수사관의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 비위혐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4월 윤 일병을 구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5명의 가해자 중 하아무개 병장의 변호를 맡은 김아무개변호사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공범 중 1인이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다른 공범의 상해치사 죄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피고인 이아무개 병장은 피해자 윤 일병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여지가 높기 때문에 이 병장에 대한 공소사실을 상해치사에서 살인죄로 변경하여 줄 것을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판이 진행된 28사단 보통검찰부 검찰관은 이와 같은 변호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요 증인인 김아무개 일병(조기전역)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적극적으로 소환하려 하지 않았고, 특히 사인을 '기도폐쇄성 질식사'라고 기재한 법의관의 감정서에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변호사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또 "지난 8월 5일 28사단 보통검찰부 검찰관이 갑자기 부대의 실정, 소송 및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관할이전 신청을 해 재판을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하게 됐지만,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과 보통검찰부는 육군 군사법원과 검찰부의 수장인 육군 법무실장의 지휘하에 있기 때문에 역시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준장)은 윤일병 사망사건의 주범 이병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국회에 출석, "살인죄로 기소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살인죄로 기소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김 실장은 지난 11일 법무병과 내부통신망에 올린 '최근 상황과 관련한 병과장의 입장'이라는 글에서 "병과장으로서 여론에 밀려 예하 검찰관의 법적양심에 기초한 법적 판단(상해치사)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점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김 변호사는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과 보통검찰부는 육군 법무실장의 지휘 아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무실장의 견해 표명은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과 보통검찰부의 직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이 사건을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관할하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 변호사는 윤일병 사건 수사과정에서 헌병 등 수사관계자들의 비위행위가 있었다며, 이들에 대한 수사·감찰을 진행해 줄 것을 국방부 검찰단에 요청했다.
김 변호사는 윤일병이 구타를 당하다 의식을 잃고 실려 간 4월 6일 국군양주병원으로 출동했던 헌병 수사관이 육안으로 윤일병의 상태를 확인했다면 심각한 폭행으로 인한 것임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즉각 수사를 개시하지 않아 주범 이아무개 병장의 주도하에 다음날 아침까지 증거인멸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헌병수사관이 작성한 4월 15일자 '상해치사 등 피의사건 조사결과 보고'에도 "연천의료원 의사 이아무개에 따르면 피해자 도착당시 맥박 및 심장은 뛰고 있었으나 자가호흡을 하지 못해 기도를 확인한 결과, 이물질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간호사를 통해 '석션'으로 이물질 제가한 후 기도삽관실시"라고 명백한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김 변호사의 지적대로 윤일병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했던 연천보건의료원 의사 이아무개씨가 작성한 의무기록지에는 '윤일병은 병원 도착당시 맥박과 심박동이 없는 상태로 자가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나 있어서, 헌병 수사관이 누구에게 이야기를 듣고 '맥박 및 심장이 뛰고 있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에 제출된 윤일병 시신 부검감정서의 일부가 은닉 또는 폐기되었다는 의혹도 아울러 제기했다.
즉 국방과학수사연구소에서 송부한 부검감정서를 누군가 임의로 훼손하여, 감정의견부분과 부검사진부분으로 분리한 뒤 감정의견 부분을 은닉 또는 폐기했다는 주장이다. 윤일병이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와는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감정의견서와 뒤바꿔버렸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그 근거로 하나의 문서로 존재해야 할 부검사진과 부검감정서 의견부분의 간인(2장 이상으로 이루어진 중요문서의 앞장의 뒷면과 뒤장의 앞면에 결쳐서 찍는 행위 또는 도장)이 서로 다른 점, 부검사진 하단에는 국방과학수사연구소의 천공이 찍혀 있지만, 28사단 보통검찰부 검찰관이 제출했던 감정의견서 하단에는 천공이 찍혀 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한편 윤 일병을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 등)로 기소된 이 병장 등 구속 피고인 5명에 대한 공판은 오는 29일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 육군 제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재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