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노숙 농성 7일차에 접어든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40여 명이 2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45일 만에 단식을 푼 김씨 소식을 듣고 (유족들) 모두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했다"며 "살아서 싸워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유족 대표로 기자회견문을 읽은 단원고 2학년 10반 고 김정민양의 어머니 정정임씨는 "단식을 풀기까지 복잡했을 마음을 알기에 아프지만, 유민 아빠를 잃고 싶지 않다"며 "자식을 잃고 몸부림친 그의 마음이 우리와 같기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단식을 시작했다가 2주일여 만에 병원에 실려 갔던, 단원고 2학년 1반 고 김수진양의 아버지 김종기씨도 "(단식이) 보통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할 수 없는 건데, 김영오씨가 특별법을 위해 죽을 각오로 하시는 걸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엄마 아빠들이 이렇게 목숨을 걸고 단식까지 해야 되는 지경에 온 것이 참담하다"며 "그래도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하셔서 다행이다, 유가족들은 10년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청와대와 여당이 응답할 때까지 힘을 내서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5일 넘게 곡기를 끊은 희생자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앞서 이날 오전 '아빠마저 잃을 수 없다'는 둘째딸의 만류와 건강이 악화한 노모를 고려해 단식을 중단했다. (관련기사 :
"딸과 노모 걱정해 단식 중단... 장기전 대비해 힘내 싸우겠다")
가족대책위 대변인 유경근씨(고 유예은양의 아버지)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 "대책위 위원장과 여당 대표가 가합의 했다는 등 루머가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면합의가 있었다거나 가합의에 서명을 했다는 소문은 가족들을 이간질 하려는 악의적 마타도어"라고 강조했다.
체감온도 32도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기자회견에 참석한 희생학생 유가족들은 얼굴과 팔 등에 검은색 리본 추모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농성장에는 'THE TRUTH SHALL NOT SINK WITH SEWOL(진실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해서는 안 된다)'는 등 청와대를 구경 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영어·일본어·중국어로 쓰인 피켓도 놓여 있었다.
유족들 새누리당 측 공개 사과 요구... "국민들, 오는 30일 함께 해주세요"
유족들은 여기서 "새누리당은 단식 중단이 마치 여당과 유가족 만남의 성과인양 말하는데, 착각하지 말라"며 "유민 아빠가 이제야 (단식을) 풀게 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데 그런 낯 뜨거운 말을 꺼낼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새누리당 태도를 보면, 허심탄회한 만남으로 생각해던 것이 정략적 이용에 불과했던 것 같다"며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다시는 이렇게 유가족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개브리핑을 통해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은 비슷한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김영오씨의 단식중단이 새누리당의 두 차례 만남 성과로 인해 이뤄진 것은 아님을 밝힌다"라며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했다.
또 유족들은 전날인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 직원이 근무 시간에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악성댓글을 20차례 이상 남긴 것에 대해서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하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공식적인 사과와 향후 재발방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담담하게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던 유족 정정임씨는 기자회견 말미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왜 그곳(진도)에서 가족들이 죽어야 했는지 이유를 아는 것"이라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정씨는 "금세라도 초인종을 누를 것 같은 아이들을 잃었다"며 "눈앞에서 죽어간 자식들 원한을 안고 살아갈 수는 없다, 부디 오는 30일 열릴 국민대회에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2학년 10반 고 권지혜양의 어머니 이정수씨도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아직도 네가 집에 올 시간이 되면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 기다리게 된다"며 "네가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때로는 하느님마저 원망스럽고 모든 게 4월 16일 이후로 멈춰버렸단다, 하루 종일이라도 만져줄테니까 언제든 내려왔으면 좋겠어"라고 울먹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유족들은 오는 30일 토요일 오후 5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규명 특별법 촉구 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또한 지난 7월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4·16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 350만1266명의 서명을 전달한 데 이어, 그간 모인 100만여 명의 서명을 다음주 중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특별법에 관한 오해를 풀기 위해, 가족들이 직접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서명을 받고 특별법을 설명하는 식의 일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과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와 광화문 광장에서 7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