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세트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세트 ⓒ (주)시공사

충북 괴산엘 가면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무쇠 솥이 걸려 있습니다. 명작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한 때는 그것을 보기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4만 명 분의 밥을 한꺼번에 지을 수 있다는 밥솥 크기만을 보고도 '와!'하며 감탄합니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솥을 보러오기 전에 자료를 찾아 봐 그 솥을 만들게 된 동기와 솥에 담고자 했던 의미까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밥솥의 크기를 4만 명 분 크기로 한 건 괴산군민 4만 명이 한솥밥을 먹기 위해서이고, 아궁이 수를 12개로 한 것은 괴산군을 이루고 있는 읍면이 12개라서 12개로 했다는 것까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더더욱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아주 간혹은 그 솥을 만드는 과정에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과 공법, 문양을 넣은 기법, 어떤 재료들을 어떻게 모아 얼마나 사용되었는지까지도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무쇠 솥이지만 겉모양과 크기만을 보고 '와!'하는 사람, 사연과 의미까지를 알고 있는 사람, 만드는 과정에 겪었던 우여곡절과 공법까지를 세세히 알고 있는 각각의 사람들이 솥을 보면서 느끼는 소감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게 분명합니다. 이러한 예는 경복궁이나 숭례문과 같은 국내 유명 건축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명작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됩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명작 80작품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세트, 시공사)을 통해서 읽고, 들여다 볼 수 있는 명작 80점에 대한 소감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80점의 명작 중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라도 감상(관람)했을 거라고 생각될 만큼 널리 알려진 유명한 명작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명작들을 감상을 했다고 해서 모두가 그 명작이 담고 있는 깊은 의미와 기법까지를 새겼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명작'이라는 명성만을 좇아 관람을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경우는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깊은 사연까지도 품고 있는 어떤 음식을 먹으며 단지 포만감만을 추구하기 위해 몇 번 우물우물 씹다 꿀꺽 삼키는 사람처럼 명작에 대한 호기심만을 채우기 위해 관람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책에서는 80점의 명작에 담긴 의미와 기법 등은 물로 허투루 봐서는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자세한 내용들을 정말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 자체가 여느 책들과는 달리 획기적으로 편집돼 있습니다. 책 표지에 구멍이 뻥 뚫려 있습니다. 표지에만 뚫려 있는 게 아니라 내용물 중간 중간에도 뚫려 있습니다. 구멍을 통해 집중 해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라는 듯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명작 1점마다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습니다. 책을 편집한 방식이 내용에 대한 집중력을 가일층 더해줍니다.

책은 4권, 1. 인상주의: 에드가 드기 <발레 수업>, 클로드 모네 <인상, 해돋이>, 등 명작 20작품, 2. 르네상스미술: 조토 디 본노데 <유다의 입맞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담비를 안고 있는 젊은 여인의 초상> 등 명작 20작품, 3. 이집트 미술: <투탕카멘의 황금 왕좌> <투탕카멘의 장례용 가면> 등 명작 20작품, 4. 초현실 주의: 조르조 데 키리코 <사랑의 노래>, 앙드레 마송 <여인> 등 명작 20작품이 한 세트로 되어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풍뎅이가 가장 중요한 부적이었다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풍뎅이가 가장 중요한 부적이었다고 합니다. ⓒ (주)시공사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적은 단연 풍뎅이였는데, 기독교인들에게 십자가가 그렇듯 이집트인들에게는 풍뎅이가 신성의 상징이었다. 쇠똥구리들은 동그란 배설물 안에 알을 낳고 그것을 굴리는데, 이집트인들은 이 행동에서 태향의 이미지와 거대한 쇠똥구리가 하늘에서 굴리며 움직이는 태양의 운행을 연상했다. 따라서 풍뎅이들은 하늘에서 태양을 움직이는 이집트 신인 케프리Kbepri와 관계가 있다. -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3. 이집트 미술, 69쪽

하나하나의 명작별로 작가에 대한 내용이 먼저 소개되고 작품에 대한 개요정도가 이어집니다. 내용으로 들어가 있는 명작에는 둥그런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구멍을 메우고 있는 다음 페이지의 그림과 일치되게끔 아주 정교하게 편집돼 있어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내용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더라도 책을 어떻게 이처럼 정교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정교하게 편집돼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명작에 뚫려 있는 이 구멍들은 각각의 명작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는 통로입니다. 작은 구멍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시선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 관찰력까지 집중되는 걸 일상에서도 경험한 적이 있을 겁니다. 바로 그겁니다. 구멍이 뚫려 있는 페이지를 넘기면 구멍을 메우고 있던 명작 중 일부분에 대한 내용이 아주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약도를 그릴 때 어떤 일정 부분만을 한정해 아주 상세하게 그리고 자세한 내용을 덧댄 세부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구멍과 구멍을 메우고 있던 바탕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입니다.

먼저 윤을 낸 얇은 직사각형 보리수나무판을 준비하고, 채색하기 전에 숯으로 나무판에 밑그림을 연학 그렸다. 그 다음에 밀랍이 굳으면 딱딱해지기 때문에 불 위에 놓고 송진과 섞은 후, 용액이 흐를 수 있게 아마씨유를 넣기도 했다. 이 혼합물이 녹으면 안료 가루들을 섞은 뒤, 버팀목 위에 판을 놓고 천연 털로 만든 붓으로 재빨리 채색했다. 시간을 끌면 밀랍이 붓에서 굳어 버리게 된다. 물감이 굳기 전에 모양을 칠하고, 밀랍이 식으면 그 것을 처리하기 위해 데운 금속 도구와 특별한 붓들을 이용했다. 납화로 알려진 이 기법은 수세기 후의 유화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3. 이집트 미술, 127쪽

이 부분까지를 읽으면 그동안 보이지 않고,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느끼지 못했던 색감이 느껴지고 감조차 잡을 수 없었던 기법 등이 입체감을 더해가며 도드라지듯이 드러납니다.
 하나하나의 명작마다 이렇게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명작마다 이렇게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 (주)시공사

 자세히 보면 구멍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주 정교하게 편집돼 있어 구멍을 메우고 있는 다음 페이지 그림과 구멍이 표시나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면 구멍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주 정교하게 편집돼 있어 구멍을 메우고 있는 다음 페이지 그림과 구멍이 표시나지 않습니다. ⓒ (주)시공사

 구멍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세부도처럼 이렇게 설명돼 있어 집중력을 가일층 더해 줍니다.
구멍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세부도처럼 이렇게 설명돼 있어 집중력을 가일층 더해 줍니다. ⓒ (주)시공사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명작이라고 해서 예외일 리는 없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명작들을 이미 감상(관람)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관람이 혹시 작가나 작품의 명성을 좇은 관람이었다면 작품은 봤으나 진면목은 보지 못한 반쪽 관람이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명작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있는 의미와 사연,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가치까지도 알게 된다면 지금껏 명작을 감상하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느낌과 감흥까지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구멍을 통해 명작 80작품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라고 있는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이야 말로 어쩜 컴컴한 눈으로 명작을 감상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명작을 환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명작을 감상하는 눈을 환하게 밝혀 줄 햇살 구멍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1. 인상주의, (지은이 다이애나뉴월 옮긴이 엄미정 / 펴낸곳 (주)시공사/2014년 7월 31일 / 값 1만 3500원)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2. 르네상스미술, (지은이 지니 래브노 옮긴이 김숙 / 펴낸곳 (주)시공사/2014년 7월 31일 / 값 1만 3500원)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3. 이집트 미술, (지은이 수지 호지 옮긴이 서남희 / 펴낸곳 (주)시공사/2014년 7월 31일 / 값 1만 3500원)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4. 초현실 주의 (지은이 로라 톰슨 옮긴이 이수연 / 펴낸곳 (주)시공사/2014년 7월 31일 / 값 1만 3500원)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세트 - 전4권

다이애나 뉴월 지음, 엄미정 옮김, 시공아트(2014)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주)시공사#엄미정#김숙#서남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