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4일 박지원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면서 "검찰과의 11년 악연을 오늘부로 끊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악연을 끊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박 의원이 이 말을 한 건 저축은행 비리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2012년 9월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 등으로부터 8000만 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박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바로 직전에도 악연은 있었다. 대검 중수부는 인터넷방송 <라디오21> 양경숙 전 대표 등의 공천헌금 사기사건을 수사하던 2012년 8월 '공천헌금을 낸 사람들의 휴대폰에서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 명의로 공천에 도움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찾아냈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박 의원을 압박했다.
그러나 문제의 문자메시지는 양씨가 박 의원을 사칭해 보낸 걸로 확인됐고 2012년 9월 검찰은 양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 의원을 함께 기소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20일 저축은행 비리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한화그룹 사건, 태광사건, 씨앤그룹 사건, 고려조선, 양경숙 사건까지 계속해서 관련자들에게 '박지원만 대면 회장을 풀어주겠다'고 해왔지만 단 한 건도 나를 기소하지 못했다"고 최후진술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검찰이 '꺼리'만 있으면 자신을 표적으로 수사해왔다는 하소연이다.
정작 박 의원은 노무현 정권 때 옥살이를 했다. 2003년 대북송금 사건에서 박 의원은 현대그룹에서 1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금호그룹과 SK그룹에서 합쳐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결과적으로 150억 원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1억 원 수수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 원이 선고됐다.
이번엔 비리 아닌 명예훼손으로 기소 "대통령 비판 말라는 것"지난 28일 검찰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박 의원을 기소했는데 지금까지와는 양상이 다르다. 비리가 아니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의원이 2012년 대선 직전 저축은행 로비스트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가까운 사이라고 말한 건 허위사실이며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
검찰의 기소에 대해 박 의원측 관계자는 "국정운영과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지 말라는 얘기밖에 더 되겠느냐"며 "사정 드라이브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의원은 29일 트위터로 검찰이 기소한 각각의 건에 대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향후 재판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12년차에 이르러 악연을 놓지 않으려는 검찰과 끊으려는 박 의원의 법정 대결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