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나의 모습 속에는 검정 고무신 골망태만 기억에 있다.학교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뒷산 바위에 앉아 엉엉 울기도 했다. 우는 나에게 어머니는 매를 들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십이 넘어 소원이었던 공부를 하게 되었다.처음 자전거타고 학교에 왔을 때, 학교는 하늘에 있는 별 같이 보였다.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은 제일 예쁜 꽃을 보는 것 같았고 부끄럼없이 살아온 나에게 학교라는 선물은 나를 더 빛나게 한다.문해교육기관인 울산시민학교(교장 김동영) 한글반 학생 여현정(62)씨가 쓴 <별>이라는 시다. 이 시는 어린시절 가고 싶던 학교 대신 골망태를 메고 뒷산에 올라야 했던 작가의 어린시절 서러움을 나타낸 작품이다.
작가는 이제 소원하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돼 결석없이 성실히 등교하고 있다. 그는 시에서학교가 별처럼, 선생님이 꽃처럼 보인다며 늦깎이로 학교다니는 기쁨을 표현했다.
"늦게 배움의 길 찾아나선 이들에게 격려와 관심이 필요"
여현정씨의 <별>은 지난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문해의달 선포식과 성인 문해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늦깎이 성인학습자의 문해교육 참여성과를 격려하고, 문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문해, 위풍당당 삶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이날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을 개최했다.
오는 8일은 유네스코가 문해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문맹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상기하기 위해 마련한 세계 문해의 날이다. 이날을 기념해 2014년 9월을 문해의 달로 선포하는 한편 전국 43곳에서 동시에 시화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울산시민학교 김동영 교장은 "우리 주변에는 산업화의 역군, 혹은 어렵던 시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한글을 배우지 못한 이웃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라며 "50세, 60세가 넘어 배움의 길을 찾아나선 이들에게 사회의 격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글을 가르치다 보면 남달리 감회가 새롭다"라며 "60세가 넘어 한글을 깨쳐 당당하게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고 펑펑 울던 학생, 한글을 모를 때는 은행에 갈 때면 마치 다친 것처럼 손에 붕대를 감고 가던 70대 할머니가 글을 배운 후 당당하게 자신이 글을 적어 은행원에게 내밀며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는 전국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는 5561명의 학습자가 참여해 모두 130개의 작품이 우수 작품으로 선정됐다.
교육부장관상(최우수상)은 여현정씨가 쓴 <별>을 비롯해 <따뜻한 한글> 임남순(68), <한글이란 치료제> 유형임(82), <터널> 모리 타마에(42) 등 10명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상(특별상)은 <편지> 홍애순(79), <밝은 세상> 박춘자(68)씨 등 10명이 선정돼 총 30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울산시민학교의 박태선(68)씨는 '세월의 그림자'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인 장려상을 받았다. 이 시는 술병으로 세월을 보낸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온 그가, 학생이 돼 공부하는 지금이 마치 사치처럼 느껴진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006년부터 저학력 비문해 성인들에게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도록, 글자 너머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아직도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글자를 읽을 수 없거나 글자를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성인이 26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졸업 미만의 저학력 성인이 577만 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