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 30 순천 ․ 곡성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투표록과 개표상황표를 분석한 결과 곡성의 투표지분류기 평균 미분류율이 5.58%에 달했음이 드러났다.
기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8월 21일과 26일 이틀에 거쳐 순천과 곡성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7.30 재보궐선거 투표록과 개표상황표를 받았다. 이 개표자료를 토대로 투표지분류기의 평균 미분류율을 계산해보니 순천은 3.6%, 곡성은 6.6%로 나타났다. 순천에 비해 곡성지역의 투표지분류기의 오차율이 3%p 높게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곡성의 평균 미분류율은 무효표를 뺀 미분류표만으로 다시 계산해도 5.58%에 이른다. 중앙선관위가 신형 투표지분류기의 미분류율을 2% 이내로 홍보하고 있음에 비춰보아도 지나치게 높은 수치다.
'미분류표'란 투표지분류기가 투표지 판독에 실패하여 토해내는 표를 말한다. 가령 겸면투의 경우, 투표용지 교부수가 636매이고 투표수는 637매, 미분류수는 43매로 미분류율이 6.7%이다. 이들 미분류표를 심사집계부에서 수작업으로 검표해 보니 6매의 무효표가 나왔다. 나머지 37매는 유효표이지만 기기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6매의 무효표를 뺀 나머지 37매로 미분류율(분류기 오차율)을 다시 내면 5.8%의 미분류율이다. 순천과 곡성선관위가 개표 때 사용한 투표지분류기는 순천이 7대, 곡성은 3대로 모두 올해 4.11 지방선거에 처음 도입한 신형 기기였다.
중앙선관위는 구형 투표지분류기가 성능저하, 부품마모, 높은 미분류율, 오적재 가능성, 사용 불편 등이 있다는 이유로 신형 투표지분류기 1,378대를 새로 제작해 각종 공직선거 개표에 사용하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18대 대선 때 사용된 구형 투표지분류기의 평균 미분류율이 3.73%였음을 감안할 때 5.58%에 이른 곡성지역 7. 30 재보궐선거의 평균 미분류율은 지나치게 높아 신형 기기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
미분류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곡성선관위 서용호 관리계장은 "곡성은 시골지역이라 노인 인구가 많고 개표 당시 에어컨이 고장나 개표장의 실내 습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런 점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천도 곡성 못지않게 시골지역이 많고, 신형 투표지분류기 제작 제안요청서에 의하면 동작온도가 0°~45°, 동작습도 5%RH~90%RH로 돼 있다"고 지적하자, 기기의 오차율이 높게 나온 "정확한 기술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편 곡성의 개표상황표에서는 교부한 투표지보다 투표수가 1매씩 덜 나온 투표구도 네 곳 (곡성읍 2투, 입면투, 옥과1투, 거소우편투)이나 된다. 앞서 언급한 겸면투표구에서는 교부한 636매보다 투표수가 1매 더 많은 637매로 나왔다. 이에 대해 서용호 관리계장은 "사전에 투·개표 사무원들을 철저히 교육시킨다고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와 곤혹스럽다"며 "표가 덜 나온 것은 선거인이 표를 가지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개표하다 보면 간혹 그런 일이 있는 게 현실이다"고도 덧붙였다.
"순천은 곡성보다 인구가 10배 이상 많지만 표가 사라진 사례가 2건에 불과하고 표가 더 나온 경우는 아예 없다"고 하자,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표가 1매 더 나온 겸면투의 사례도 체크해 두었다가 해당 투표구의 투표지를 폐기하기 전에 그 원인을 꼭 알아보겠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