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부터 8월 30일까지 일본 시코쿠 여러 곳을 방문하여 민속과 생활과 관련된 시설이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리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시코쿠는 일본 본토 가운데 아래쪽에 섬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코쿠의 크기는 동서 230km 쯤, 남북 180 km 정도입니다. 섬은 동서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아령 모습으로 가운데가 홀쭉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에는 고베 아와지 사이, 오카야마와 다카마츠시 사이, 히로시마와 이마바리 사이 등 세 곳이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기자말
8월 26일 오전 고치현 오토요초 아와이 마을에 있는 정복사(定福寺) 절을 찾았습니다. 절 주변에는 여러 가지 야생 꽃들과 차밭이 가득했습니다. 이 절 주지인 츠리이(釣井龍宏) 스님은 오래전부터 절에 야생 꽃들을 가꾸고, 마을 주변이나 불교 신자들에게서 농기구나 생활도구를 수집해왔습니다.
일본 절에서는 단카(檀家) 제도가 있습니다. 주로 마을 단위로 마을 중심에 있는 절에 다니는 신자 집안을 모두 합해서 단카라고 합니다. 단카에 속한 사람들은 마을 절에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불교 행사에 참여하고 절에서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돕습니다. 마을 절에서는 단카 집안의 장례식을 돕고, 제사를 지내주기도 하며 절에 따라서 무덤이나 납골당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정복사 절 단카 세대 수는 한창 많았을 때는 1200 세대가 넘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산 골 마을 인구 감소와 도시화 등으로 400세대로 줄었다고 합니다. 단카 세대 가운데 도시로 생활 터전을 옮긴 집안 가운데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는 단카는 500세대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도시로 옮긴 뒤로도 고향 마을 절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향토성과 주지 스님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입니다. 츠리이(釣井龍宏) 스님은 지금도 해 마다 11111 통신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고향 마을 소식이나 절 관련 뉴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마을 절 주지 스님은 이렇게 단카 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교류를 깊고 넓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츠리이 주지 스님은 마을 사람들과 사귀면서 나이가 들어 일을 그만 두는 목수, 나무꾼, 대장장이 등등 여러 직종 사람들에게 사용하던 연장이나 도구를 받아서 모았습니다.
마을 스님이 30여 년 전부터 모은 생활 민속 도구가 2 만 점이 넘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중요민속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3천 점입니다 이렇게 모은 생활 민속자료를 전시할 전시관을 지금 절 경내 안에 짓고 있습니다.
생활 민속 자료관을 짓는데도 많은 돈이 듭니다. 이 자금 역시 자신의 재산을 모두 쏟아 붓고, 단카 제도를 통해서 신자들의 도움을 받고, 뜻 있는 사람들의 기부를 통해서 마련했습니다. 절 안에 있는 오래된 창고를 헐고 그 자리에 새로 민족 자료관을 짓고 있습니다. 내년 3월 경 완공이 된다고 합니다. 그 때가 기대됩니다.
절이 종교적인 목적에 머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지키고, 가꾸어 사라져가는 민속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여 전시관을 만드는 것은 특이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부디 전시관이 단순히 민속 유물의 창고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인식의 세계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 누리집, 정복사(定福寺),
http://www1.quolia.ne.jp/~jofukuji/, 2014.8.31.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