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맛은 동태 요리 중에 하필이면 머리찜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잠깐뿐이다. 이 집의 동태머리찜 맛을 보면 알 수 없는 끌림에 다들 혀를 내두른다. 별거 아닌 동태머리 하나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다니 여간한 솜씨가 아니다. 맛을 보니 남도 특유의 맛을 한껏 품었다.
찾아간 곳은 여수 신기동 재래시장이다. 날마다 장이 서는 상설시장이다. 장이란 게 원래 북적여야 제 맛인데 늘 한적하기만 하다. 그러나 선술집인 이곳(추억꺼리)은 그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오후 시간인데도 제법 많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다. 동태머리찜이란 좀 별난 음식으로 여수에서 소문난 곳이다.
몇 해 전 순천 아랫장과 광양 5일장에서 맛봤던 동태머리전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별 먹잘 것 없어 보이는 이 동태머리가 이렇게 훌륭한 요리로 재탄생하다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 놀랍다. 사실 동태 손질하면서 동태 머리와 꼬리는 잘라내 버리기 일쑤인데.
동태찜과 동태탕은 이미 고전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동태머리찜이다. 이 독특한 맛의 세계를 경험해보라. 잘 발라내면 동태 머리 뼈 사이사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연골과 살점들이 입안을 희롱한다.
동태머리찜 작은 거 한 접시에 1만 5천 원, 전어구이는 2만 원이다. 여수 대부분의 선술집 안주거리가 기본 3만 원부터인데 비해 이곳은 비교적 주머니 부담이 덜하다. 메뉴 선택의 폭도 큰 편이다.
이곳에서 만난 오건탁(50)씨는 "동태머리찜이 이 집 최고의 메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참고로 이 집의 손님들은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입맛 까다로운 아주머니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면 이거 게임 끝이다.
"이 집은 동태 대그빡 먹을라고 와요~"오씨가 가을전어보다 맛있다며 한사코 자랑하는 동태머리찜 고것 참 별나다. 이곳 음식점 이름대로 새로운 음식으로 좋은 추억거리 하나 만들어간다. 기분 좋은 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