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아서는 '행복'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기가 참으로 민망한 시절이다. 우리나라 오천만 인구 중에 어느 누가 '나는 행복하다'라고 떠들고 다닐 수 있을까? 교통사고가 제일 자주 발생하는 나라라는 오명도 모자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말이다. 그중에서도 청소년 자살률이 최고라고 하고, 얼마 전엔 일부 초등학생들마저 비극적인 행동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있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했다.
행복을 결정짓는 기준은?UN(국제연합)은 2012년부터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행하고 있다. 156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해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해 행복도를 보여주는 보고서인데, 여기서 덴마크는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1위를 차지했다.(p.15)<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기자가 1년 반 동안 직접 취재하고 쓴 신간,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는 이 행복보고서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변수 6가지를 소개한다. 또, 어떻게 덴마크라는 나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지 조사한 결과들을 폭넓은 경험과 식견으로 버무려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변수 6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사회학자 매슬로우가 욕구 5단계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안정을 꼽았듯이, 사회안전망이 그 첫 번째다. 그리고 자유, 관용의식, 정부와 기업에 대한 주관적 부패지수, 1인당 국민소득, 기대수명 등이다.
그러니 덴마크는 안전하고 자유로우며 어느 정도의 실수에도 재기할 수 있는 나라라는 얘기다. 정부와 기업의 부패가 없거나 적고 분배가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소득격차도 작을 수 밖에 없다. 또, 걱정이 없으니 오래 살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덴마크의 속국이었던 이웃 나라 스웨덴의 작가가 쓴 <창문을 넘어 도망친 백세노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평등과 신뢰거꾸로 먼저 불행을 생각한다. 불행은 불안에서 온다. 그러면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불평등과 불신이 우리의 심장을 좀먹으면 그게 불안이 된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서 '불황, 실업, 승진, 퇴직, 업계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 성공을 거둔 걸출한 친구에 관한 신문기사'등으로 불안이 유발된다고 말하고 있다.
"덴마크는 불평등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은 무료지만 사립학교는 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부모가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으면 학비를 정부에서 대줍니다."(p.50)다국적 제약회사, 로슈 덴마크의 홍보담당 안야 기엘수트루프가 전하고 있는 이 말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는 덴마크 사회를 소개하고 있다.
고액 연봉자들인 이 회사의 간부들은 수입의 50% 이상의 세금을 내고 있다. 이 세금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실업급여 등의 재원이 되어 아이들이 학교에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게 하고, 평생 주치의를 만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며 직장에서 잘려도 2년간 실업급여를 받으며 자신의 사회적 삶을 새롭게 궁리하게 도와준다. 그래서 절반 이상 세금을 내는 고액의 연봉자도 불평이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룬트비 효과목회자, 교육자, 정치가, 역사가였으며 시인, 작곡가, 저술가이기도 했던 그룬트비는 한평생 시민교육과 계몽에 앞장선 인물이라고 한다.
19세기 초 왕정시대에 국정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반기를 든 그룬트비는 자신이 당시의 농부들에게 늘 한 말이었던 '항상 깨어있으라'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었다. 그는 학교란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니 말이다. 주장만이 아니라 실제로 최초의 성인용 자유학교인 '뢰딩 호이스콜레'를 세웠다.
"우리 헌법에 반드시 '학교에 가야 한다'고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학생들은 꼭 국가가 운영하는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자유로운 교육철학과 방법에 의해 배워도 됩니다. 이러한 정신은 그룬트비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덴마크의 정부가 자유학교와 사립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는 이유에 대한 학교장의 설명이다.
부자는 적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적을 때 우리 사회는 풍요로워진다. –그룬트비-덴마크는 낙농국가다. 낙농업은 소를 키워서 생산되는 우유를 근간으로 한다. 우유의 70% 이상은 서양사람들에게는 우리의 김치에 해당되는 치즈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는 발효유나 버터, 직접 마시는 유음료 등으로 생산된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고 기본적인 먹거리를 책임지는 일이다 보니 인간의 욕심이 개입되면 곤란하다.
1882년에 낙농협동조합이 생겨난 배경이다.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협동조합은 덴마크에서 들불처럼 일어나 1900년에 이미 1000개 이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덴마크 사람 두 명만 모여도 한 두 시간 만에 한 개의 협동조합을 만들 수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덴마크 국민들은 "협동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덴마크의 협동조합은 이익추구보다는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지 여부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거다.
스칸디나반도 전체를 호령하던 바이킹의 후예 덴마크는 영국과 독일로부터 국토의 1/3과 2/5에 해당하는 인구를 빼앗겨 19세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상도만한 크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룬트비와 달가스의 혁명적 노력으로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는" 바람에 현재의 덴마크가 될 수 있었다고.
행복지수 1위에 걸맞게 택시기사나 식당의 종업원 등 저소득층도 수입의 36% 전후의 세금을 내고 있다는 덴마크. OECD 발표를 보니 덴마크는 소득의 상위 10%, 하위 10%간 격차가 5.3배로 가장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10.5배라고 한다.
국민의 80%가 기독교 신자, 매주 일요일 교회에는 3%만 일요일에 교회에 간 저자가 회당 안이 썰렁한 이유를 물으니 목사는 "기독교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예수님의 정신을 따라 살고 싶기 때문에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옳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룬트비는 국가에 속한 교회와 별개로 '시민의 교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저자는 "덴마크의 기독교인은 형식적이고 의무적인 사랑이 아닌, 스스로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실천하라. 이 가르침의 영향을 받았기에 오늘날 덴마크는 '텅 빈 교회, 꽉 찬 사회'가 되었다"고 결론짓는다.
우리는 당장 덴마크의 교육시스템과 시장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협동조합을 연구하고 '우리화'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교회는 텅텅 비고, 사회는 꽉 차는 현상이 발생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 오연호 (지은이) | 오마이북 | 2014년 9월