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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는 3년 전 폐지를 줍다 넘어진 이후 적절한 치료를 못해 구부정한 허리가 되었다. |
ⓒ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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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1kg에 7~80원해요. 그 전에는 160원, 재작년에는 140원, 120원... 해마다 가격이 떨어져요."어둠이 내리는 여수 학동의 거리에서 할머니가 폐지 더미를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폐지는 할머니가 사는 주차장 근처의 공터로 옮겨진다. 할머니의 손수레에 실려 화물차 한 대 분량의 폐지가 모아지면 순천에 있는 고물상에 연락해 폐지를 실어낸다.
"지난 번에는 한 차 했는데 비에 젖었다고 1000kg를 빼 불었어. 2톤에 16만 원 받았어. 여수보다 순천이 10원 더 줘서 1kg에 80원에 팔았어."할머니가 폐지 한 차(3t)를 모으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이번에는 20여일 만에 모았다. 그런데 장마철 잦은 비로 인해 폐지가 빗물에 젖었다며 고물상 관계자는 1톤을 공제하고 2톤의 폐지 값만 셈을 치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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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를 돌며 모은 폐지는 할머니의 손수레에 실려 공터로 옮겨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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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는 차곡차곡 쌓아 밧줄로 묶어두었다 할머니가 손수레에 실어 나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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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여수에서 10년째 폐지를 모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들의 사업 실패로 인해 광주의 집까지 빚쟁이들에게 넘어가 10여 년 전 무일푼으로 여수에 내려왔다.
"우리 아들이 사업하다 옴팡 망해 부렀단 말이요. 어쩌꺼요~ 혼자 방 얻어놓고 살아."김종이(73·가명) 할머니는 나이에 비해 허리가 유난히 굽었다. 꾸부정한 허리로 손수레를 끄는 할머니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3년 전 폐지를 줍다 넘어져 크게 다친 이후 적절한 치료를 못해 구부정한 허리가 되었다.
"이 일을 하다 미끄러져 3년 전에 갈비뼈가 두 대나 나가 부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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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옮기는 도중에 할머니가 없는 틈을 타서 다른 사람들이 모아둔 폐지를 훔쳐가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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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하루 종일 폐지가 있을 만한 시내의 상가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워 모은다. 이렇게 모은 폐지는 차곡차곡 쌓아 밧줄로 묶어둔다. 저녁 무렵이 되면 손수레에 옮겨 싣고 집 근처 공터로 향한다.
이렇게 옮기는 도중에 할머니가 없는 틈을 타서 차를 가지고 폐지를 줍는 다른 사람들이 이따금씩 할머니의 폐지를 통째로 훔쳐가기도 한다. 할머니는 잃어버린 자신의 폐지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여수시청에 신고해도 안 찾아준다며.
"차 갖고 다닌 사람이 훔쳐가기도 해요. 시청에 신고해도 도움을 안 줘요.""자초지종을 자세히 얘기하면 도움을 줄 겁니다. 시청 민원실에 다시 한 번 가보세요"라고 기자가 말하자, 전혀 도움을 안 준다며 "시퍼 보인께 그란 갑소, 내 생각이 그래"라며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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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락처를 묻자 할머니는 당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는 채 손수레를 끌고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져간다. |
ⓒ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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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알아보겠다며 연락처를 묻자 "자식들이 알면 안 된다"며 당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는 채 손수레를 끌고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져간다.
훔쳐간 그분도 삶이 오죽 팍팍했으면 "벼룩의 간을 빼먹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세상 참 씁쓸하다. 어려운 이웃들을 힘들게 하는 건 큰 죄악이다. 할머니가 정부의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아 안정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